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금 집을 사야할까?

8·2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던 서울 아파트 값이 재건축 호재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올 연말까지 주택시장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추석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연휴가 이어지며 주택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변곡점이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연휴 이후 가계부채대책, 주거복지로드맵 등 굵직한 추가 대책 발표가 예고돼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안정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강력 규제들이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추석 이후에도 수익형 부동산과 토지시장이 강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

수익형의 경우 추석 이후에도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확실히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는 ‘관망세’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투자(투기) 수요’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 게 아니라 사이클을 이루며 등락을 거듭한다. 특히 올 상반기 집값이 많이 올라 단기적으로 크게 오르기 벅찬 구조인데 거기에 규제 태풍까지 불어 닥쳤다. 시장에 미친 영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의‘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9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 포함)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07% 상승했는데, 오름폭이 7월(0.45%)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6년 3월(0.01%)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 8·2대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동구(-0.14%)·서초구(-0.13%)·강남구(-0.09%) 등 ‘강남 4구’주택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9월5일 추가조치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중복으로 지정된 노원구는 0.18% 하락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성동구도 0.14%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범위를 아파트로만 좁혔을 땐 대책 효과가 더 분명해진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0.01%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진 건 지난해 3월(-0.01%)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테크의 최대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기회는 또 오기 때문이다. 실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을 계획한다면 구매력이 된다면 공급 과잉 지역을 제외하곤 매수해도 좋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인내력을 갖고 기다리며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것도 좋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흐름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8·2대책에서 발표한 각종 규제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시차를 두고 본격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분양가상한제가 10월 말부터 본격 적용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분당 등 수도권을 비롯해 세종시, 대구 수성구가 적용 지역으로 거론된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분양가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다.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가점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청약제도 개편안은 9월20일 입주자 모집을 공고한 아파트부터 시행됐다.

8·2대책 후 연말까지 시장 전망은?
연휴 끝 분위기 바뀌는 변곡점 될까 

재건축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 아파트의 시장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재건축만 해도 재건축 조합원에게 ‘핵폭탄’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부터 부활한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가구당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내년 초 부활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간 단지라면 몰라도 사업 속도가 느린 곳은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투자는 일단은 지켜보는 게 낫다. 재건축 사업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영향으로 투자 매력이 낮아질 전망이라 구입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편이 낫다.

내년 4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 8·2대책은 국회 법률 개정과 맞물려 있는 내용이 많아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연쇄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른 큰 흐름은 입주 물량의 폭발적인 증가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31만3000가구로, 상반기(26만1000가구)보다 약 20% 많은데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입주 물량이다. ‘수급 앞에 장사 없다’는 증시 격언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통하는데, 단기간에 입주가 급격히 늘면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다. 

지방 시장은 당분간 약세가 이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울산·경남·경북·충남·충북 등 지방은 기업 구조조정과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무관하게 자체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중이라 서울·수도권과 지방, 지방 내에서도 개별 호재에 따라 시장 움직임이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

미분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입주 폭탄까지 떨어지면 시장이 급속도로 양극화할 수 있다. 입주물량 급증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대구·울산·경남·충남 등을 꼽았다.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미입주, 신규 분양 단지에서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을 사야할까. 지금은 ‘매수자’우위 시장이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데다 정부가 추가 대책도 예고한 상태라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만 청약가점제 적용 물량이 대폭 늘어난 점은 고려해야 한다. 부양가족이 많은 장기 무주택자라면 인기 지역 당첨확률이 높아진 만큼 적극적으로 청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서울 분양시장 전망은 좋다고 본다. 주택도시보증(HUG)에서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강남 4구, 경기도 과천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이 계획돼 특별공급 대상자거나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이라면 청약할 만하다. 다만, 집값 상승기에 단기 차익을 노린 ‘갭 투자(전세가율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위험하다. 

전월세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은 ‘갬’,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은 ‘흐림’이며 입주 물량이 워낙 많아 안정세를 다질 전망이다. 물량이 몰린 수도권·지방은 ‘역전세난(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상)’ 가능성도 있다. 

