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대작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영남과 함께 기소된 그의 매니저 장모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영남이 제작했다는 작품들이 조씨 본인의 창작적 표현물로 온전히 삼을 수 없고 이를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사는 “조씨는 원래 본업인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화가로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 갔다”면서도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고 있던 대다수 일반 대중과 작품 구매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을 통한 해명 과정서도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내 미술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미술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화가 송씨 등을 단순히 본인들의 수족(手足)처럼 부릴 수 있는 조수로 취급하며 그들의 노력이나 노동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로 인해 송씨 등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상처와 자괴감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20여명이 넘고 피해액이 1억8000만원이 넘는 등 피해 규모 또한 상당히 크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조씨의 범행은 미술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나 현대미술의 본질과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솔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악의적인 사기 범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조씨의 인지도와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면 피해 회복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영남은 자신의 혐의가 유죄판결이 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듯 낙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뒤 서둘러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조영남은 화가 송씨 등 2명으로부터 건네받은 그림 20여점을 10여명에게 판매해 1억81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