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트로이 목마’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0:32:35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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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 들어가…국회 꼭대기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돌아왔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보수대통합’이라는 기치를 걸고 지난 6일 탈당을 선언, 9일 한국당에 공식 재입당했다. 정치권은 김 전 대표의 한국당행이 과거 정치적 스승인 YS(김영삼)의 3당 합당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분석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1990년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가 3당 합당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이로써 YS가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은 단숨에 여당의 지위를 얻었다. YS는 커진 체급을 바탕으로 조직을 총동원해 라이벌인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먼저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 정치적 승부수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무대 생각은?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김 전 대표가 지난 9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 자리서 밝힌 복당의 변이다. 정치권은 김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친박(친 박근혜)계의 반발로 운신의 폭이 좁겠지만,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전 대표의 재입당은 홍준표 대표의 작품이다. 홍 대표는 투 트랙으로 친박 청산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재입당을 추진해왔다. 비록 친박청산은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재입당을 성사시킴으로써 비박계 체급 올리기에 성공했다. 


재입당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홍 대표와 김 전 대표가 힘을 합치는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적어도 친박 청산이 이뤄지기 전까지 두 사람의 밀월이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전까지는 독자적으로 운신하기 어려운 김 전 대표가 친박계의 반발을 의식해 홍 대표에게 적극 협조할 것이란 예상이다.

친박계는 김 전 대표를 비롯한 9명의 복당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표 등이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지난 6일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김 전 대표는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 및 정계 은퇴 선언을 하고 입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입당 간담회가 열린 지난 9일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고 대통령 탄핵에 앞장을 섰던, 당에 큰 해를 끼친 김 전 대표를 조건 없이 입당시키려 하고 있다”며 “홍 대표가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김 전 대표도 예외가 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김 최고위원은 재입당 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당(한국당)이 망하기를 바라며 뛰쳐나갔다가 안 망하니까 다시 슬며시 기어 들어오는 것”이라며 “이 배신자들(복당파 9명)은 곧 또 배신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 청산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와 비박(비 박근혜)계는 홍문종·김성태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파 대결로 구도가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손잡고 내친김에 의장까지?
아찔한 밀월…주객전도 우려도

김성태 의원은 대표적인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다. 홍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서 김성태 의원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 청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두 사람(홍 대표, 김 전 대표)이 손잡을 공산이 크다.

 만약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승리, 홍 대표와 함께 친박 청산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 김 전 대표의 활동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 자명하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관건은 두 사람의 밀월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당 일각에선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전후로 두 사람의 밀월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홍 대표가 주도한 지방선거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주길 원하는 비박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걸어온 정치적 길이 다르다는 점도 두 사람의 밀월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홍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지난 15대 국회 때 함께 정치에 입문한 동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친분을 쌓아온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서 홍 대표는 친이(친 이명박)계, 김 전 대표는 친박계로 활동했다.

당장 지방선거 전 원외당협위원장(이하 원외위원장) 문제를 두 사람이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당내에선 재입당 의원들이 한국당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말 당무 감사 종료 후 당협위원장에 대한 물갈이가 진행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화될 조짐이다.

갈등 지점은 재입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해당 지역에는 당 원외위원장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바른정당 9명이 한국당에 재입당하면서 교통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재입당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안성민(부산 중구·영도구), 김두겸(울산 울주군), 김성기(경기 포천·가평), 오경훈(서울 양천구을), 김진(서울 강남구갑), 양재성(서울 강북구갑), 우신구(경기 김포시을), 한기호(강원 강원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등 8명의 원외위원장들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호영 의원이 현역인 대구 수성구을 당협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홍 대표는 그동안 공식석상서 “당협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중심이 되는 게 정치적 관행”이라며 재입당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즉, 기존 한국당에 있던 원외위원장보다 바른정당에서 건너온 현역의원들이 지역을 맡는 쪽으로 발언을 해온 것이다. 


복당이 현실화된 만큼 홍 대표는 그간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곳곳에 암초

원외위원장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을 갈고닦아온 노고는 차치하더라도 한국당을 친박 세력으로 규정하며 탈당했던 의원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백기투항한 셈인데, 그 사람들에게 당협위원장 자리까지 넘겨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당 혁신위원회가 인적 혁신을 위해 당협위원장 총사퇴 방안을 꺼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당 일각서 제기되면서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당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갈등선을 김 전 대표와 홍 대표가 어떻게 봉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승민의 ‘철수 사랑’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완전히 선을 긋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적극 구애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 대표는 여야 지도부를 예방하는 과정에서 홍 대표에게 두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

반면 안 대표와의 만남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 연대·통합 가능성을 열었다. 유 대표는 안 대표와의 자리에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해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에 안 대표는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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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