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통합’ 손학규 역할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48:35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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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칠라' 구원투수 등판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예산정국 종료를 신호탄으로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12월을 통합의 골든타임이라 지목했다. 때마침 통합 플랫폼들이 속속 창설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는 것. 덩달아 국민의당 12월 위기설도 점차 실체화되는 모습이다.
 

“한달 내 통합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결론이 날 겁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당 핵심 관계자가 지난 5일 한 말이다. 기로에 서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이 12월 중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뜻이다. 이는 국민의당 내 친안철수계(이하 친안계)의 계획이기도 하다.

2박3일 호남행
승부수 걸었다

안 대표는 중도통합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바른정당과 통합해 내년 6·13지방선거를 3자대결구도(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로 만들려는 구상이 시동을 건 것이다.

안 대표는 원외지역위원장, 당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통합론에 반대하는 호남을 방문하는 등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중도통합과 관련한 자신의 구상을 알리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친안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는 최근 안 대표와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한 수권비전위원회 발대식 및 창립 세미나를 열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봉합하는 데 열을 올렸다. 앞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여야 3당 예산안 타협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양당 대표는 서둘러 상처 봉합에 나섰다. 양당 통합파 모임 행사장서 안 대표는 유 대표에게 예산안 심사와 입법 공조 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유 대표는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향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만나자는 약속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 바른정당도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당초 정치권서 회의적으로 봤던 국민통합포럼은 10회 이상 열리며 연착륙 중이다. 

유 대표 취임 이후 ‘정책연대협의체’라는 이름의 공식 기구도 출범했다. 이 협의체는 양당의 내년 지방선거 연대는 물론 통합논의의 플랫폼이 될 것이란 평가를 듣는다. 양당은 국민통합포럼과 정책연대협의체를 투 트랙으로 통합을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예산정국 이후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이번 정기국회를 넘어서 양당이 진지한 노력으로 입법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불붙은 통합파 VS 반대파
엇박자 낸 양당 수습 박차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정책연대협의체가 있고 국민통합포럼은 이전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 양당이 노력했다는 근거는 국민을 위한 미래 개혁에 있어서 정책의 공통분모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라며 “입법과 예산보다 정치철학과 가치에 있어 양당이 공통분모를 찾아나가는 아주 소중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13일 취임 일성으로 ‘1개월 내 중도보수 통합로드맵’ 구축을 공언한 바 있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힘들어졌다. 이번 예산정국서 바른정당은 정책연대협의체를 활용, 국민의당을 통해 공무원 증원 예산 등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민주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당이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비례해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당 내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파·반대파가 각각 본격적인 세결집에 나섰다. 한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평화개혁연대는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최근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평화개혁연대는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이 함께 주도해 만들어졌다. 토론회에는 박주선 국회부의장, 최경환·이용주·이상돈·박주현·황주홍 의원 등이 참석했고 조배숙·유성엽·장정숙·김경진·정인화 의원이 축사를 보냈다. 모두 호남 지역구 의원 내지 비안철수계 인사들이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통합론에 대해 “결국 한국당까지 합당해 보수대연합을 하려는 기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당을 분열시키는 통합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가…꺼져”
봉변당한 안

정동영 의원은 “허망한 숫자를 쫓아 당을 분란으로 모는 일을 오늘부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전 대표는 “적폐연대를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주 의원은 “원외지역위원장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서라도 통합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참석자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들었다. 안 대표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좌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정면 반발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환호와 박수를 받는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축사를 위해 안 대표가 단상에 오르려는 순간 한 남성이 “통합에 반대한다. 안철수는 물러가라”라고 소리쳤다. 순간 장내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 “나가라” “철수하라” “꺼져라” 등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곳곳서 터져 나오는 고성과 야유로 안 대표는 인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박지원 전 대표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떴다.


