‘믿는 구석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대망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0:19:25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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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업고 청와대 접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선 최초’의 3선 도전이다. 당선될 경우 3번 연임한 최초의 서울시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지난 2016년 12월22일 역대 민선 서울시장 중 최장수 기록을 거머쥔 바 있다. 그렇게 박 시장은 차근차근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3선 도전기를 살펴봤다.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박 시장은 3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자리서 그는 “강산이 변하는 데도 10년이 걸린다. 내 삶을 바꾸는 데도 10년이 걸린다”며 “박원순은 6년 먼저 준비했다. 10년 혁명은 내 삶을 바꾸는 대전환이며 내 삶을 바꾼 첫번째 도시 서울의 완성”이라고 밝혔다. 

출마 초읽기
3선 정조준

박 시장이 서울의 수장이 된지도 6년 차. 3선을 통해 ‘10년 혁명’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동안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왔던 모습과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의 3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6년간 두루 노력했지만 1000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충분치 않았다”며 “서울의 내일은 지난 6년의 연결이고 확장이어야 한다. 서울의 내일은 지난 6년의 축적이고 진화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3선 필요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공식 출마선언을 미룬 상태다. 임기가 아직 6개월이나 남은 데다 이른 출마 선언은 자칫 선거판 과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판 과열은 ‘네거티브’를 수반해 후보들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후보들의 정치적 타격은 물론 지지자들의 이탈이라는 위험이 따라온다. 만약 민주당 후보들 간 공방으로 서울시장직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정계은퇴급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박 시장의 우려처럼 현재 서울시장 선거판은 과열 양상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여당 내 경쟁이 치열하다.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 등이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최근 사면·복권된 정봉주 전 의원과 20대 총선 공천서 탈락한 정청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만 7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그림이 그려진다. ‘본선보다 힘든 예선’이 자명해 보인다.

경선 중간 중도 사퇴나 단일화로 후보군이 압축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행보를 보면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영선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와 인터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 시장과 박영선, ㅂㅇㅅ이 똑같다. 고향도 똑같다”라며 “‘여성 ㅂㅇㅅ이냐, 남성 ㅂㅇㅅ이냐’ 정도의 코멘트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내 경선 구도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압도적 1위
시민의 힘?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민병두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우리당(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절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지 않냐”며 “(서울시장)출마하는 분들 중 누가 가장 문 대통령의 정치적 보완재가 될 수 있나, 파트너가 될 수 있나하는 고민이 굉장히 큰 지점일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 메시지는 그 부분에 맞춰갈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후보가 난립함에도 박 시장은 각종 지표서 강세를 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연말에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시장은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물론 야권의 모든 후보와의 대결구도서 더블스코어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일보>가 신년 특집으로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7∼28일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8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37.6%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11.5%, 민주당 박영선 의원 11.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10.4%, 홍정욱 헤럴드 회장(불출마 선언) 4.8%, 민주당 우상호 의원 2.3%,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1.3%, 민주당 민병두 의원 0.2%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서도 박 시장은 2위와 2배 이상 차이 나는 지지율을 기록, 1위를 달리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출마 공식화 “10년 혁명 이룰 것”
여론조사 압도적 1위, 불안요소는?

박 시장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현역 프리미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된 후 6년 동안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당내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특히 무상급식 파동으로 시끄러웠던 서울시를 이어받아 그간 잡음 없이 시정을 운영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민 834명을 상대로 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의 직무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63%에 달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3.7%였다.


시정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시민사회단체의 힘이 꼽힌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를 이끈 ‘시민단체인’ 출신이다. 

그가 보궐선거서 당선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 결재였다. 지난 2010년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의 큰 줄기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대 시민단체였음을 감안했을 때 박 시장이 친시민단체 행보를 시작했다고 해석할만한 대목이었다.

박 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친서민적 성향이다. 그는 취임 이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 2013년 철도노조 파업철회, 공공데이터 개방 등의 정책을 펼쳤다. 서울형 공공어린이집,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 공원화), MICE복합단지조성, 구직자 청년수당 지급 등을 추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서울시서 추진하는 R&D 중심도시, 바이오메디컬 등도 눈여겨볼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문재인정부의 노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 중 34번째 과제로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협업을 통한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당선 낙관론?
방심하긴 일러

정치권은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3선을 위한 교두보로 해석한다. 현재 문 대통령은 지지율 70% 안팎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친문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의 판세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서울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서 친문 표심이 흩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후보들 중 핵심 친문(친 문재인)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 예비경선 과정서 비문(비 문재인) 노선을 걸으며 친문 진영과 각을 세우다 중도 사퇴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대선 막판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당내 대표적 비문 인사로 분류됐다. 그 외 민주당 후보들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도운 이력이 있지만, 핵심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친문 내부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선택이 나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 시장은 문재인정부와 여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 친문 지지자들에게 적극 어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문정부 출범 직후 서울시 출신 인사 다수가 청와대로 진출했다는 점도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는 건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시민들의 ‘피로감’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분명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6년간 봐온 인물에 대한 싫증 내지 익숙함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말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하는 후보가 없음’을 선택한 부동층이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장 장기 집권이 박 시장을 ‘올드’한 이미지로 만든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여론의 생리상 박 시장이 본선무대에 오르더라도 새로운 인물을 내세운 야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형성할 경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정치권 안팎에서 들려온다.

안철수의 ‘보은론’ 본선 암초 예고
‘소’→‘대’통령 2022년 정조준

이러한 불안 요소는 민주당 내부서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은 안정이 아닌 안주로 읽힌다”거나 “지방선거 붐을 위해선 역동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다. 한때 ‘박원순 경남도지사 재배치론’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병두 의원은 YTN 라디오와 인터뷰서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나가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당내에 있다”며 박 시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박 시장 측은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나 당내 여론을 다독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선에서는 ‘안철수’라는 암초가 존재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꾸준히 높게 점쳐진다. 만약 안 대표가 출마한다면 지난 2011년 보궐선거 때 안 대표 양보로 무산된 ‘안철수-박원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안 대표가 ‘양보론’을 꺼내들 경우 박 시장이 명분서 불리하다. 지난 2011년 안 대표는 지지율 5%에 불과한 박 시장과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후보 단일화에 합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안 대표의 지지율이 50%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양보였다. 

만약 안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양보론에 의한 ‘보은론’ 프레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해당 부분에 대해 CBS 라디오에 출연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면 박 시장이 이번에는 양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냐”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가장 유력한 여당 대권주자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장의 임기는 4년(2018년 7월~2022년 6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해와 일치한다.

당선만 되면…
대권이 보인다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일이 2022년 3월로 당겨져 임기 도중 사퇴를 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대선일과 사퇴일 사이의 기간이 짧아 “대권 욕심에 시정을 버렸다”는 비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 박 시장이 힘줘 추진하는 서울시 프로젝트 ‘태양의 도시’도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시계는 일찌감치 2022년으로 맞춰진 모습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강남구 악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햇수로 7년째 강남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부터 자치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수행했다. 시장의 참석은 해당 자치구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번에도 강남구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는 박 시장 취임 후 신년인사회는 물론 현장시장실·현장방문 등에 그를 단 한 번도 초청하지 않았다.

이는 박 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이의 해묵은 악연 때문이란 해석이 중론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부터 구룡마을 개발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강남구는 100% 공영개발방식으로 맞섰다. 해당 건이 해결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신 구청장은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후에도 ‘세텍부지 시민청 건립’ ‘댓글부대 논란’ 등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확전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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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