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돌아온 ‘임종석 음모론’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50:09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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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하지만…북 접촉설 모락모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앞서 임 실장은 지난 9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을 방문했다. 갑작스런 방문 소식은 수많은 추측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2인자가 갑자기 중동으로 향한 이유를 두고 귀국 후에도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임 실장을 둘러싼 대표적 음모론 세 가지를 알아봤다.
 

임 실장은 지난 9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을 방문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이었다. 언론에 최초로 알려진 시점은 휴일이었던 지난 1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서 브리핑을 갖고 “임 실장은 해외 파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일정으로 UAE 연합군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 중”이라고 밝혔다.

나가고 발표
왜 그랬나?

이번 중동 방문을 두고 뒷말이 많은 이유는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번 일처럼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출국한 후 방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 대변인은 “임 실장의 특사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지역 평화 유지 활동 및 재외국민 보호활동을 현장서 점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장병 격려 외에도 10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 11일 미셸 아우 레바논 대통령을 접견하는 외교 일정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UAE에 도착해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40여분간 접견했다. 레바논에선 대통령궁서 미셸 아운 대통령을 30여분간 만났다.


이 자리서 임 실장은 “양국 간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며 “내년 1월 부임하는 주한 레바논 대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운 대통령에게 우리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임 실장은 앞서 문 대통령의 취임 축전을 전한 아운 대통령에게 감사 표시를 담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중동 방문의 목적이 해외 파견부대 장병 격려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UAE에 아크부대를 파병해 군 교육훈련 지원 임무를 수행 중이며, 레바논에는 동명부대가 유엔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 임 실장은 레바논서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명부대를 방문, 파병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전하는 장병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인사를 직접 전했다. 문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벽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자리서 임 실장은 “동명부대가 유엔평화유지군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듣는다”며 부대 활약상을 격려했다. 장병들에게 부대 노후시설 개선과 장병 복지시설 보강, 유엔 기준에 맞는 휴가제도 개선 등을 건의 받은 뒤 보완·검토를 약속했다.
 

그러나 장병을 격려하는 차원의 중동 방문이라는 청와대의 발표는 정치권 안팎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2인자가 단순히 장병 격려만을 위해 중동까지 갔을 리 만무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말하는 것처럼 여러 정황상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국방장관 방문
한 달 만에…

그중 하나가 임 실장이 방문하기 약 한 달 전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격려차 해당 부대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3∼5일 송 장관은 중동을 방문, UAE 아크부대 장병을 만나 식사를 하고, 같은 날 오만 청해부대에서 국방부장관 최초로 장병들과 함정에서 동숙했다. 

이어 5일에는 동명부대를 방문해 임무수행 현장을 점검했다. 이미 송 장관이 소화한 일정을 임 실장이 한 달 새 답습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 방문에 이어진 임 실장의 특사 파견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공동경비구역(JSA) 장병 초청 오찬 때 ‘해외에 나가 고생하는 장병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격려할 수 없어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의 마음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임 실장의 파견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비서실장 특사 파견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방부장관과 같은 일정을 반복하기 위해 중동을 찾았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방문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번 임 실장의 중동 방문은 노무현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5월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 특사 파견 이후 14년 만이다.

이 때문에 무수한 설들이 양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세일즈 외교설’이다. UAE 방문이 원전 수출 및 중동과의 교역 확대를 위함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원전 수출이 현 정부로서 드러내놓고 추진하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임 실장이 직접 UAE에 방문해 극비리 논의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특사 기간 중 UAE 원전 방문 계획 여부에 대해 “그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도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UAE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서 현안 중 하나로 원전 수출 문제가 언급됐을 수는 있지만, 원전이 양국 논의의 주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란 예상이다.

두 번째는 ‘MB정권 비리 관련설’이다. 앞서 MBC는 임 실장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만난 것을 근거로 해당 가능성을 제기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지난 2009년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진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대통령 비리를 본격 조사하기에 앞서 임 실장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UAE에 전달하기 위해 특사로 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향후 외교적 마찰을 사전차단하기 위한 일정이 아니었느냐는 추측이다.

청와대는 해당 설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임 실장이 이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중동지역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의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나서 “일부 방송사의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확인 절차 제대로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한 톤으로 부인했다.

