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돌아온 ‘임종석 음모론’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50:09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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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하지만…북 접촉설 모락모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앞서 임 실장은 지난 9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을 방문했다. 갑작스런 방문 소식은 수많은 추측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2인자가 갑자기 중동으로 향한 이유를 두고 귀국 후에도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임 실장을 둘러싼 대표적 음모론 세 가지를 알아봤다.
 

임 실장은 지난 9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을 방문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이었다. 언론에 최초로 알려진 시점은 휴일이었던 지난 1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서 브리핑을 갖고 “임 실장은 해외 파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일정으로 UAE 연합군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 중”이라고 밝혔다.

나가고 발표
왜 그랬나?

이번 중동 방문을 두고 뒷말이 많은 이유는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번 일처럼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출국한 후 방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 대변인은 “임 실장의 특사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지역 평화 유지 활동 및 재외국민 보호활동을 현장서 점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장병 격려 외에도 10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 11일 미셸 아우 레바논 대통령을 접견하는 외교 일정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UAE에 도착해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40여분간 접견했다. 레바논에선 대통령궁서 미셸 아운 대통령을 30여분간 만났다.


이 자리서 임 실장은 “양국 간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며 “내년 1월 부임하는 주한 레바논 대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운 대통령에게 우리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임 실장은 앞서 문 대통령의 취임 축전을 전한 아운 대통령에게 감사 표시를 담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중동 방문의 목적이 해외 파견부대 장병 격려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UAE에 아크부대를 파병해 군 교육훈련 지원 임무를 수행 중이며, 레바논에는 동명부대가 유엔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 임 실장은 레바논서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명부대를 방문, 파병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전하는 장병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인사를 직접 전했다. 문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벽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자리서 임 실장은 “동명부대가 유엔평화유지군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듣는다”며 부대 활약상을 격려했다. 장병들에게 부대 노후시설 개선과 장병 복지시설 보강, 유엔 기준에 맞는 휴가제도 개선 등을 건의 받은 뒤 보완·검토를 약속했다.
 

그러나 장병을 격려하는 차원의 중동 방문이라는 청와대의 발표는 정치권 안팎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2인자가 단순히 장병 격려만을 위해 중동까지 갔을 리 만무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말하는 것처럼 여러 정황상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국방장관 방문
한 달 만에…

그중 하나가 임 실장이 방문하기 약 한 달 전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격려차 해당 부대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3∼5일 송 장관은 중동을 방문, UAE 아크부대 장병을 만나 식사를 하고, 같은 날 오만 청해부대에서 국방부장관 최초로 장병들과 함정에서 동숙했다. 

이어 5일에는 동명부대를 방문해 임무수행 현장을 점검했다. 이미 송 장관이 소화한 일정을 임 실장이 한 달 새 답습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 방문에 이어진 임 실장의 특사 파견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공동경비구역(JSA) 장병 초청 오찬 때 ‘해외에 나가 고생하는 장병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격려할 수 없어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의 마음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임 실장의 파견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비서실장 특사 파견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방부장관과 같은 일정을 반복하기 위해 중동을 찾았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방문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번 임 실장의 중동 방문은 노무현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5월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 특사 파견 이후 14년 만이다.

이 때문에 무수한 설들이 양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세일즈 외교설’이다. UAE 방문이 원전 수출 및 중동과의 교역 확대를 위함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원전 수출이 현 정부로서 드러내놓고 추진하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임 실장이 직접 UAE에 방문해 극비리 논의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특사 기간 중 UAE 원전 방문 계획 여부에 대해 “그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도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UAE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서 현안 중 하나로 원전 수출 문제가 언급됐을 수는 있지만, 원전이 양국 논의의 주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란 예상이다.

두 번째는 ‘MB정권 비리 관련설’이다. 앞서 MBC는 임 실장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만난 것을 근거로 해당 가능성을 제기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지난 2009년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진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대통령 비리를 본격 조사하기에 앞서 임 실장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UAE에 전달하기 위해 특사로 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향후 외교적 마찰을 사전차단하기 위한 일정이 아니었느냐는 추측이다.

청와대는 해당 설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임 실장이 이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중동지역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의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나서 “일부 방송사의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확인 절차 제대로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한 톤으로 부인했다.

