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문재인 손익계산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0:21:10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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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상극…한국에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떠난다. 한국 방문은 내달 7일 오전에 입국해 8일 오후에 출발하는 1박2일 일정. 주무부처는 동선 및 주요 현안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문재인정부가 이번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을 통해 얻게 득실을 따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트럼프 방한 손익계산서’를 전망해봤다.
 

백악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이번 순방은 미국과 아시아 5개국의 동맹을 강조,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성격이 강하다. 

어떤 메시지?

백악관은 “한국을 방문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대화하자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맞을 준비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국빈 방문’으로 규정, 초청국으로서 최고의 예우를 갖추고 있다. 청와대는 백악관의 성명 발표 후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가 문 대통령 내외의 초청에 따라 한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상이 국빈 방문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던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당시 ‘아버지 부시’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이 마지막 국빈 방문이었다. 


그로부터 25년만에 우리 대통령이 미 대통령을 국빈 방문 자격으로 초청한 것이다.

이처럼 국빈 방문 사례가 적은 이유는 대통령 임기 중 나라별로 1회에 한해 국빈 방문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을 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 임기 중 국빈 방문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에 국빈 방문은 그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에 ‘국빈 방문 카드’를 집권 5개월 만에 꺼내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을 일찌감치 벗어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코리아 패싱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큰 외교·안보적 과제 중 하나다. 북한과 관련된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야 3당에선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실체가 없다”며 코리아 패싱을 부정하지만 야 3당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례로 이달 초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있다는 틸러슨 미 국방장관의 발언이 나가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려는 건 당사자인 우리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패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북·미 관계가 빠르게 전개되는데 당사자인 우리가 관람객임을 인정하는 건 아니냐”며 주도적 외교를 주문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일 방문 일정은 2박씩인 데 비해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한국 일정은 1박뿐인 것으로 확인돼 코리아 패싱 논란이 더욱 가열되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서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방한에 비해 방일 기간이 더 긴 것을 두고 안호영 주미대사에게 “실제 우리가 미국과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한국 문제를 일본과 협의하는 게 아니냐”고 캐물었다.

한·미 차관, 북핵 공조 논의
중·일은 2박인데 한국만 1박

같은 당의 유기준 의원도 “(하루에) 주한미군을 만나고 정상회담·국회연설까지(하려면) 절대적 시간이 적지 않느냐”며 “일본의 아베 총리가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골프를 치며 오해를 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 시간 이상 의견을 나눈 것처럼 문 대통령도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일본은 2박3일을 방문하는데 전세계 초미의 관심사인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에선 짧게 머물고 가는 일정을 잡았다. 여러 측면서 좋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며 “정말 속상하고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을 하루라도 더 모시려는 중·일과의 물밑 파워게임서 한국 외교 당국이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발표하면서 각 나라별 도착과 출발 날짜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지 않았다. 단지 “11월5일 일본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시작된다”고만 밝혔다. 

청와대 역시 “11월7일에 공식 환영식과 한·미 정상회담 및 만찬 일정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도착 및 출발 일정은 협의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5박6일이라는 아시아 순방 기간을 두고 한·중·일 세 나라가 물밑 작업을 벌인 결과, 중·일에는 각 2박, 한국에는 1박으로 결정이 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이 있으면 ‘득’도 있는 법. 

코리아 패싱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점이 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실리를 얻은 점은 ‘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일에는 없는 국회연설 등 무게감 있는 일정이 포함돼있어 단순한 1박이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청와대와 주미대사관 측은 이번 1박 일정이 절대적 시간이라는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측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한임을 감안해 2박3일 일정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한국에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하는 데 따른 의전적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7일 오전에 도착하는 일정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사는 앞서 국정감사서 “머무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 득실은?

북핵과 관련해 한·미 정상이 공동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이미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8일 서울을 찾아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북핵 문제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이번 방한의 성과물이 한·미 동맹의 재확인 및 북핵 공동대응 선언임을 예고했다. 과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출범 후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 실마리를 제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럭비공’ 트럼프의 입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럭비공 같은 입이 또다시 구설을 낳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에게 부적절한 말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니제르에서 전사한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부인 마이시아 존슨과의 통화서 “그(남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니제르 복무를) 지원한 것 같지만,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마치 전쟁터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입대를 한 것이란 의미로 들릴 수 있어 전사자 부인에게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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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