행사장을 나온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동하는 몇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전국선거를 위해서는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어떻게 외연을 확대할지, 연대도 있고 통합도 있을 텐데 각각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리 내 웃기도 했다. 안 대표가 ‘몇 사람의 선동’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날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통합파·반대파의 갈등이 지역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호남 대 비호남의 입장차가 극명히 갈리고 있어 분당까지 초래될 위기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서울·경기·충청·강원·영남·제주 지역의 원외지역위원장 절대 다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을 찬성하는 비호남 측 원외지역위원장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있다. 국민의당 대구·경북 지역위원장들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100% 찬성한다. 양 당의 통합으로 동서 화합, 사회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사공정규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 지역위원장 17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당 충청권 원외지역위원장들은 19명은 지난 6일 같은 장소서 “적대적 공생관계인 거대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지난 총선서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필연적 과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의원들 갈등
지역으로 번져

이들은 “국민들에게 정치개혁의 희망을 드리고 수권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길도 현재로선 바른정당과의 통합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가 시작된 이후, 박지원 전 대표가 내세워 온 통합 반대 주장들은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논리”라며 “호남 지역의 정치적 기득권도 내려놓고 패권적 거대 양당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나서라는 것이 지금의 국민적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호남계 초선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 초선 의원은 일명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들)라는 모임을 지속하면서 통합 반대 뜻을 모아간다는 계획이다.

분위기는 반대파가 조금 우세한 상황이다. 통합 반대파는 예산정국서 불거진 바른정당과의 이견이 통합은 물론 정책연대의 한계까지 노출했다는 점을 들어 공세를 펼친다. 

“통합 명분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서 “예산안 표결에서 바른정당 의원은 다들 반대했다”며 “어떻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는 생각의 일치가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 대표의 복심으로 통했던 최명길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통합 동력이 일정부분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호되게 당한 ‘안’ 그래도…
“되든 안되든 무조건 끝낸다”

결국 통합파 입장에서는 막판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 손학규 상임고문의 등판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오는 21일 미국 체류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다. 당초 27일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조금 앞당겨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당의 부름을 받고 예정보다 일찍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손 고문은 당내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에 갈등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등판이 통합파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손 고문은 올해 초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안철수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이후 안 후보의 대선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운 사실이 있다. 안 대표는 당 대표 당선 후 손 고문에게 당의 혁신을 담당할 제2창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손 고문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전화로 안부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일부 인사가 손 고문을 접촉했다는 설도 있다.

손학규 등판
통합파 호재?

결국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시발점으로 한 ‘새판짜기’서 손 고문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손 고문은 대선 출마 당시 ‘제7공화국’을 내세울 정도로 대표적 개헌론자다. 

이 때문에 연말연초로 예정된 개헌정국서 국민의당이 힘을 쓰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민의당서 생각할 수 있는 수는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뿐이라는 점에서 손 고문이 통합파와 함께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벌써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손 고문이 통합 정당의 대표로 적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손 고문은 자신의 귀국을 둘러싼 해석에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돌아보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며 “국내 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무슨 일을 할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연 통합파의 구세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로 호남 의원들의 원심력이 강해진 상황서 이번 12월은 정계개편의 최대 국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안계의 음모론
최명길은 통합 막기용?

친안계 인사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최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과 관련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막기 위한 탄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참 이상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소되는 족족 벌금 100만원을 넘기지 않고 80만∼90만원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당 최 전 의원은 민주당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데다 다른 선고는 잠잠한데 유독 최 전 의원만 뜬금없이 선고기일이 잡혔고 결국 의원직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뜬금없이 선고기일
결국 의원직 상실 

이어 그는 “최 전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뒤 “법원이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새로운 적폐를 쌓는다면 장차 청산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안 대표 비서출신인 이태우 청년최고위원도 “어제 대법원 판결로 우리당의 능력 있고 출중한 최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다”며 “사법부 판결은 존중한다. 다만 기소내용이 동일했던 집권당 의원은 90만원의 벌금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고, 대다수 여당의원들도 100만원 미만 벌금으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여당무죄 야당유죄’란 합리적 의심을 안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갑작스런 선고기일 지정과 판결이 우리당의 통합 논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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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