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움직이는 가톨릭 파워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31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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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세례명은 ‘디모테오’. 사도 바오로의 제자이며 ‘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라는 뜻이다. 최근 해외의 저명한 국제관계 평론잡지는 문 대통령의 이러한 종교적 성향이 그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기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 핵심 인사들 중 상당수가 가톨릭 신자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번 정부 들어 두드러지는 ‘가톨릭 실세론’을 취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은 그의 발자취 곳곳서 발견할 수 있다. 경남 거제서 태어난 그는 북한 출신 피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부산 영도로 이사한 후 인근의 ‘신선성당’에 다녔다. 청와대를 나와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를 할 당시에는 경남 양산에 있는 ‘덕계성당’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깊은 신앙심
국정운영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세검정성당’을 찾았다. 바쁜 일상에도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꼭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가 된 사연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근처에 있는 성당서 구호식량을 배급해 주기도 했다. (중략)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배급 날이 되면 학교를 마친 후 양동이를 들고 가 줄서서 기다리다 배급을 받아오곤 했다. (중략) 꼬마라고 수녀님들이 사탕이나 과일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그때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린 내(문 대통령) 눈에는 천사 같았다. 그런 고마움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가톨릭 신자가 됐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받았다. 영도에 있는 신선성당이었다.”


1981년 문 대통령은 이 성당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가톨릭 집안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중 “어머니는 지금도 이 성당(신선성당)에 다닌다. 신앙심이 깊은 데다 워낙 오래 다녔기 때문에 사목회 여성부회장을 하기도 했고 성당의 신용협동조합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20여년 전 어머니가 준 ‘묵주반지’를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항상 끼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어머니가 선물한 애장품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어머니가 주신 묵주반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의 깊은 신앙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그는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관저로 거처를 옮길 당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홍제동성당’의 유종만 바오로 주임신부에게 축복식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홍제동성당 주일 미사에 참석했다. 그때의 인연이 축복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이 ‘바오로’의 제자이며 축복식을 ‘바오로’ 주임신부에게 부탁한 점이 인상적이다.

관저 축복식도
가톨릭식으로

대표적 사진도 있다. 지난 2012년 11월, 18대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김 여사와 함께 세검정성당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당시 캠프 대변인은 “세검정성당서 후보 등록을 앞두고 안 후보의 결단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여러 사건들과 직면했을 때 신앙의 힘을 빌렸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로 주목받고 있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 영상을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을 당시 문 대통령은 부산 지역 가톨릭 회관서 부산 최초로 그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을 때는 SNS를 통해 “병문안을 다녀왔다. 수술은 잘 됐지만 2·3일이 고비라고 한다. 가족들 말에 의하면, 정부나 경찰 측에선 병문안이나 위로가 없었다고 한다. 가톨릭농민회 신부님들이 치유를 비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정말 기도가 절실할 때다”라고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가톨릭 세례명은 ‘디모테오’
취임 때 관저서 축복식 열어


한센인의 아픔이 있는 소록도를 방문해서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소록도서 오늘 마리안느 수녀님, 그리고 소록도에 계셨거나 소록도 출신인 신부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분들의 헌신 앞에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섬긴다는 말의 참 뜻을 그보다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천사가 있다면 그런 모습일 것 같다”고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렇듯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종교적 성향이 외교를 포함한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달 22일 빅터 가에탄(Victor Gaetan)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 선임 기자가 쓴 ‘문재인의 가톨릭 신앙이 그의 외교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선호하는 것은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그의 종교적 신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인 결정을 평가하면서 종교적인 정체성이라는 프리즘에 비춰보는 것이 늘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대면 외교하는 문
프란치스코 모티브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접근법을 자신의 외교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4년 동안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대면 외교(diplomacy of encounter)’를 해왔는데, 문 대통령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미·일 정상은 물론, 러시아·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정상을 만났고 최근에는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5월10일 대통령 취임 연설을 통해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가에탄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고수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가톨릭의 정신적 토대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외치는 물론 내치서도 가톨릭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화 운동가이지만,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하는 게 대표적이라는 것. 

가에탄 기자는 “미국 언론이 종종 문 대통령을 진보 또는 좌편향이라고 규정하지만, 미국의 정치 용어로 문 대통령을 분류하기는 어렵다”며 “(문 대통령은) 사회 문제에 보수주의자여서 그를 이해하려면 가톨릭의 신앙을 통해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외교에 가톨릭 정신 보여”
‘청가회’ 청 실세 수두룩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김희중 대주교를 교황청 특사로 파견한 점도 주목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 대주교를 두 차례 접견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 대통령과 교황청 간의 동맹 관계는 단순한 상징성을 뛰어넘는 것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교황청은 중국의 고위층과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미국과는 독립적인 정보와 분석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고 가에탄 기자는 전했다.

이러한 해석에 비춰보면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앞으로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가톨릭 교회는 핵무기의 사용뿐 아니라 보유에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서 문 대통령은 전술핵 도입과 관련해 “지금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장관과 만나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국회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주의를 준 바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 중에도 가톨릭 신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내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인 ‘청가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박 대변인 외에도 임종석 비서실장,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내 가톨릭 신자만 80여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가회는 매달 한차례씩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약 4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청가회 출범
핵심들 포진

우리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며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불교를 중심으로 타 종교계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톨릭에 편향됐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문재인정부 출범 초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 선물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때 가시화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고 서울 조계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명진 스님을 찾았을 당시에는 때아닌 ‘내부갈등 조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이기에 특정 종교와 종파를 초월하길 원하는 목소리는 종교계 내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노무현 인연은?
가톨릭 신부님이 이어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는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준 사람이다. 

송 신부는 지난 5월 19대 대선이 끝난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반정부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 됐다. 무일푼으로 변호사 길로 들어섰는데 그때 먼저 개업한 노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만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젊은이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연행되면 두 사람에게 (변론을) 부탁하곤 했다”고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송 신부는 새로운 사람을 물색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을 추천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송 신부는 문 대통령 가족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 대통령 모친과 아주 오래전부터 친하다. 부산 신선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모친이 성당 사목위원회 부회장을 맡았다.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다”고 밝혔다.

‘정신적 지주’ 송기인 신부 
민주화운동 당시 변론 부탁

당시 송 신부는 닻을 올린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보다 실수를 적게 할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은 들어주는 힘이 있고 생각을 깊이 하기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적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기치를 올리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 “적폐청산 없는 화합은 거짓말 화합”이라며 운을 뗀 송 신부는 “아무리 아파도 썩은 것은 도려내야지, 감싼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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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