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운대 ‘법조 스캔들’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0:26:30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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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판사 룸살롱에 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한 법무법인이 부산고등법원 판사를 상대로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일요시사>는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이 당시 부산고법 판사와 해운대구에 위치한 모 룸살롱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 제공자는 이러한 접대 문화가 지역 법조계에 만연해있다고 귀띔했다. <일요시사>는 부산에 드리운 사법 비리를 파헤쳤다.
 

법무법인A는 부산을 대표하는 대형 로펌 중 하나다. 법인이 설립된 후 지역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아 해결해왔다.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해당 로펌은 전직 부산고법·지법 판사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해 승률이 높다. 특히 A의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인 B변호사는 수임료가 높지만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향판 출신 다수 
그가 맡으면 성공

부산서 거주 중인 한 사업가는 “B변호사가 (돈을) 많이 달라고는 한다”면서도 “안 되는 걸 풀어낸다. 진짜 어려운 것도 해결한다. 아는 사람이 돈 빌려줬던 게 이상하게 사기로 넘어간 적이 있는데 합의를 이끌어내더라. 꼭 성공시켜야 하는 건 B변호사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B변호사는 울산의 한 중견기업 항소심을 맡아 1심 판결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당시 1심은 울산지법서 진행됐다. 소액주주들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가 된 기업 측은 사건을 서울에 있는 ‘법무법인 새빛’에게 맡겼다. 

새빛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울산에 위치한 기업이 울산지법서 진행되는 재판을 굳이 서울의 새빛에게 맡긴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업 측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울산지법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서 패한 것이다. 기업 측은 1심 판결이 난 그달 부산고법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고법은 C부장판사를 2심 재판장으로 결정했다. 기업 측은 1심을 맡은 새빛을 교체하기로 결정, 법무법인A 소속 B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다고 알렸다.

부산 법조인 가는
단골 룸살롱 있다

변호인 교체 소식을 들은 소액주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B변호사가 가진 인맥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오랜 기간 부산 법조계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소액주주들은 2심 재판이 편파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 소액주주는 “두 차례 변론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상대방 측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대로는 재판서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선택한 방법은 재판 기피 신청이었다. “재판을 계속 진행해봤자 결과는 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43조(당사자의 기피권)에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 변호사도 자신에게 일정부분 리스크가 있는 기피 신청을 막지 않았다. 단지 실제 기피 신청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3차 변론이 열렸다. 소액주주 측은 여전히 재판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느꼈다. 화가 난 소액주주 측 변호사는 법정서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퇴장했다고 한다.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부산고법은 15일 이내에 인용(재판장 변경) 또는 기각(재판 속개)을 선택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소액주주 측으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도 (부산고법에서는)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고 소액주주는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부산 대형로펌 접대 정황 녹취록 입수
서울대 법대 동기…평소 아삼륙 파악

수상하다고 느낀 소액주주 중 일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B변호사와 C부장판사 간 유착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정황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소문하던 중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고급 한정식당에 두 사람이 자주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물론 D변호사도 단골이라는 것이다. D변호사는 B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A 소속으로 부산고법·지법에서 판사를 지낸 후배다. 

이에 해당 식당 사장과 친분이 있던 한 소액주주는 B변호사와 C부장판사의 관계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식당 사장은 D변호사를 통해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전해 듣고 그 내용을 부탁한 소액주주에게 털어놨다.

“D변호사에게 은근슬쩍 물어봤더니 B변호사와 C부장판사는 ‘아삼륙(둘도 없이 친한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더라. 진짜 아삼륙이라더라. 자신(D변호사)도 B변호사와 친하지만 한양대 출신이라 같이 서울대를 나온 두 사람(B변호사·C부장판사)이 굉장히 친하다고 말했다. ‘사건 이런 건 B변호사랑 붙으면 성공한다’고도 알려줬다.”

식당 주인은 D변호사로부터 확인한 내용뿐 아니라 직접 보고 들은 내용도 소액주주에게 전했다. 그중 두 사람이 룸살롱을 함께 다닌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우리 식당에) 단체로 와서 잘 가는 데가 따로 있다. 변호사님하고 판사님들만 가는 데다.” 해당 식당과 룸살롱은 장산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지척거리다.


갑자기 재배당
뭘 숨기려 했나

식당 주인은 B변호사와 룸살롱 마담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B변호사는 먼저 룸살롱에서 술 한 잔하고 우리 식당서 식사하고 마담 집으로 갔다. 자주 갔다. 마담을 처음 봤을 때 키가 커다라니 아파트 짓고 하면 거기 모델하는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더니 결혼도 안 하고 그걸(룸살롱) 경영하고 있더라.”

B변호사는 마담을 식당 주인이 다니는 모임에 넣어주라고 추천도 했다고 한다. “내가 하는 모임이 있다. (한날은) B변호사님이 꼭 한명을 추천해서 (모임에) 넣겠다고 그랬는데 걔(마담)가 맞더라. 변호사님이 추천한다는데 안 된다고 말할 필요가 없어서 내버려뒀다. 그 룸살롱에 한 번씩 가면 그 계통(법조인)이 많이 와 있었다.”
 

소액주주는 식당 주인의 말을 녹취, 자신의 변호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녹취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변호인은 녹취록 공개를 한사코 말렸다. 녹취록 공개를 주장한 소액주주는 “우리 변호사가 미안해하면서도 B변호사가 서울대 선배라 공개되면 자기도 죽는다고 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안으로 해당 내용을 적시한 진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감사에 나서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감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액주주는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대법원 측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술 마시면 마담 집으로”


시간을 끌던 부산고법은 사건을 재배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액주주들은 드디어 부산고법으로부터 재판장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그해 법원 정기 인사가 있었는데 소액주주들은 C부장판사가 그때 전보 발령이 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재판장 교체는 C부장판사의 전보 발령 때문이 아닌 다른 부로 재배당 된 결과였다. 당시 부산고법의 결정에 대해 “기피 신청을 받아주자니 문제가 되고 안 받아주자니 진정서 내용이 심상치 않으니 조용히 재배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액주주 측은 해석했다.

2심서 재판장이 바뀌었지만 소액주주 측은 패배했다. 

부산고법은 “신주발행은 기업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정관이 정한대로 이루어졌으므로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려야만 할 정도로 시급한 경영상 필요가 신주 발행 당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울산지법의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이 떨어졌다.

소액주주 측은 아직도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전형적인 향판(특정 고등법원 관할 안에서만 근무한 법관)들의 비리다. 판결이라는 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증거가 나와 판결이 바뀌었다고 하면 수긍한다. 그런데 당시 새로운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의혹 전면 반박
“사실이 아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는 B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 ‘C부장판사와 가까운 사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히 대학 동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주 드나들었다는 룸살롱과 마담의 존재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C부장판사와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드나들었다는 녹취록에 대해서는 “그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이해관계에 맞춰서 얘기를 하는 모양”이라며 “택도 없는 소리다.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문제적 인물

B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A 소속인 D변호사가 과거 골프·성접대 등 향응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고법의 판사였던 D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형사피고인으로부터 15차례 골프접대를 받는가 하면, 피고인의 변호인과 룸살롱도 함께 간 것으로 드러났다. 스캔들이 터진 후 D변호사는 법관을 그만두고 법무법인A서 일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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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