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통합’ 손학규 역할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48:35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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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칠라' 구원투수 등판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예산정국 종료를 신호탄으로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12월을 통합의 골든타임이라 지목했다. 때마침 통합 플랫폼들이 속속 창설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는 것. 덩달아 국민의당 12월 위기설도 점차 실체화되는 모습이다.
 

“한달 내 통합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결론이 날 겁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당 핵심 관계자가 지난 5일 한 말이다. 기로에 서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이 12월 중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뜻이다. 이는 국민의당 내 친안철수계(이하 친안계)의 계획이기도 하다.

2박3일 호남행
승부수 걸었다

안 대표는 중도통합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바른정당과 통합해 내년 6·13지방선거를 3자대결구도(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로 만들려는 구상이 시동을 건 것이다.

안 대표는 원외지역위원장, 당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통합론에 반대하는 호남을 방문하는 등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중도통합과 관련한 자신의 구상을 알리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친안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는 최근 안 대표와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한 수권비전위원회 발대식 및 창립 세미나를 열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봉합하는 데 열을 올렸다. 앞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여야 3당 예산안 타협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양당 대표는 서둘러 상처 봉합에 나섰다. 양당 통합파 모임 행사장서 안 대표는 유 대표에게 예산안 심사와 입법 공조 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유 대표는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향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만나자는 약속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 바른정당도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당초 정치권서 회의적으로 봤던 국민통합포럼은 10회 이상 열리며 연착륙 중이다. 

유 대표 취임 이후 ‘정책연대협의체’라는 이름의 공식 기구도 출범했다. 이 협의체는 양당의 내년 지방선거 연대는 물론 통합논의의 플랫폼이 될 것이란 평가를 듣는다. 양당은 국민통합포럼과 정책연대협의체를 투 트랙으로 통합을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예산정국 이후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이번 정기국회를 넘어서 양당이 진지한 노력으로 입법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불붙은 통합파 VS 반대파
엇박자 낸 양당 수습 박차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정책연대협의체가 있고 국민통합포럼은 이전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 양당이 노력했다는 근거는 국민을 위한 미래 개혁에 있어서 정책의 공통분모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라며 “입법과 예산보다 정치철학과 가치에 있어 양당이 공통분모를 찾아나가는 아주 소중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13일 취임 일성으로 ‘1개월 내 중도보수 통합로드맵’ 구축을 공언한 바 있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힘들어졌다. 이번 예산정국서 바른정당은 정책연대협의체를 활용, 국민의당을 통해 공무원 증원 예산 등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민주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당이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비례해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당 내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파·반대파가 각각 본격적인 세결집에 나섰다. 한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평화개혁연대는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최근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평화개혁연대는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이 함께 주도해 만들어졌다. 토론회에는 박주선 국회부의장, 최경환·이용주·이상돈·박주현·황주홍 의원 등이 참석했고 조배숙·유성엽·장정숙·김경진·정인화 의원이 축사를 보냈다. 모두 호남 지역구 의원 내지 비안철수계 인사들이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통합론에 대해 “결국 한국당까지 합당해 보수대연합을 하려는 기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당을 분열시키는 통합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가…꺼져”
봉변당한 안

정동영 의원은 “허망한 숫자를 쫓아 당을 분란으로 모는 일을 오늘부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전 대표는 “적폐연대를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주 의원은 “원외지역위원장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서라도 통합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참석자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들었다. 안 대표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좌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정면 반발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환호와 박수를 받는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축사를 위해 안 대표가 단상에 오르려는 순간 한 남성이 “통합에 반대한다. 안철수는 물러가라”라고 소리쳤다. 순간 장내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 “나가라” “철수하라” “꺼져라” 등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곳곳서 터져 나오는 고성과 야유로 안 대표는 인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박지원 전 대표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떴다.


