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고려제강 창업주인 홍종열 명예회장이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휘말렸다.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 여부가 자칫 큰 파장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은 홍종열 고려제강 명예회장은 한국철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꼽힌다. 고려제강을 세계 최대 특수강선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도 그의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영 일선서 물러난 뒤 고려문화재단에 설립해 10년 넘게 사회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성공한 기업가의 표본으로 인식되던 홍 명예회장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쉬지도 못하고
<세계일보>에 따르면 홍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A씨는 사실상 머슴 노릇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홍 명예회장의 운전기사로 채용된 A씨는 근로계약서 작성도 완료하지 않은 채 업무를 시작했고 회장 자택의 청소, 주방일은 물론 각종 심부름을 도맡았다는 것이다.
정씨는 오전 7시에 회장 자택에 들러 청소기를 돌리면서 일과를 시작해 취직한 이후 1년4개월 동안 한 달 평균 한 두 번의 휴일만 받고 일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상태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A씨 주장의 핵심이다.
심지어 A씨와 전직 운전기사들은 근로 시간 중 엄청난 위험에 노출돼있었음을 피력하고 있다. 안전띠를 하지 않은 채 유리창을 청소하거나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새벽 초행길을 운전하는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당한 요구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가 제보한 동영상과 녹취파일 등을 보면 좁은 발판에 올라가 난간만을 의지한 채 창문 청소를 했던 정황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당지시 폭로…정신질환 치료?
회장님보다 더한 사모님의 요구
A씨는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 온 건 해고였다. 이 과정서 홍 명예회장의 부인 김모씨가 A씨에게 부당 지시를 했던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달 20일 A씨는 명예회장 부인의 지시에 대들었다는 이유로 곧바로 차 열쇠를 빼앗긴 채 별안간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뜻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기 때문에 A씨는 위험을 감내해야 했다. 명예회장 부인 등의 부당 지시사항을 폭로한 A씨는 각종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과 신문고에 ‘부당 해고’를 구제받기 위해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알고 있는 운전기사는 상사의 발 역할을 넘어 일정 전반을 수행하는 비서, 때로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때로는 배우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이지만 운전기사에 대한 오너의 갑질은 이들의 처우가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에 비해 과히 홀대받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
고려제강 측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고려제강 홍보팀 관계자는 “A씨의 해고 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A씨는 현재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은 회사 차원의 문제와는 무관할 뿐 아니라 A씨가 주장하는 많은 부분이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