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건국대 스캔들’ 학교 망친 비선 실세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46:28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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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최순실’ 그녀의 남자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최순실 때문에 무너졌다. 건국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학교 관계자들은 김경희 전 이사장의 측근들, 이른바 ‘여왕의 남자들’이 학교를 망쳤다고 입 모았다. 그들은 어떻게 건국대에 손을 뻗었을까.

지난 10년 사이 건국대는 각종 사건·사고로 사학 비리의 온상이 됐다. 이 모든 일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 재임 기간에 일어났다. 김 전 이사장은 1994년 법인 평이사로 취임하면서 학교 경영에 참여했다.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시동생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이사장 업고
학내 쥐락펴락

잘못된 첫 단추의 시작이었다. 그가 국내 11위 대학의 수장이 되자, 김 전 이사장의 측근들은 하루아침에 ‘여왕의 남자’로 신분이 상승했다. 복수의 건국대 관계자들은 “김 전 이사장의 측근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숱한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며 “바로 그들이 건국대를 비리 사학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설립자 유창석 선생의 가족 중 한 명은 “대학 이사장은 최고의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이사장과 휘하는 학교의 위상까지 추락시켰다”며 “그들 중 김 전 이사장을 등에 업고 학교 이권에 개입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채의 이면]


최근 김 전 이사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기업인 윤모씨의 사위가 합격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고도 건대 교수에 채용된 사실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포착됐다. 현재 재직 중인 A교수의 교수임용지원서에는 윤씨의 딸이 ‘아내(처)’로 표기돼있다.

그는 2003년 9월 건국대 교수 공개 채용에 지원했지만 1차 평가서 8명 지원자 중 6등에 그쳤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건국대는 특별채용 과정을 거쳐 A교수를 임용했다.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공개채용 1차 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곧바로 특별채용으로 임용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A교수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으며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A교수의 채용 과정서 석연찮은 점이 드러나자 김 전 이사장과 윤씨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였기에 윤씨의 사위가 건국대 교수로 특채된 것일까.

그 관계는 김 전 이사장에게 남편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학교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던 장모씨의 투서에 일부 드러나 있다. 다음은 <일요시사>가 입수한 투서 중 일부다.

‘남편이 김 전 이사장을 알기 전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다복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에게 변화가 왔고 김 전 이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김경희에게는 10년이 넘도록 사귀어 온 윤 회장(윤씨)이 있었으니, 그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라고 했습니다. 윤씨 역시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윤씨는) 김경희와 10년 이상 알고 지낸 부부나 다름이 없는 관계라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측근들 각종 이권에 개입…숱한 의혹도
현 이사장 난감한 표정으로 ‘묵묵부답’


장씨는 윤씨의 지인이었던 남편이 김 전 이사장을 소개받았고 함께 골프를 치면서 내연관계로 발전했다고 의심했다. 이 과정서 장씨는 남편에게 이혼 통보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장과 윤씨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7월 대여금반환 소송을 벌였다. 소송 과정서 윤씨는 김 전 이사장에게 수 년 동안 10억원에 달하는 선물도 줬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 1995년 5월부터 2000년까지 명절이나 김 전 이사장이 여행을 갈 때면 수백만원씩 줬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이사장 딸이자 현 이사장인 유자은 이사장이 결혼할 당시 윤씨가 4000만원이나 준 것도 재판 과정서 밝혀졌다. 실제로 윤씨의 운전기사는 “김 전 이사장 집에 돈과 선물을 수도 없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학교 관계자는 “A 교수의 채용 배경에 김 전 이사장과 윤씨의 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그것 말고는 현 사태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상한 비호

김진규 전 총장도 김 전 이사장의 측근으로 꼽혔다. 김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저지른 비리가 적발돼 현재 사기 및 횡령 혐의로 2014년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건설사 대표 박씨에게 400억원에 달하는 공학관 건설 공사를 수주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16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또 건국대와 대한임상정도관리협회서 19억여원을 횡령했다. 이외에도 카지노서 수십억대의 빚을 지는 등 도박 문제도 안고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김 전 총장)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회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무분별하게 주식투자를 하거나 카지노 도박에 몰두하는 등 장기간 무절제한 생활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다섯 개에 달하는 총장직과 학교법인 산하 각 사업체에 겸직하며 각종 공사 등에 특정업체로 수의계약을 지시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 전 총장이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김 전 이사장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 거래한 기업 회장
사위 교수로 특별채용

김 전 총장은 비리로 인해 이사회서 해임이 의결됐지만 김 전 이사장은 2012년 5월 그가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면직으로 처리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총장을 ‘공인’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김 전 총장은 자신이 김 전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내세워 건설업체 등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총장의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건설업체 대표 박모씨에게 “(나는) 건국대학교 이사장 김경희와 OO 관계다. 건국대 관련 업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인 자리서 두 사람이 ‘싸움’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2010년 7월경 예술의전당서 열린 대학인들의 행사에서 김 전 총장은 술에 취한 채 무대로 올라가 “김경희 어디 있어! 나와!”라고 주정을 부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건국대의 한 교수는 “두 사람이 싸웠다”고 말했다.

여전한 영향력

건국대 내에서는 장대수 전 건국대 노조위원장이 사실상 ‘학교 주인’이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대학 비선인 사실상 ‘최순실’ 역할을 했다는 것. 장 전 위원장은 김 전 이사장을 만든 장본인이다. 


김 전 이사장과 가까웠던 한 인사는 “김 전 이사장이 이사이던 시절 장 전 위원장에게 ‘나 좀 이사장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수장이 된 이후 장 전 위원장은 학교를 통해 사익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가 체육부장이던 시절 건국대 이천스포츠 과학 타운의 유휴토지를 임대해 부대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체육협회로부터 받은 경기력 향상 지원금이나 각종 지원금도 유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에 보고되지 않고 쓴 돈이 1억7900만원에 달했다.

장 전 위원장의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못했다. 여왕의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2007년 장 전 위원장은 건국대 선수를 프로구단으로 진출한 대가로 3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3억원 중 1800만원은 학교 발전 기금으로 내고 나머지 2억8200만원을 가로챘다. 장 전 위원장은 당시 이 때문에 70일간 형을 살았다.

2011년 장 전 위원장은 학교를 그만뒀음에도 불구하고, 건국대 병원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케이플라워 대표인데 이 업체는 당시 건국대 병원 화환류 거래 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 전 위원장은 여전히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복수의 건국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장 전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한 때 그 사람에게 충성하며 ‘이렇게 하면 학교가 망한다’고 충고도 했다. 그런데 내 말 안 듣다가 학교를 결국 말아먹었다”며 “김 전 이사장을 만든 게 나다. 개인 욕심에 눈이 멀어 딸까지 이사장으로 앉힌 거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사고 친 것은 있다. 반대파들한테 모함 당한 거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무슨 관계?

설립자 측 가족들이 김 전 이사장의 딸 유 이사장에게 “김진규나 장대수 같은 사람 내칠 수 있느냐”고 묻자 유 이사장은 당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아무 말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장직을 박탈당한 김 전 이사장은 학교 경영 경험이나 능력이 전무하고 가정 주부였던 딸을 불법적으로 세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전히 김 전 이사장이 배후서 학교 경영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경희 측 입장은?

김 전 이사장은 묵묵부답이다. 입장이나 반론, 해명 등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학교 측 관계자는 “물어봐야 하는데 답해줄 사람이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문자와 메모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건국대 측도 공식적으로 이런 의혹들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한 관계자는 “14년 전 이야기여서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 와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김 전 이사장의 문제와 의혹들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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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