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50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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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없는 사정 칼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시점이 묘하다. 제1야당의 경질 요구도 없다. 불쑥 튀어나온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 비리가 온갖 뒷말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알력설’ ‘검찰 기획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전 수석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 그리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추적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협회 사무실과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윤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이후 윤씨를 포함해 전직 비서관 2명 등 총 3명을 긴급체포했다. 

전직 비서관
구속영장 청구

이들이 허위 용역 거래를 통해 협회 공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자금을 빼돌린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3명에게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자금세탁) 등 혐의다. 윤씨 등은 전 수석 의원실서 근무하던 2015년 7월경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받은 협회 후원금 3억원 중 일부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윤씨 등 비서관 2명이 브로커와 공모해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며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중 윤씨에게 e스포츠협회 후원금 제공 관련 특가법상 제3자뇌물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빼돌린 금액이 1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이에 정치권은 검찰의 수사가 과연 청와대 핵심인 전 수석에게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자금 유용에 관여한 체포된 3인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 수석이나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서 말할 내용이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 사건 수사가 전 수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장이자 롯데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만약 윤씨 등이 빼돌린 돈의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전 수석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다.

전 수석은 윤씨 등이 체포된 날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며 입장문을 보냈다.

애매한 시점 
뒷말 무성

사건의 본질과 별개로 정치권은 검찰의 발표 시점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정치권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사안이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해 6월 사실상 전 계열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롯데그룹 비리사건 수사 과정서 롯데홈쇼핑 비자금 단서를 포착해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차례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그러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본격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8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서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이 이 시점에 너무 신속하게 언론에 보도됐다. 뭔가 모종의 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내부서 누군가 흘렸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모 신문 단독보도로 인해 상황이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실제 전 수석과의 관련성 부분은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마치 전 수석이 확실하게 관여된 것처럼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부분은 약간 물 타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자체 인지해 내사를 벌이면서 전 수석 주변을 둘러싼 수상쩍은 자금 관계를 포착, 정식 수사 전환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무반응도 뒷말을 낳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와 관련된 사건임에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일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해당 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검찰 수사와 관련된 사항에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좁혀오는 수사망, 타깃은 결국…
당황한 정치권, 상황 예의주시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알력설이 제기되고 있다. 전 수석이 평소 갈등이 있었던 소위 학생운동권 출신들로부터 내치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내치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 수석이 현재 청와대서 근무하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성향이 달라 사안별로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또 해당 설을 주장하는 일부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해 온 전 수석을 탐탁지 않게 여겨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헛소문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의문 중 하나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이 지난 7일 논평 말미에 “한국당은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몰이’를 물타기하기 위한 수사, 정권 실세를 위한 면죄부 수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과 함께 예의주시 할 것”이라며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살아있는 권력의 치부까지도 성역 없이 수사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세워나야 한다”고 밝혔다. 

경질 요구는 어느 대목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기소에 대해서는 전 수석과는 달리 경질을 촉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서 “청와대는 이쯤해서 바람 잘 날 없는 탁 행정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탁 행정관도 양심이 있다면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표를 내고 청와대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대선 당시 투표 독려 행사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다른 반응
무슨 꿍꿍이?

야당 입장서 이 같은 일련의 여권발 사건은 호재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정부와 집권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 수석과 탁 행정관 사건을 묶어 청와대 인사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탁 행정관만 지적할 뿐, 전 수석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 수석 관련 사건은) 한국당서 반색할 사건인데 이상하리 만큼 너무 조용하다”며 “과거에 전 수석이 원내대표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조용한 건지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는 국민의당의 반응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만약 검찰 수사로 전 수석이 불법을 저지른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야말로 메가톤급 인사 참사가 분명하다”라며 “청와대는 인사 참사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그 뇌관을 제거하고 시스템을 혁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서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자리에 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문 대통령은 하루 빨리 전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불과 1년 전 국민의당은 민정수석 자리를 꿰차고 버티며 온갖 수사 방해 행위를 일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136일간 외쳤고, 결국 끌어내렸다”며 전 수석을 우 전 수석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의혹을 받고 있던 우 전 수석의 사퇴를 주장했었다. 만약 잊었다면 당 이름을 아예 ‘내로남불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때리는’ 국민당 
‘조용한’ 한국당

일각에선 ‘검찰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다. ‘적폐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검찰이 수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 정권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이 근래 들여다본 게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묵혀오던 것인데 갑자기 터트렸다. 그것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말이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투신자살로 검찰 내부가 어수선한 가운데 수사가 공개된 점도 이상하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을 위해 검찰이 수사 공개 시점을 정무적으로 판단한 느낌이 든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의 결과가 현직 검사의 구속, 변 검사의 투신으로 이어지자 민주당에 대한 검찰 내부의 저항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이 전 정권은 물론 정부·여당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적폐 수사가 일단락되면 급물살을 탈 검찰개혁 과정서 검찰이 정치권과의 주도권 싸움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만약 검찰이 전 수석뿐 아니라 여러 정부·여당 인사와 관련된 비리를 드러내면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은 물 건너갈 수 있다. 

당에서 검찰개혁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검찰이 여권 인사를 겨냥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심상치 않게 보는 분위기다.

분노한 검찰
긴장한 여당

일각에선 변 검사의 자살로 압박수사 의혹에 빠진 검찰이 물타기로 굵직한 사건을 꺼낸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그러나 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검찰이 이미 전 수석 측근 등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해당 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죽음과 이번 (전 수석 측근) 수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당 설에 대해 일축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야 윤석열 난타, 왜?

여야 의원들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질타했다. 이 과정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고 변창훈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 2년간 6명이 검찰 수사 도중 사망했다”며 “적폐 청산은 해야 하지만 안타까운 희생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본래 기능에 충실했다면 그 안에 있는 유능한 검사들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에 기여하며 자랑스레 공직생활을 했을 것이고 이런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인의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국가정보원 수사방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가정보원 관련 수사를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재배당을 깊이 고려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며 “적어도 대검찰청과 법무부서 수사 지휘를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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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