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백전노장들의 무르익는 ‘복귀론’ 내막

어제의 용사들’ 여의도로 우르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내년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한나라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총선은 여야의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권에는 위기감을, 야권에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야권의 밝은 전망에 힘입어 권토중래를 꿈꾸는 백전노장들의 정계 복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야권 노장들, 정계 귀환 ‘초읽기’
구 민주당 인사들 보폭 넓히기

정치권을 잠시 벗어났던 야권의 백전노장들의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상승세가 점쳐지며 총선출마나 전당대회 출마로 ‘여의도 복귀’를 서두르는 눈치다.

일부 인사들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이미 지역구 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또 구(舊) 민주당을 이끌었던 일부 인사들은 11월로 예정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겨냥해 당 복귀를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권토중래 준비 중

80년대 민주화투쟁의 상징적 존재인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현재 민주당 진보개혁모임 대표로 활동하며 사실상 정치일선에 복귀한 상태다. 이 모임은 민주당 486·재야출신·친노인사 등 범 재야파가 한데 모인 당내 최대조직으로 꼽힌다.

정치권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16~17대 지역구였던 서울 도봉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 상임고문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뉴라이트 출신의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에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리틀 DJ’로 불렸던 한화갑 평화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 핵심 인물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 이윤석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 출마를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지역구로 처음 전남 목포를 고려했으나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출마로 지역구를 광주 북갑으로 바꿨다. 해당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한 대표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밀려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및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등을 지낸 김한길 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참패의 책임으로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서울 용산구에 개인사무실을 내고 계속 출근함에 따라 해당 지역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그는 민주당 진영의 기획통 중 한 명이었다. 원래 가까운 사이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들과 최근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주변에선 정치 복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원외 인사 가운데 올해 말쯤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전대 출마 후보로는 동교동계인 정균환 전 의원과 5선 의원을 지낸 정대철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동교동계인 정(균환) 전 의원은 현재 민주당 내 정동영·천정배·조배숙 최고위원이 소속된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2012’의 상임고문도 맡으며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정(대철)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또 총선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동교동계인 김옥두 전 의원은 지난 1월 출범한 민주당 고문단의 단장을 맡았다. 손학규 대표를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명의 고문단에는 권노갑·김상현·김원기·한광옥·임채정·김근태 등 민주당의 노장들이 소속돼 있다.

이런 가운데,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정치복귀 대신 ‘만학도’의 길을 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 대학원(한국외대 영문과) 일반전형에 응시, 합격한 것이다. 그는 올 가을부터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엇갈리는 반응

이처럼 노장의 귀환이 점쳐지자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어지고 있다.

일단 최근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결과 젊어진 지도부 구성으로 대대적 인적 쇄신을 단행했기 때문에 민주당에도 젊은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백전노장의 복귀를 마냥 반기지만은 않고 있다. 여당이 개혁과 쇄신으로 신(新)바람이 불고 있는 마당에 구시대 인물의 재등장으로 시류의 역행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륜과 연륜이 쌓인 의원들이라야 안정감 있게 당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나이와 상관없이 세대교체는 낡은 정치이념과 문화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구 민주당을 주름잡던 백전노장들의 정계 복귀가 예고된 가운데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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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