수익형

수익형 강세는 추석 이후에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이 주택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 도심권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계속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에 가장 수혜 상품은 역시 수익형 부동산이다. 다만 지역·상품별로 수익률 차이가 크고 공급과잉 문제에 따른 수익률 악화도 예상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수익형 부동산을 주도하는 상품으로 부동산 대책과 무관하거나 벗어난 ▲상가 ▲오피스텔 ▲소형 오피스 유망하다. 먼저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상가의 경우 아파트 인기지역 중심 활기 띨 전망이다. 입주가 진행되거나 앞두고 있는 위례신도시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의 웃돈이 형성되면서 덩달아 인기가 높다.

인기가 높아진 만큼 분양가 상승세라 주변 대비 분양가를 따져봐야 한다. 임차인이 선호하는 입지인지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임대업종인 약국, 금융기관, 프랜차이즈 업종 등 우량 업종 선임대 상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거와 임대사업이 가능한 신도시 상가겸용주택과 LH 단지 내 상가도 꾸준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전월세 양극화 심화할 전망
수도권·지방 역전세난 감지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도 규제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소액투자처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8·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오피스텔은 거주자 우선 분양 요건(20%),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오피스텔 시장은 아직 규제가 강도가 약하고, 법 사각지대에 있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 높은 규제와 저금리 기조 속에 투자처를 잃은 시중 자금이 여전히 오피스텔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타 상품에 비해 소규모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신규 상품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청약 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거주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이 중복청약과 제3자 대리청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비규제 지역에서는 당첨 즉시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어 시세 차익을 가능하다. 

업계에서도 당분간 오피스텔 시장의 호황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오피스텔 투기 수요를 막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오피스텔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시장이기 때문에 아파트 청약 규제가 심해져 진입이 막힌 수요자들이 꾸준히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저금리에 소액 투자처로 소형 오피스도 급부상 중이다. 임대료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있는 것도 오피스의 소형화를 부추기는 이유다. 소형 오피스는 오피스텔과 비교해 화장실과 주방 공간 등이 없어 같은 면적이라도 사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면적이 넓은 오피스와 달리 면적이 작아 임차수요가 꾸준하고 공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 인기다.


투자지역으로 대기업 이전지역이나 업무밀집지역, 도청, 구청, 법원, 세무서 등의 이전지를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이 이전하는 지역 인근에 계열사나 협력업체 등도 소형 오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소형 오피스 임차 수요는 많지만 대신 매수 수요가 별로 없어 환금성이 낮고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커져 가치가 떨어지기 쉽다. 경기에 따라 매입수요 변동 폭이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해당 건물 상태를 잘 살펴 비교적 노후도가 낮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주변 건물에 비해 노후한 곳은 다른 소형 오피스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소형 오피스 임대 역시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분양가나 임대료 등 초기 투자액과 임대료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토지

최근 수년간 수요층에게 각광받고 있는 토지 시장이 황금연휴 이후로도 상승기조가 이어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투자 가치가 높은 토지의 경우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지가변동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0.59%포인트 증가한 1.84%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11월 이후 80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변동률(1.4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국 17개 시·도별로 살펴보면 모든 지역의 땅값이 상승한 가운데, 수도권(1.86%)의 오름세가 지방(1.82%)보다 소폭 큰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상반기 전체 토지(건축물 부속토지 및 순수토지) 거래량은 총 155만4000필지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면적은 서울의 1.8배인 1095.4㎢에 이른다.

토지는 일대 개발호재, 향후 미래가치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반적 통찰력이 뒷받침돼야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도 최근 들어 토지 시장에 대한 수요층의 꾸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토지 관련 정보가 지자체 홈페이지 및 부동산 정보업체 등을 통해 과거보다 쉽고 편리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저금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토지에 유동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한몫 한다. 특히 8·2대책으로 재건축, 신규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까지 투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토지는 이들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로도 부각되고 있다.

토지 시장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토지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환금성이 높은 상품이 아니므로 토지를 매매하는 데 앞서 토지 활용에 대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미리 구상해야 한다.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려 접근했다가 자칫 자금이 오랫동안 묶일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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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