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통합’ 손학규 역할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48:35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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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칠라' 구원투수 등판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예산정국 종료를 신호탄으로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12월을 통합의 골든타임이라 지목했다. 때마침 통합 플랫폼들이 속속 창설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는 것. 덩달아 국민의당 12월 위기설도 점차 실체화되는 모습이다.
 

“한달 내 통합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결론이 날 겁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당 핵심 관계자가 지난 5일 한 말이다. 기로에 서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이 12월 중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뜻이다. 이는 국민의당 내 친안철수계(이하 친안계)의 계획이기도 하다.

2박3일 호남행
승부수 걸었다

안 대표는 중도통합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바른정당과 통합해 내년 6·13지방선거를 3자대결구도(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로 만들려는 구상이 시동을 건 것이다.

안 대표는 원외지역위원장, 당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통합론에 반대하는 호남을 방문하는 등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중도통합과 관련한 자신의 구상을 알리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친안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는 최근 안 대표와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한 수권비전위원회 발대식 및 창립 세미나를 열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봉합하는 데 열을 올렸다. 앞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여야 3당 예산안 타협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양당 대표는 서둘러 상처 봉합에 나섰다. 양당 통합파 모임 행사장서 안 대표는 유 대표에게 예산안 심사와 입법 공조 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유 대표는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향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만나자는 약속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 바른정당도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당초 정치권서 회의적으로 봤던 국민통합포럼은 10회 이상 열리며 연착륙 중이다. 

유 대표 취임 이후 ‘정책연대협의체’라는 이름의 공식 기구도 출범했다. 이 협의체는 양당의 내년 지방선거 연대는 물론 통합논의의 플랫폼이 될 것이란 평가를 듣는다. 양당은 국민통합포럼과 정책연대협의체를 투 트랙으로 통합을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예산정국 이후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이번 정기국회를 넘어서 양당이 진지한 노력으로 입법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불붙은 통합파 VS 반대파
엇박자 낸 양당 수습 박차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정책연대협의체가 있고 국민통합포럼은 이전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 양당이 노력했다는 근거는 국민을 위한 미래 개혁에 있어서 정책의 공통분모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라며 “입법과 예산보다 정치철학과 가치에 있어 양당이 공통분모를 찾아나가는 아주 소중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13일 취임 일성으로 ‘1개월 내 중도보수 통합로드맵’ 구축을 공언한 바 있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힘들어졌다. 이번 예산정국서 바른정당은 정책연대협의체를 활용, 국민의당을 통해 공무원 증원 예산 등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민주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당이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비례해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당 내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파·반대파가 각각 본격적인 세결집에 나섰다. 한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평화개혁연대는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최근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평화개혁연대는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이 함께 주도해 만들어졌다. 토론회에는 박주선 국회부의장, 최경환·이용주·이상돈·박주현·황주홍 의원 등이 참석했고 조배숙·유성엽·장정숙·김경진·정인화 의원이 축사를 보냈다. 모두 호남 지역구 의원 내지 비안철수계 인사들이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통합론에 대해 “결국 한국당까지 합당해 보수대연합을 하려는 기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당을 분열시키는 통합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가…꺼져”
봉변당한 안

정동영 의원은 “허망한 숫자를 쫓아 당을 분란으로 모는 일을 오늘부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전 대표는 “적폐연대를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주 의원은 “원외지역위원장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서라도 통합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참석자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들었다. 안 대표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좌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정면 반발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환호와 박수를 받는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축사를 위해 안 대표가 단상에 오르려는 순간 한 남성이 “통합에 반대한다. 안철수는 물러가라”라고 소리쳤다. 순간 장내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 “나가라” “철수하라” “꺼져라” 등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곳곳서 터져 나오는 고성과 야유로 안 대표는 인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박지원 전 대표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떴다.