출국 후 청와대 발표…도대체 왜?
단순 “장병 격려 위해” 사실일까?

세 번째는 ‘북한 접촉설’이다. 고조되고 있는 대북 긴장과 맞물려 임 실장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특명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임 실장이 방문한 UAE·레바논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해당 국가들은 최근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는가 하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임 실장이 북한 고위관계자를 만나 한‧중 정상회담서 다룰 북핵·미사일 관련 이슈를 조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북한 고위 관계자를 제3국서 만나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MB정부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은 지난 2009년 10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싱가폴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남북 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을 벌인 바 있다. 


임 장관은 이듬해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과거 대북 소통을 총괄했었다. 선례에 비춰보면 북한 접촉설이 아주 허황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해당 설에 대해서도 ‘선긋기’에 나섰다. 

청와대 측은 “그런 계획(임 실장의 북한 인사 접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북한과 접촉하면서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논란은 여전하다.

임 실장 또한 출국 전 “다른 문제는 몰라도 대북 접촉 같은 것은 내가 하지 않겠다”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내게 편견이 있기 때문에 대북 접촉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 실장이 말한 편견은 본인이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임 실장은 지난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임 실장 본인이 만약 대북 문제 전면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편한 북
민감한 청

그러나 해당 설은 임 실장이 귀국하고 하루가 지나 문 대통령이 방중 일정에 돌입하면서 크게 확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공항에는 임 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이 나와 배웅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취임 7개월 만에 방중이 성사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국빈자격으로 베이징·충칭에 이르는 3박4일 중국 방문일정을 소화했다. 

중국 방문 이틀째인 14일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들 세 가지 설 외에도 다양한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방선거 출마설’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 앞서 임 실장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정부 차원서 포석 놓았다는 추측이다. 

임 실장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재 서울시장 또는 전남도지사 차출설에 휩싸여 있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임 실장을 외교 전면에 내세워 유력 후보로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 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인사들 사이에서 해당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정권 비밀리 북 만나
귀국 후 문 시진핑 만나러

역대 정부를 막론하고 특사는 중진급 인사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번 정부도 지난 5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미국)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중국), 문희상(일본), 송영길(러시사) 의원 등을 특사로 파견했다. 임 실장의 선수·경력이 앞선 특사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부대를 깜짝 방문했던 효과를 현 정부서 노렸던 게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임 실장은 중동과 인연이 있다. 17대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12일간 단식농성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농성 당시 “정부가 끝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당시 정부·여당의 결정을 완강히 반대했다.
 

이 같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임 실장이 적임자로 지목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해외 파견부대 장병 격려가 주 목적이라면, 특사 활동을 통해 파병 반대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의미다.

임 실장이 실제 중동서 어떤 일정을 보냈고 귀국해 문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임 실장의 정확한 동선이나 주요 인사와의 만남 내용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문 중국행
바통터치?

청와대는 이런저런 설에 대한 선긋기에 여념이 없지만 특사 소식을 뒤늦게 밝힌 것이 결국 문제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임 실장의 행보를 둘러싸고 의혹이 확대·재생산 됨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임 실장이 언론 등에 자신의 행적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의전’ 결례 논란

중국이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교적 결례를 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이 중국으로 온 당일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시 주석은 베이징이 아닌 난징으로 향한 것이다. ‘손님’이 왔는데 나라의 대표인 시 주석이 안방을 비운 셈이다.

이는 다른 사례와 극명히 대비된다. 지난달 7∼8일 한국을 국빈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국을 할 때 동남아시아 순방을 떠나는 문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의 이륙을 확인한 뒤 출국한 바 있다.

약속이 변경되는 사태도 있었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이자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와의 만남이 당초 추진했던 오찬 형식이 아닌 늦은 오후의 면담 형식으로 변경됐다. 또 지난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3년 만에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첫 방중임에도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고 공동 언론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배치 문제에 아직도 앙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인 CC-TV가 내보낸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앵커는 사드 관련 질문에 집중했고 “중국어에는 언필신 행필과(言必信 行必果·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고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며 카메라 앞에서 ‘3불(三不)’ 관련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3불이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으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푸는 과정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제시한 원칙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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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