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봉하사저 건설사 표적 사찰 의혹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0:14:41
  • 호수 1144호
  • 댓글 0개

MB정권 공격 “문재인이 도와줘 살았다” 폭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명박정권 당시 복수의 사정기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건설사를 표적 사찰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건설사는 2009년 4월을 전후로 검찰 수사 및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약 한달 전으로,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려던 수사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를 앞둔 시점에 변호사로 활동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건설사 회장에게 법률 조언을 해줘 눈길을 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지어진 노 전 대통령 사저는 지난 2006년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08년 초 완공됐다. 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 연면적 1277㎡(387평) 규모로 부산지역 S건설사가 시공을 맡았다. S사는 사저뿐 아니라 경호실, 의전실 등도 지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퇴임 후 곧 사저로 거취를 옮겼다.

사정기관 붙어 
탈탈 털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전 정권에 대한 사정에 손을 댔다.  2008년 8월경 검찰은 노 전 대통령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이 농협 자회사를 매입하는 과정서 불거진 특혜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박 회장이 소유한 회사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국세청 측은 “5년마다 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혔지만 표적 사찰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가시지 않았다.

해를 넘기면서 사정의 칼날은 노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2009년 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는 탈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박 회장이 거액의 뭉칫돈을 정재계에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소환이었다.


곧바로 그해 4월 언론에 의해 ‘논두렁 시계’ 의혹이 불거졌다. KBS는 ‘검찰이 박 회장을 수사하던 중 2006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스위스제 명품시계 2점을 선물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후 SBS는 더 나아가 ‘해당 시계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권양숙 여사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했다. 두 기사 모두 검찰의 수사 내용을 언론이 받아쓴 검찰발 기사였으며 최근 완벽한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논두렁 시계 의혹이 불거졌던 2009년 4월경, 검찰이 S사를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복수의 언론사는 당시 ‘검찰이 ‘주식회사 봉화’의 자금 50억원 중 3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지은 S사에 투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노무현 서거 한달 전 검찰 수사
곧바로 국세청 비정기 세무조사

주식회사 봉화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007년 9월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농촌 자연관광 사업과 전원주택 건설·분양·임대를 목적으로 만든 회사다.

또 복수의 언론사는 같은 기간 ‘검찰은 S사와 지분의 절반을 공유하고 있는 S기업이 2008년 1월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부산 망미2구 재개발공사 지분 20%를 넘겨받아 특혜성 계약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향후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S사 회장 L씨는 최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언론사에서 나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때렸다. 내가 큰 공사를 했는데 조사를 안 한다고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냈다. 대검찰청 중수부서 나를 불렀다. 회사 장부를 가져오라 해서 가져가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이 나에게 ‘어떤 연유로 (사저) 공사를 하게 되었느냐. 공사비는 제대로 받았느냐’ 등을 물었다. 수사해도 별 문제가 없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애초에 입건도 되지 않았다. 내사만 하다가 끝난 것이다.”

L씨의 지인인 한 부산지역 재계 인사는 “L씨가 사석서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후 많은 핍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L씨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상담 받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S사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2009년은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변호사 활동을 하던 시기다. L씨는 문 대통령이 여러 법률 조언을 해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격동의 2009년
노무현 정조준

“(문 대통령이) 그때 변호사를 하고 있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나하고 몇 가지 의논을 했다. 그때 문 대통령이 ‘회사가 잘못한 게 있느냐’고 나에게 물어보더라. 그래서 내가 ‘그런 건 없다’고 하니 ‘그러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얘기하자. 꿇릴 게 없지 않냐’고 조언을 해줬다.”

L씨는 검찰 수사를 전후로 국세청으로부터 두 차례 세무조사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가 있기 전 한차례 정기조사가 있었다. 그리고 검찰 수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세무조사를 한 번 더 받았다. 내가 세금을 워낙 많이 내서 둘 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검찰 수사 후 세무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어 세무조사 후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며 “그러나 반대의 경우, 즉 검찰 수사 후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S사가 세무조사를 받은 시기를 특정하기 위해 국세청 측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개별기업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S의 법무팀 측은 ‘검찰 수사 후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비정기 세무조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내사 움직임
검발 기사까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끈 ‘논두렁 시계’ 의혹이 검찰발 기사로 시작됐듯, 이 건 역시 검찰이 언론사에 정보를 흘려 준 검찰발 기사다. L씨는 <일요시사>와 통화하기 전까지 “언론사에서 S사를 수사 안 한다고 해 검찰이 나선 것이다. 당시 검찰이 나에게 그렇게 얘기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기사를 들여다 본 법사위 관계자는 “전형적인 검찰발 기사다. 언론사에 정보를 흘린걸 보니 (당시) 수사가 꽤나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결국 S사를 겨냥한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노 전 대통령 ‘망신주기’의 일환 아니었냐는 합리적 의혹 제기가 가능한 셈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이하 개혁위)는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09년 4월19일과 20일 내부 회의서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발표했다.

또 개혁위에 따르면, 원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한 간부는 그해 4월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면서 “고가 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방위 압박…아무것도 안 나와 
문, 변호사 시절 회장에 조언


국정원 직원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직접 협조 요청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2009년 4월 원 전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국내 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정원 KBS 담당 요원은 KBS 측에 2009년 5월7일자 한 유력 일간지서 나온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며 고대영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현금 2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당시 권언유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 결과 노 전 대통령 주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검찰청을 드나들어야 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구속되고 이어 조카사위인 연철호씨,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까지 줄줄이 소환됐다. L씨도 사저를 지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려가야만 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 주변 인사 등에 대한 전 방위 압박, 그 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혐의 없음 종결
목적은 망신주기?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유서를 남긴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투신해 서거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노무현? MB-자한당 플랜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으로 수세에 몰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격을 시사했다. 

지난 14일 JTBC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집권 5년 동안 노무현정부에 대해 쌓아놓은 자료가 있다”며 “이제 6개월 정권 잡은 사람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더 많이 알겠느냐, 5년 동안 정권 잡았던 우리(이 전 대통령) 쪽이 노무현정부에 대해 많이 알겠느냐.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겠지만, 검찰이 무리수를 두면 (자료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국정조사 카드로 맞불을 놨다. 모든 정권서의 특별활동비(이하 특활비) 국정조사를 요구해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최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정권 당시 청와대 특활비로 보이는 돈이 권양숙 여사로 흘러들어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며 “이 의혹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대통령 특활비 12억5000만원을 차명계좌로 관리·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6년형을 받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건과 연관돼있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근원적인 의혹 해소를 위해 국정조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국민들이 소상히 알 수 있게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고 만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당 단독으로라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자금 문제뿐 아니라 문 대통령 아들 특혜채용 의혹은 물론, 김대중-노무현정권의 특활비 지출 내역에 대한 검찰수사도 촉구했다. 

특위는 “사람 죽이는 정치보복, 사람 내모는 인사보복으로도 모자라, 지난 정권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는 정책보복까지 문재인 보복정치의 광풍은 그 끝을 모르고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표도 박근혜정부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서 “5년짜리 정권이 나라의 연속성을 망치고 모든 것을 완장부대가 인민재판 하듯 상황을 몰아간다”며 영화 <친구>에 나온 대사를 언급, “이제 많이 묵었으면 그만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목>
z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