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연이은 만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매년 수차례에 걸쳐 비슷하게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사장 선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해결책을 위한 조직 개혁의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입건됐다. 지난달 안양북부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폭행 및 폭언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터져 나온 구설이었다.
연이은 구설
인천 서부경찰서는 강요 혐의로 인천시 서구의 새마을금고 이사장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8월 3차례 회식을 하면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하거나 회식 참석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손님들 사이에 여직원을 앉게 하고 술을 따르게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직원 17명은 A씨의 만행을 참다못해 지난달 이사장을 집단 고소했고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회식 준비를 시킨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근무 외의 일은 원칙적으로 시켜서는 안 된다”며 “고용 관계를 이용해 회식 자리에 강제로 참석하게 하거나 준비하게 한 부분은 갑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만행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경기 안양 북부지역의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 B씨는 임직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18일 안양 만안경찰서는 B씨가 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사실을 파악해 수사에 나섰다.
폭행은 수차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 시간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한 직원은 뺨을 수차례 맞았고 해당 직원은 고막이 찢어져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서류를 뒤엎거나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상무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B씨는 직원들에게 폭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경찰 조사까지 본격화되자 B씨는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내용이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회사 차원의 징계와 형사 고발도 예상된다.
개고기 강요에 폭행까지
지역 이사장 연이은 추문
이처럼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연루된 각종 사건 사고가 꾸준히 불거지는 근본적 원인은 이사장 선출 제도서 찾을 수 있다. 선출직으로 선정되는 이사장 제도에 따라 전문성, 도덕성이 결여된 지역 유지 등이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 연임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임기 제도가 2005년에 개정된 이래 올해 말 기준 10년 이상 재임하게 되는 이사장은 425명(전체의 32.3%)이다. 심지어 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는 42년간 이사장직을 유지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방식과 절차상의 문제점으로 연결된다. 선거 형식이 선관위위탁이 아니라서 허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선관위 직원 1명이 금고 선관위원으로서 형식적으로 협조만 할 뿐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부실한 관리 체계는 새마을금고가 잦은 금융사고 및 불법대출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2013년 이후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발생내역 및 불법대출 현황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 건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동일 고객에 대한 대출한도를 초과한 새마을금고의 불법대출 적발내역은 총 477건, 초과 대출액은 2025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784억4200만원, 2015년 403억8100만원, 2016년 377억200만원 등으로 연 평균 400억원 수준의 불법 대출이 반복됐다.
직원에 의한 금융사고 액수는 줄어든 반면 발생건수는 2014년 10건, 2015년 12건, 2016년 13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대부분 금융사고는 대출금 및 인출자금에 대한 횡령으로 지난 5년간 발생한 금융사고 49건 중 횡령사고가 46건으로 93%를 차지했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 기준 행정안전부의 경영실태 평가서 보통 이하의 등급을 받은 지역금고는 121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국의 16개 새마을금고가 자본잠식률이 100%를 초과해 심각한 경영위기 상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의 빈번한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15년에는 새마을 금고 직원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7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채 구속됐다. 다른 직원은 회계 조작을 통해 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부실한 관리
이런 가운데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신종백 회장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신 회장 임기 동안 새마을금고는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