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50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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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없는 사정 칼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시점이 묘하다. 제1야당의 경질 요구도 없다. 불쑥 튀어나온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 비리가 온갖 뒷말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알력설’ ‘검찰 기획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전 수석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 그리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추적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협회 사무실과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윤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이후 윤씨를 포함해 전직 비서관 2명 등 총 3명을 긴급체포했다. 

전직 비서관
구속영장 청구

이들이 허위 용역 거래를 통해 협회 공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자금을 빼돌린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3명에게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자금세탁) 등 혐의다. 윤씨 등은 전 수석 의원실서 근무하던 2015년 7월경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받은 협회 후원금 3억원 중 일부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윤씨 등 비서관 2명이 브로커와 공모해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며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중 윤씨에게 e스포츠협회 후원금 제공 관련 특가법상 제3자뇌물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빼돌린 금액이 1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이에 정치권은 검찰의 수사가 과연 청와대 핵심인 전 수석에게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자금 유용에 관여한 체포된 3인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 수석이나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서 말할 내용이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 사건 수사가 전 수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장이자 롯데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만약 윤씨 등이 빼돌린 돈의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전 수석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다.

전 수석은 윤씨 등이 체포된 날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며 입장문을 보냈다.

애매한 시점 
뒷말 무성

사건의 본질과 별개로 정치권은 검찰의 발표 시점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정치권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사안이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해 6월 사실상 전 계열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롯데그룹 비리사건 수사 과정서 롯데홈쇼핑 비자금 단서를 포착해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차례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그러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본격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8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서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이 이 시점에 너무 신속하게 언론에 보도됐다. 뭔가 모종의 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내부서 누군가 흘렸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모 신문 단독보도로 인해 상황이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실제 전 수석과의 관련성 부분은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마치 전 수석이 확실하게 관여된 것처럼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부분은 약간 물 타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자체 인지해 내사를 벌이면서 전 수석 주변을 둘러싼 수상쩍은 자금 관계를 포착, 정식 수사 전환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무반응도 뒷말을 낳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와 관련된 사건임에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일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해당 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검찰 수사와 관련된 사항에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좁혀오는 수사망, 타깃은 결국…
당황한 정치권, 상황 예의주시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알력설이 제기되고 있다. 전 수석이 평소 갈등이 있었던 소위 학생운동권 출신들로부터 내치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내치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 수석이 현재 청와대서 근무하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성향이 달라 사안별로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또 해당 설을 주장하는 일부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해 온 전 수석을 탐탁지 않게 여겨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헛소문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의문 중 하나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이 지난 7일 논평 말미에 “한국당은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몰이’를 물타기하기 위한 수사, 정권 실세를 위한 면죄부 수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과 함께 예의주시 할 것”이라며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살아있는 권력의 치부까지도 성역 없이 수사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세워나야 한다”고 밝혔다. 

경질 요구는 어느 대목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기소에 대해서는 전 수석과는 달리 경질을 촉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서 “청와대는 이쯤해서 바람 잘 날 없는 탁 행정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탁 행정관도 양심이 있다면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표를 내고 청와대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대선 당시 투표 독려 행사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다른 반응
무슨 꿍꿍이?

야당 입장서 이 같은 일련의 여권발 사건은 호재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정부와 집권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 수석과 탁 행정관 사건을 묶어 청와대 인사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탁 행정관만 지적할 뿐, 전 수석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 수석 관련 사건은) 한국당서 반색할 사건인데 이상하리 만큼 너무 조용하다”며 “과거에 전 수석이 원내대표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조용한 건지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는 국민의당의 반응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만약 검찰 수사로 전 수석이 불법을 저지른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야말로 메가톤급 인사 참사가 분명하다”라며 “청와대는 인사 참사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그 뇌관을 제거하고 시스템을 혁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서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자리에 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문 대통령은 하루 빨리 전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불과 1년 전 국민의당은 민정수석 자리를 꿰차고 버티며 온갖 수사 방해 행위를 일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136일간 외쳤고, 결국 끌어내렸다”며 전 수석을 우 전 수석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의혹을 받고 있던 우 전 수석의 사퇴를 주장했었다. 만약 잊었다면 당 이름을 아예 ‘내로남불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때리는’ 국민당 
‘조용한’ 한국당

일각에선 ‘검찰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다. ‘적폐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검찰이 수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 정권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이 근래 들여다본 게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묵혀오던 것인데 갑자기 터트렸다. 그것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말이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투신자살로 검찰 내부가 어수선한 가운데 수사가 공개된 점도 이상하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을 위해 검찰이 수사 공개 시점을 정무적으로 판단한 느낌이 든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의 결과가 현직 검사의 구속, 변 검사의 투신으로 이어지자 민주당에 대한 검찰 내부의 저항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이 전 정권은 물론 정부·여당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적폐 수사가 일단락되면 급물살을 탈 검찰개혁 과정서 검찰이 정치권과의 주도권 싸움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만약 검찰이 전 수석뿐 아니라 여러 정부·여당 인사와 관련된 비리를 드러내면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은 물 건너갈 수 있다. 

당에서 검찰개혁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검찰이 여권 인사를 겨냥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심상치 않게 보는 분위기다.

분노한 검찰
긴장한 여당

일각에선 변 검사의 자살로 압박수사 의혹에 빠진 검찰이 물타기로 굵직한 사건을 꺼낸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그러나 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검찰이 이미 전 수석 측근 등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해당 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죽음과 이번 (전 수석 측근) 수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당 설에 대해 일축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야 윤석열 난타, 왜?

여야 의원들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질타했다. 이 과정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고 변창훈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 2년간 6명이 검찰 수사 도중 사망했다”며 “적폐 청산은 해야 하지만 안타까운 희생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본래 기능에 충실했다면 그 안에 있는 유능한 검사들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에 기여하며 자랑스레 공직생활을 했을 것이고 이런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인의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국가정보원 수사방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가정보원 관련 수사를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재배당을 깊이 고려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며 “적어도 대검찰청과 법무부서 수사 지휘를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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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