행사장을 나온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동하는 몇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전국선거를 위해서는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어떻게 외연을 확대할지, 연대도 있고 통합도 있을 텐데 각각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리 내 웃기도 했다. 안 대표가 ‘몇 사람의 선동’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날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통합파·반대파의 갈등이 지역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호남 대 비호남의 입장차가 극명히 갈리고 있어 분당까지 초래될 위기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서울·경기·충청·강원·영남·제주 지역의 원외지역위원장 절대 다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을 찬성하는 비호남 측 원외지역위원장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있다. 국민의당 대구·경북 지역위원장들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100% 찬성한다. 양 당의 통합으로 동서 화합, 사회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사공정규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 지역위원장 17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당 충청권 원외지역위원장들은 19명은 지난 6일 같은 장소서 “적대적 공생관계인 거대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지난 총선서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필연적 과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의원들 갈등
지역으로 번져

이들은 “국민들에게 정치개혁의 희망을 드리고 수권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길도 현재로선 바른정당과의 통합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가 시작된 이후, 박지원 전 대표가 내세워 온 통합 반대 주장들은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논리”라며 “호남 지역의 정치적 기득권도 내려놓고 패권적 거대 양당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나서라는 것이 지금의 국민적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호남계 초선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 초선 의원은 일명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들)라는 모임을 지속하면서 통합 반대 뜻을 모아간다는 계획이다.

분위기는 반대파가 조금 우세한 상황이다. 통합 반대파는 예산정국서 불거진 바른정당과의 이견이 통합은 물론 정책연대의 한계까지 노출했다는 점을 들어 공세를 펼친다. 

“통합 명분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서 “예산안 표결에서 바른정당 의원은 다들 반대했다”며 “어떻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는 생각의 일치가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 대표의 복심으로 통했던 최명길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통합 동력이 일정부분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호되게 당한 ‘안’ 그래도…
“되든 안되든 무조건 끝낸다”

결국 통합파 입장에서는 막판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 손학규 상임고문의 등판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오는 21일 미국 체류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다. 당초 27일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조금 앞당겨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당의 부름을 받고 예정보다 일찍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손 고문은 당내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에 갈등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등판이 통합파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손 고문은 올해 초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안철수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이후 안 후보의 대선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운 사실이 있다. 안 대표는 당 대표 당선 후 손 고문에게 당의 혁신을 담당할 제2창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손 고문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전화로 안부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일부 인사가 손 고문을 접촉했다는 설도 있다.

손학규 등판
통합파 호재?

결국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시발점으로 한 ‘새판짜기’서 손 고문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손 고문은 대선 출마 당시 ‘제7공화국’을 내세울 정도로 대표적 개헌론자다. 

이 때문에 연말연초로 예정된 개헌정국서 국민의당이 힘을 쓰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민의당서 생각할 수 있는 수는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뿐이라는 점에서 손 고문이 통합파와 함께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벌써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손 고문이 통합 정당의 대표로 적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손 고문은 자신의 귀국을 둘러싼 해석에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돌아보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며 “국내 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무슨 일을 할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연 통합파의 구세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로 호남 의원들의 원심력이 강해진 상황서 이번 12월은 정계개편의 최대 국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안계의 음모론
최명길은 통합 막기용?

친안계 인사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최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과 관련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막기 위한 탄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참 이상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소되는 족족 벌금 100만원을 넘기지 않고 80만∼90만원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당 최 전 의원은 민주당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데다 다른 선고는 잠잠한데 유독 최 전 의원만 뜬금없이 선고기일이 잡혔고 결국 의원직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뜬금없이 선고기일
결국 의원직 상실 

이어 그는 “최 전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뒤 “법원이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새로운 적폐를 쌓는다면 장차 청산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안 대표 비서출신인 이태우 청년최고위원도 “어제 대법원 판결로 우리당의 능력 있고 출중한 최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다”며 “사법부 판결은 존중한다. 다만 기소내용이 동일했던 집권당 의원은 90만원의 벌금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고, 대다수 여당의원들도 100만원 미만 벌금으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여당무죄 야당유죄’란 합리적 의심을 안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갑작스런 선고기일 지정과 판결이 우리당의 통합 논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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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