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프리미엄’ 품은 단지는?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부동산의 힐링열풍이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산이나 공원, 호수, 강, 천 등 녹지에 둘러싸인 그린 프리미엄 단지들이 현대인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거공간이 휴식 및 힐링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강해졌다. 단지 주변에 산, 강, 공원, 골프장 등이 인접하면 쾌적한 주거환경과 조망권이 보장된다. 또 산책과 운동 등 여가활동을 손쉽게 즐길 수 있어 삶의 질과 더불어 생활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지역 내 아파트 시세에도 차이가 나고 있다.

1순위 마감
큰 흥행 거둬

주거용 부동산은 물론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쾌적한 환경과 그린 조망권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고 있다. ‘힐링’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후, 주거 및 판매·업무조건을 고르는 요소 중에서 녹지공간에 대한 선호도 높게 나타난다. 삶의 질을 중요시 여기는 트렌드가 분양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실제로 그린 프리미엄을 내세운 아파트의 인기는 높은 청약률에서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동탄2신도시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차’는 단지 남측에 바로 동탄2신도시의 중앙공원이 위치해있는데, 이 결과 평균 141대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되며 큰 흥행을 이뤘다. 단지 바로 인접한 곳에 광교호수공원이 있는 ‘광교 중흥S클래스’도 1순위 청약결과, 평균 3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프리미엄(웃돈)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2011년 입주한 ‘광교참누리레이크’는 광교신도시의 신대호수의 바로 옆에 분양된 아파트로 신대호수뿐 아니라 원천호수 등 그린 프리미엄을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단지인데,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4억 2821만원이었으나 최근 5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약 32% 가량 웃돈이 붙었다.


산, 공원, 호수…분양시장 녹색열풍
쾌적한 주거환경 따라 시세도 차이

2015년 8월 분양했던 ‘고덕숲 아이파크’는 단지명처럼 고덕산으로 둘러싸인 숲세권 아파트로 평균 청약률은 5.64대 1을 기록하며 청약이 마감 된 후 10월 현재 전용면적 59㎡는 5000만~1억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전용 84㎡는 5000만~80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 의왕에서 분양했던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평균 27.59대 1 경쟁률을 기록했고, 현재 최고 400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산, 백운산, 모락산 등과 공원녹지, 하천 등의 쾌적한 환경을 갖춰 주목을 받았다.

‘도시의 산소’라고 불리는 호수공원의 경우 접근성과 조망권에 따라 아파트 시세가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대표적인 호수공원인 송도 센트럴파크와 맞닿아 있는 ‘더샵센트럴파크2’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1504만원선이다. 이 아파트는 송도 센트럴파크 조망도 가능해 송도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자랑하는 리딩 아파트 중 한곳이다. 반면 송도 센트럴파크와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송도더샵그린애비뉴7단지’아파트의 매매가는 3.3㎡당 1362만원선으로, 더샵센트럴파크2차와 비교해 3.3㎡당 142만원 가량 낮게 시세가 형성돼 있다.

산과 숲길 인근 아파트 가격은 어떨까? 단지 뒤쪽으로 백련산을 품고 있는 ‘백련산힐스테이트 1~ 3차’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504만~1541만원으로 응암동(1343만원)은 물론 은평구(1,369만원) 아파트 평균매매가보다 훨씬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끼고 있는 ‘연남코오롱하늘채’전용 84㎡의 경우 숲길이 조성된 직후인 2015년 7월 평균 시세가 4억8000만원이었지만 2년3개월이 지난 현재(2017년 10월 기준) 5억7000만원으로 약 1억원의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그린 프리미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조망권의 가치다. 한강이나 골프장 등 조망권까지 갖췄다면 억대 웃돈까지 붙어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트라팰리스 전용 154㎡의 최고가는 12억6000만원(23층)으로 평균 거래가(9억2481만원)의 136% 수준에 매매가 이루어진 반면, 저층 매물은 평균 거래가의 81% 수준인 7억5000만원(4층)에 거래돼 하한가를 형성했다. 같은 면적이라도 최고가와 최저가 사이에 무려 5억10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영구조망권으로 불리는 골프장 조망권을 갖춘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탄2신도시 시범지구의 ‘롯데캐슬알바트로스’전용 101㎡의 경우 골프장 조망이 가능한 세대의 매매가는 6억3500만원, 비조망권은 5억3000만원대로 1억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서도 잭니클라우스GC 조망이 가능한 ‘송도더샵마스터뷰’(전용 84㎡)가 5억2000만원대인 반면 골프장과 떨어진 ‘송도웰카운티4단지’(전용 84㎡)는 4억7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상 속 작은 여유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킨포크’, 일본의 ‘미니멀(단샤리)’, 덴마크의 ‘휘게’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이 키워드로 떠오르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거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수익형도…
투자 1순위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쟁사회가 부여하는 긴장감과 압박을 내려놓고 집 근처에서 일상 속 작은 여유와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변으로 녹지공간이 풍부한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향후 그린 프리미엄 아파트가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아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형성된 자연환경에 단지 내에 다양한 녹지공간까지 갖춘 단지는 그만큼 희소성을 갖췄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주목 받을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단지라면 아껴뒀던 청약 통장을 사용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그린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공원 주변 상가는 하루 매출 수백만원 웃돌고 분양 및 입점 경쟁이 치열하며, 가격도 계속 상승 추세로 아파트에 이어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도 ‘녹색 바람’이 부각되고 있다. 대형공원이나 수변, 호수공원 등은 생활 속 휴식은 물론 자전거, 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에 평일이나 주말을 가릴 것 없이 많은 가족, 연인 등 방문객들을 끌어들여 주 7일 상권이 형성된다는 이점이 있다.

