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운대 ‘법조 스캔들’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0:26:30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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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판사 룸살롱에 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한 법무법인이 부산고등법원 판사를 상대로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일요시사>는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이 당시 부산고법 판사와 해운대구에 위치한 모 룸살롱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 제공자는 이러한 접대 문화가 지역 법조계에 만연해있다고 귀띔했다. <일요시사>는 부산에 드리운 사법 비리를 파헤쳤다.
 

법무법인A는 부산을 대표하는 대형 로펌 중 하나다. 법인이 설립된 후 지역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아 해결해왔다.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해당 로펌은 전직 부산고법·지법 판사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해 승률이 높다. 특히 A의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인 B변호사는 수임료가 높지만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향판 출신 다수 
그가 맡으면 성공

부산서 거주 중인 한 사업가는 “B변호사가 (돈을) 많이 달라고는 한다”면서도 “안 되는 걸 풀어낸다. 진짜 어려운 것도 해결한다. 아는 사람이 돈 빌려줬던 게 이상하게 사기로 넘어간 적이 있는데 합의를 이끌어내더라. 꼭 성공시켜야 하는 건 B변호사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B변호사는 울산의 한 중견기업 항소심을 맡아 1심 판결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당시 1심은 울산지법서 진행됐다. 소액주주들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가 된 기업 측은 사건을 서울에 있는 ‘법무법인 새빛’에게 맡겼다. 

새빛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울산에 위치한 기업이 울산지법서 진행되는 재판을 굳이 서울의 새빛에게 맡긴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업 측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울산지법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서 패한 것이다. 기업 측은 1심 판결이 난 그달 부산고법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고법은 C부장판사를 2심 재판장으로 결정했다. 기업 측은 1심을 맡은 새빛을 교체하기로 결정, 법무법인A 소속 B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다고 알렸다.

부산 법조인 가는
단골 룸살롱 있다

변호인 교체 소식을 들은 소액주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B변호사가 가진 인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오랜 기간 부산 법조계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소액주주들은 2심 재판이 편파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 소액주주는 “두 차례 변론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상대방 측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대로는 재판서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선택한 방법은 재판 기피 신청이었다. “재판을 계속 진행해봤자 결과는 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43조(당사자의 기피권)에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 변호사도 자신에게 일정부분 리스크가 있는 기피 신청을 막지 않았다. 단지 실제 기피 신청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3차 변론이 열렸다. 소액주주 측은 여전히 재판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느꼈다. 화가 난 소액주주 측 변호사는 법정서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퇴장했다고 한다.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부산고법은 15일 이내에 인용(재판장 변경) 또는 기각(재판 속개)을 선택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소액주주 측으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도 (부산고법에서는)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고 소액주주는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부산 대형로펌 접대 정황 녹취록 입수
서울대 법대 동기…평소 아삼륙 파악

수상하다고 느낀 소액주주 중 일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B변호사와 C부장판사 간 유착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정황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소문하던 중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고급 한정식당에 두 사람이 자주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물론 D변호사도 단골이라는 것이다. D변호사는 B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A 소속으로 부산고법·지법에서 판사를 지낸 후배다. 

이에 해당 식당 사장과 친분이 있던 한 소액주주는 B변호사와 C부장판사의 관계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식당 사장은 D변호사를 통해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전해 듣고 그 내용을 부탁한 소액주주에게 털어놨다.

“D변호사에게 은근슬쩍 물어봤더니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아삼륙(둘도 없이 친한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더라. 진짜 아삼륙이라더라. 자신(D변호사)도 B변호사와 친하지만 한양대 출신이라 같이 서울대를 나온 두 사람(B변호사·C부장판사)이 굉장히 친하다고 말했다. ‘사건 이런 건 B변호사랑 붙으면 성공한다’고도 알려줬다.”

식당 주인은 D변호사로부터 확인한 내용뿐 아니라 직접 보고 들은 내용도 소액주주에게 전했다. 그중 두 사람이 룸살롱을 함께 다닌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우리 식당에) 단체로 와서 잘 가는 데가 따로 있다. 변호사님하고 판사님들만 가는 데다.” 해당 식당과 룸살롱은 장산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지척거리다.


갑자기 재배당
뭘 숨기려 했나

식당 주인은 B변호사와 룸살롱 마담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B변호사는 먼저 룸살롱에서 술 한 잔하고 우리 식당서 식사하고 마담 집으로 갔다. 자주 갔다. 마담을 처음 봤을 때 키가 커다라니 아파트 짓고 하면 거기 모델하는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더니 결혼도 안 하고 그걸(룸살롱) 경영하고 있더라.”

B변호사는 마담을 식당 주인이 다니는 모임에 넣어주라고 추천도 했다고 한다. “내가 하는 모임이 있다. (한날은) B변호사님이 꼭 한명을 추천해서 (모임에) 넣겠다고 그랬는데 걔(마담)가 맞더라. 변호사님이 추천한다는데 안 된다고 말할 필요가 없어서 내버려뒀다. 그 룸살롱에 한 번씩 가면 그 계통(법조인)이 많이 와 있었다.”
 

소액주주는 식당 주인의 말을 녹취, 자신의 변호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녹취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변호인은 녹취록 공개를 한사코 말렸다. 녹취록 공개를 주장한 소액주주는 “우리 변호사가 미안해하면서도 B변호사가 서울대 선배라 공개되면 자기도 죽는다고 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안으로 해당 내용을 적시한 진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감사에 나서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감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액주주는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대법원 측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술 마시면 마담 집으로”


시간을 끌던 부산고법은 사건을 재배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액주주들은 드디어 부산고법으로부터 재판장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그해 법원 정기 인사가 있었는데 소액주주들은 C부장판사가 그때 전보 발령이 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재판장 교체는 C부장판사의 전보 발령 때문이 아닌 다른 부로 재배당 된 결과였다. 당시 부산고법의 결정에 대해 “기피 신청을 받아주자니 문제가 되고 안 받아주자니 진정서 내용이 심상치 않으니 조용히 재배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액주주 측은 해석했다.

2심서 재판장이 바뀌었지만 소액주주 측은 패배했다. 

부산고법은 “신주발행은 기업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정관이 정한대로 이루어졌으므로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려야만 할 정도로 시급한 경영상 필요가 신주 발행 당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울산지법의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이 떨어졌다.

소액주주 측은 아직도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전형적인 향판(특정 고등법원 관할 안에서만 근무한 법관)들의 비리다. 판결이라는 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증거가 나와 판결이 바뀌었다고 하면 수긍한다. 그런데 당시 새로운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의혹 전면 반박
“사실이 아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는 B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 ‘C부장판사와 가까운 사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히 대학 동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주 드나들었다는 룸살롱과 마담의 존재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C부장판사와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드나들었다는 녹취록에 대해서는 “그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이해관계에 맞춰서 얘기를 하는 모양”이라며 “택도 없는 소리다.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문제적 인물

B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A 소속인 D변호사가 과거 골프·성접대 등 향응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고법의 판사였던 D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형사피고인으로부터 15차례 골프접대를 받는가 하면, 피고인의 변호인과 룸살롱도 함께 간 것으로 드러났다. 스캔들이 터진 후 D변호사는 법관을 그만두고 법무법인A서 일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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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