출국 후 청와대 발표…도대체 왜?
단순 “장병 격려 위해” 사실일까?

세 번째는 ‘북한 접촉설’이다. 고조되고 있는 대북 긴장과 맞물려 임 실장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특명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임 실장이 방문한 UAE·레바논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해당 국가들은 최근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는가 하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임 실장이 북한 고위관계자를 만나 한‧중 정상회담서 다룰 북핵·미사일 관련 이슈를 조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북한 고위 관계자를 제3국서 만나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MB정부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은 지난 2009년 10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싱가폴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남북 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을 벌인 바 있다. 


임 장관은 이듬해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과거 대북 소통을 총괄했었다. 선례에 비춰보면 북한 접촉설이 아주 허황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해당 설에 대해서도 ‘선긋기’에 나섰다. 

청와대 측은 “그런 계획(임 실장의 북한 인사 접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북한과 접촉하면서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논란은 여전하다.

임 실장 또한 출국 전 “다른 문제는 몰라도 대북 접촉 같은 것은 내가 하지 않겠다”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내게 편견이 있기 때문에 대북 접촉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 실장이 말한 편견은 본인이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임 실장은 지난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임 실장 본인이 만약 대북 문제 전면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편한 북
민감한 청

그러나 해당 설은 임 실장이 귀국하고 하루가 지나 문 대통령이 방중 일정에 돌입하면서 크게 확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공항에는 임 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이 나와 배웅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취임 7개월 만에 방중이 성사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국빈자격으로 베이징·충칭에 이르는 3박4일 중국 방문일정을 소화했다. 

중국 방문 이틀째인 14일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들 세 가지 설 외에도 다양한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방선거 출마설’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 앞서 임 실장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정부 차원서 포석 놓았다는 추측이다. 

임 실장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재 서울시장 또는 전남도지사 차출설에 휩싸여 있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임 실장을 외교 전면에 내세워 유력 후보로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 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인사들 사이에서 해당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정권 비밀리 북 만나
귀국 후 문 시진핑 만나러

역대 정부를 막론하고 특사는 중진급 인사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번 정부도 지난 5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미국)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중국), 문희상(일본), 송영길(러시사) 의원 등을 특사로 파견했다. 임 실장의 선수·경력이 앞선 특사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부대를 깜짝 방문했던 효과를 현 정부서 노렸던 게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임 실장은 중동과 인연이 있다. 17대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12일간 단식농성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농성 당시 “정부가 끝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당시 정부·여당의 결정을 완강히 반대했다.
 

이 같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임 실장이 적임자로 지목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해외 파견부대 장병 격려가 주 목적이라면, 특사 활동을 통해 파병 반대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의미다.

임 실장이 실제 중동서 어떤 일정을 보냈고 귀국해 문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임 실장의 정확한 동선이나 주요 인사와의 만남 내용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문 중국행
바통터치?

청와대는 이런저런 설에 대한 선긋기에 여념이 없지만 특사 소식을 뒤늦게 밝힌 것이 결국 문제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임 실장의 행보를 둘러싸고 의혹이 확대·재생산 됨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임 실장이 언론 등에 자신의 행적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의전’ 결례 논란

중국이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교적 결례를 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이 중국으로 온 당일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시 주석은 베이징이 아닌 난징으로 향한 것이다. ‘손님’이 왔는데 나라의 대표인 시 주석이 안방을 비운 셈이다.

이는 다른 사례와 극명히 대비된다. 지난달 7∼8일 한국을 국빈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국을 할 때 동남아시아 순방을 떠나는 문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의 이륙을 확인한 뒤 출국한 바 있다.

약속이 변경되는 사태도 있었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이자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와의 만남이 당초 추진했던 오찬 형식이 아닌 늦은 오후의 면담 형식으로 변경됐다. 또 지난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3년 만에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첫 방중임에도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고 공동 언론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배치 문제에 아직도 앙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인 CC-TV가 내보낸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앵커는 사드 관련 질문에 집중했고 “중국어에는 언필신 행필과(言必信 行必果·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고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며 카메라 앞에서 ‘3불(三不)’ 관련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3불이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으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푸는 과정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제시한 원칙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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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