공원 앞 점포에 들어선 편의점, 커피전문점, 음식점의 경우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권리금이나 보증금, 월세도 높게 형성된다.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했던 ‘송파 와이즈 더샵’단지내 상가의 경우 위례신도시 중심부에 조성되는 공원~녹지~하천을 잇는 보행자 중심거리인 휴먼링 내에 위치해 있는 입지 덕분에 평균 10대 1, 최고 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개시 1개월 만에 완판됐다. 

임대료 또한 높게 형성돼 있다. 소상공인상권정보시스템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층 상권 활성화 지역을 기준으로 서울 노원구 노원역(노원역 5번출구 상계주공 5단지 인근) 주변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1㎡당 2만9109원인 반면 등나무근린공원 주변은 이보다 10% 가량 비싼 3만2100원으로 조사됐다.

전세난 등으로 주거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오피스텔 등도 마찬가지다. 단지 주변에 산과 강, 하천, 공원 등 조망권이 주를 이루던 그린 프리미엄이 최근에는 단지 내 녹지공간이 조성되어 직접 누릴 수 있는 패턴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오피스텔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은 당연 직·주근접이였다. 역세권이나 주요 업무지구 배후지역에 자리해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을 잘 갖춘 주거용 수익형 상품이 투자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공원이나 휴게시설 등 녹지공간을 까다롭게 따지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단지 주변 녹지공간은 물론 단지 내에서도 그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녹지공간이 인기요소로 떠오르면서 옥상정원과 테마공원 등 자연친화적 녹지공간과 조경 특화를 갖춘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5000만~1억원 웃돈
골프장 인근도 인기

임차인들이 녹지공간을 꼼꼼히 따지면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들은 단지 내 녹지공간을 갖춘 분양단지를 선호하는 추세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난과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와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월세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쾌적성은 물론 공원 등 방문객 수요도 흡수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원 품은 분양단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기에 웰빙, 힐링 트렌드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대형공원이나 수변, 호수공원 등이 인접한 곳이 상권 발달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녹색 프리미엄이 강점인 단지들이다.

주거용 단지

▲화정 자인채(오피스텔)= 경기 고양 덕양구 화정동 1148번지 일대에 ‘화정동 자인채’가 전세대 복층형 오피스텔과 선임대 상가가 동시에 분양 중이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만7046.24㎡, 1층부터 4층은 상가가 5층부터 15층까지는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오피스텔은 원룸 및 투룸 총 181실이고, 상가는 44개로 3면 대로와 도로를 접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경우 원룸형은 현재 분양이 마감된 상태다. 투룸 일부를 분양 중에 있는데 E타입을 기준으로 전용 41.60㎡이며 실투자금(총분양가에서 대출 60%, 보증금 2000만원 차감)은 8854만원선이다. 전세대 복층형인 오피스텔은 공간활용은 물론 3면이 개방되어 조망권과 일조권이 확보되었으며 1실 1주차가 가능해 직장인 등 임차인의 선호도가 높다. 능굴동산 및 꽃우물공원 등 조망이 가능하다.


수익형 단지

▲중흥S-클래스 센트럴에비뉴(상가)= 중흥건설은 경남 진주혁신도시에서 12월1일부터 ‘중흥S-클래스 센트럴에비뉴’상업시설 분양에 나선다. 아파트, 공공기관의 고정수요를 확보한데다, 배후수요가 풍부한 진주혁신도시 최중심에 위치해 있어 저금리 시대 수요자들의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진주혁신도시 내 최초 스트리트 수변형 상가로 주목받고 있다. 진주혁신도시 C2·3·4블록에 위치한 ‘중흥S-클래스 센트럴에비뉴’ 상업시설은 연면적 약 5만4949㎡ 약 400여실 규모로 구성된다. 

▲운정신도시 야당역 센트럴파크리움(오피스텔)= 경기도 파주시 야당동 1056-2번지에 ‘운정신도시 야당역 센트럴파크리움’오피스텔이 분양에 들어간다. 이 단지는 운정호수공원과 운정건강공원이 인접했고 수변공원까지 품고 있어 ‘트리플 공원 프리미엄’으로 통한다. 여기에 대규모 산업단지까지 인근에 있어 임대수요도 넉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은 지하 4층~지상 14층, 전용 20~29㎡, 총 252실로 구성된다. 임대수요의 경우 현재 파주 LCD 산업단지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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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