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비자금 파문’ 박주원 강남 사무실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39:03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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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물려준 의문의 오피스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이하 DJ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로 지목돼 논란이 된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박 전 최고위원의 사퇴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강남에 사무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해명이다. <일요시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서 박 전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의심되는 공간을 발견했다.

DJ 비자금 제보 의혹은 지난 8일 <경향신문>이 최초 보도했다. 해당 언론사는 이명박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0월,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 때 제기한 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박 전 최고위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이 주 전 의원에게 DJ 비자금 의혹을 제보해 폭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
다른 사건

보도에 따르면 사정당국 관계자는 “주 전 의원이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후 검찰 조사를 받으며 ‘2006년 초 박주원씨(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고 밤에 강남에 있는 그의 개인사무실로 가 박스에 담겨 있는 많은 자료를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은 즉각 반박했다. 

보도가 된 당일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완전히 대하소설”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전 최고위원은 “해당 언론보도에 어떤 정치공작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개탄스럽다. 명예훼손 등 적절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 전 의원이)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강남 사무실 또한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이라며 “평소처럼 주 전 의원을 만났다면 커피숍이나 어느 식당서 만났을 텐데 커다란 박스가 어디에 있었겠나? 안산시장 재임 시절이라서 (나는) 안산에 있었고 강남엔 내 사무실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서울 강남구에 박 전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최고위원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D오피스텔 B동 OOOO호를 소유하고 있다.

전격 사퇴한 자리에 의혹만 주렁주렁
제보 파일 주고받은 장소도 수수께끼

D오피스텔 OOOO호는 박 전 최고위원의 아버지 고 박지오씨가 지난 1999년 11월경 사들였다. 박 전 최고위원이 안산시장으로 재임했던 2010년 2월 박씨가 별세하면서 박 전 최고위원에게 유증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OOOO호가 사무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전화통화서 “지금도 (해당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면서도 “사무실로 쓴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았다. (나는 안산)시장 선거를 준비해야 돼서 대부분 안산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즉 주 전 의원이 박 전 최고위원 소유의 강남 사무실서 박스를 받았다는 2006년 2월, 강남 사무실로 의심되는 장소에 아버지 박씨가 살고 있었고 본인은 선거 준비를 위해 그 기간 안산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살았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OOOO호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씨의 주거지는 경기도 안산시 사동에 위치한 요진아파트로 나온다. 박 전 최고위원은 안산시 단원구 호수공원아파트에 살고 있다. 


요진아파트와 호수공원아파트는 안산호수공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정치권서 효심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최고위원이 노령의 아버지를 멀리 있는 강남구 도곡동 D오피스텔에 살게 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그런) 사무실
존재하지 않아”

아버지 박씨가 생전에 안산광림교회서 권사로 활동했다는 점도 박씨의 실 거주지가 안산시 요진아파트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다. 박씨의 발인도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서 지난 2010년 2월 진행됐다. 

박 전 최고위원의 동생들도 안산광림교회서 권사 및 집사로 활동 중이다. 여러 정황상 D오피스텔에 아버지 박씨가 거주했었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내용을 박 전 최고위원에게 질문하자 해명이 달라졌다. 

그는 “세를 줬다. 전세를 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1999년 D오피스텔이 건설된 후 전세권 계약을 한 사람은 2012년 4월 조모씨가 유일했다. 즉 박 전 최고위원이 주 전 의원에게 자료를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6년 2월, 전세 계약을 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 전 최고위원에게 ‘서류상 해당 기간에 전세를 내준 사실이 없다’고 질문하자 그는 “서류상으론 그랬어도 누가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거주한 게 아니니까. 모르겠다.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산에 쭉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겁니까?”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씨가 소유한 OOOO호 확인
2007년 뇌물사건 때도 등장

D오피스텔 OOOO호가 사정기관 관계자가 말한 강남 사무실로 추정되는 근거가 또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0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공소장에 D오피스텔이 등장한다. 


박 전 최고위원이 안산시장이던 지난 2007년 해당 건물 1층 카페서 3조5000억원이 투입된 안산시 복합단지개발사업 사업자의 선정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김모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특별수사부는 박 전 최고위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1·2심서 박 전 최고위원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3000만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파기환송심서 무죄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2007년에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받을 당시 D오피스텔이 등장한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최고위원은 “그때 당시 아버지께서 거기(D오피스텔)에 살았다. 나도 시장이 되기 전 거기(D오피스텔)서 몇 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아버지 거주”→“전세를 내줬다”→“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순으로 해명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장 오락가락
진실은 무엇?

DJ 비자금 제보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공식석상서도 갈지(之)자 행태를 보였다. 당초 박 전 최고위원은 주 전 의원에게 어떠한 자료도 전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박 전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2003년 ‘현대 비자금’ 내사 과정서 입수한 해당 양도성예금증서를 주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박 전 최고위원은 의혹 자료를 주 전 의원에게 건넨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DJ라고 못 박진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남 사무실 관련 박주원 입장은?

<일요시사>는 강남 사무실로 추정되는 D오피스텔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소유자인 국민의당 박주원 전 최고위원과 지난 14일 직접 통화했다. 그는 해당 장소에 대해 “사무실로 쓴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거냐?”며 출처를 의심했다. 

통화 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은 박 전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일부 언론 등에 “강남에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 사무실이 없다. 주 전 의원도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강남 사무실서 만난 게 아니고 오피스텔 뒤 일식당서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쪽에서 몇 번 만났던 것 같다. 식사한 뒤 그 건물 2층 내지 3층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가 헤어졌다. 사무실 자체가 없다.

- 확인해보니 아버지께서 1999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D오피스텔을 매매했고, 2010년 유증됐다. 이곳이 강남 사무실 아닌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유증 받은 것인데, 아버지가 살았고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 아버지 (살아)계실 때 선거를 준비해야 돼 (나는)안산에 대부분 있었다.

- 기록상 아버지는 안산에 있는 요진아파트서 거주하셨고 본인은 안산 호수공원아파트에 거주하셨다. D오피스텔에 거주하지 않고 소유만 한 것으로 나오는데.
▲지금도 소유하고 있다.

- 그렇다면 이곳이 강남 사무실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데.
▲사무실이 아니다. 사무실로 쓴 적 없다.

- 그렇다면 어떻게 사용됐나?
▲세를 줬다. 전세를 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서류상으로는 해당 기간 전세를 준 사실이 없는데.
▲서류상으론 그랬어도 누가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거주한 게 아니니까. 모르겠다.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산에 쭉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 방송 인터뷰서 강남 사무실이 없다고 하셨지만 사무실로 활용됐을 만한 공간을 소유하고 계셨으니 질문한 거다.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건지?

- 누구로부터 받은 게 아니다. 자체 취재로 알아냈다.
▲아 그래요?

- 2007년 모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돈 받았다고 해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았다. 혐의서 나온 곳이 D오피스텔이던데?
▲허허허. 당시 아버지께서 살았기 때문에 나도 시장되기 전에는 거기 몇 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다.

-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안산시 요진아파트서 사셨던 것으로 나온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버지·어머니 모시고 그곳(D오피스텔)서 같이 살았다. 그러다가 헤어져 살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대검찰청서 근무하다 보니까. 어쨌든 거긴 사무실이 아니다.

- 결론은 사무실이 아니다?
▲그렇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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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