행사장을 나온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동하는 몇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전국선거를 위해서는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어떻게 외연을 확대할지, 연대도 있고 통합도 있을 텐데 각각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리 내 웃기도 했다. 안 대표가 ‘몇 사람의 선동’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날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통합파·반대파의 갈등이 지역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호남 대 비호남의 입장차가 극명히 갈리고 있어 분당까지 초래될 위기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서울·경기·충청·강원·영남·제주 지역의 원외지역위원장 절대 다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을 찬성하는 비호남 측 원외지역위원장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있다. 국민의당 대구·경북 지역위원장들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100% 찬성한다. 양 당의 통합으로 동서 화합, 사회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사공정규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 지역위원장 17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당 충청권 원외지역위원장들은 19명은 지난 6일 같은 장소서 “적대적 공생관계인 거대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지난 총선서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필연적 과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의원들 갈등
지역으로 번져

이들은 “국민들에게 정치개혁의 희망을 드리고 수권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길도 현재로선 바른정당과의 통합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가 시작된 이후, 박지원 전 대표가 내세워 온 통합 반대 주장들은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논리”라며 “호남 지역의 정치적 기득권도 내려놓고 패권적 거대 양당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나서라는 것이 지금의 국민적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호남계 초선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 초선 의원은 일명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들)라는 모임을 지속하면서 통합 반대 뜻을 모아간다는 계획이다.

분위기는 반대파가 조금 우세한 상황이다. 통합 반대파는 예산정국서 불거진 바른정당과의 이견이 통합은 물론 정책연대의 한계까지 노출했다는 점을 들어 공세를 펼친다. 

“통합 명분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서 “예산안 표결에서 바른정당 의원은 다들 반대했다”며 “어떻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는 생각의 일치가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 대표의 복심으로 통했던 최명길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통합 동력이 일정부분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호되게 당한 ‘안’ 그래도…
“되든 안되든 무조건 끝낸다”

결국 통합파 입장에서는 막판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 손학규 상임고문의 등판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오는 21일 미국 체류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다. 당초 27일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조금 앞당겨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당의 부름을 받고 예정보다 일찍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손 고문은 당내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에 갈등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등판이 통합파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손 고문은 올해 초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안철수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이후 안 후보의 대선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운 사실이 있다. 안 대표는 당 대표 당선 후 손 고문에게 당의 혁신을 담당할 제2창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손 고문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전화로 안부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일부 인사가 손 고문을 접촉했다는 설도 있다.

손학규 등판
통합파 호재?

결국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시발점으로 한 ‘새판짜기’서 손 고문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손 고문은 대선 출마 당시 ‘제7공화국’을 내세울 정도로 대표적 개헌론자다. 

이 때문에 연말연초로 예정된 개헌정국서 국민의당이 힘을 쓰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민의당서 생각할 수 있는 수는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뿐이라는 점에서 손 고문이 통합파와 함께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벌써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손 고문이 통합 정당의 대표로 적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손 고문은 자신의 귀국을 둘러싼 해석에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돌아보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며 “국내 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무슨 일을 할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연 통합파의 구세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로 호남 의원들의 원심력이 강해진 상황서 이번 12월은 정계개편의 최대 국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안계의 음모론
최명길은 통합 막기용?

친안계 인사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최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과 관련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막기 위한 탄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참 이상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소되는 족족 벌금 100만원을 넘기지 않고 80만∼90만원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당 최 전 의원은 민주당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데다 다른 선고는 잠잠한데 유독 최 전 의원만 뜬금없이 선고기일이 잡혔고 결국 의원직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뜬금없이 선고기일
결국 의원직 상실 

이어 그는 “최 전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뒤 “법원이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새로운 적폐를 쌓는다면 장차 청산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안 대표 비서출신인 이태우 청년최고위원도 “어제 대법원 판결로 우리당의 능력 있고 출중한 최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다”며 “사법부 판결은 존중한다. 다만 기소내용이 동일했던 집권당 의원은 90만원의 벌금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고, 대다수 여당의원들도 100만원 미만 벌금으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여당무죄 야당유죄’란 합리적 의심을 안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갑작스런 선고기일 지정과 판결이 우리당의 통합 논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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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