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③> 재계 총수들의 추석나기

이래저래…회장님은 머리가 아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민족 명절 한가위. 국민들은 친인척들을 만나 재충전한다. 재계 총수들에게도 한가위는 머리를 식히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각양각색 총수들의 추석나기를 <일요시사>에서 들여다봤다.
 

유난히 긴 올해 추석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보낼까. 올해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등의 대변혁의 시기를 나고 있어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보내려는 모습이다. 

건강이 최고

재계 1위 기업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건강 문제로 투병중이다. 이 회장은 장기 입원 중인만큼 이번 추석도 병원서 맞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밤 심근경색을 일으킨 뒤 3년여간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건강하다. 이따금 간병인에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갈 만큼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건강관리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 8월 이 회장은 미국 LA서 열리는 ‘K-CON’에 불참하면서 그의 건강에 이목이 쏠렸다. 이 회장이 샤르코 마리투스(CMT) 병을 앓고 있기 때문. 

당시 주치의는 장시간 비행이 이 회장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막판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신입사원 아이디어 경연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몸 상태가)80∼90%정도 회복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구상부터 건강관리 ‘조용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실속일정 소화

이 회장은 내달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PGA ‘더 CJ컵 @나인브릿지·이하 CJ컵)’에 참석해 글로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통해 CJ를 알리고 그룹 목표인 2020년 ‘그레이트 CJ’와 2030년 ‘월드베스트 CJ’에 한 발 더 나아갈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 회장은 이를 기점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 위해 추석 기간동안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 고민이네

사업에 빨간 불이 켜진 기업의 총수는 이번 황금연휴를 경영구상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장벽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풀어나갈 해법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8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7만6060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116대)보다 39% 줄었다. 지난해 6위였던 시장점유율 순위는 13위까지 하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 개척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사드 관련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서도 당장 중국 시장 철수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현대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국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7개 도시서 ‘올뉴 루이나’ 발표회를 열고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략형 소형세단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2010년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루이나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116만대를 기록한 베이징현대의 인기 차종이다. 

신형 루이나는 지난 6월초 열린 충칭 모터쇼서 처음 공개돼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파워트레인은 카파 1.4 MPI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 및 4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소형 세단급인 만큼 20대 젊은 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 역시 사드 관련 고민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추석 연휴기간 신 회장은 사드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업군에 대한 경영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중국 시장서 백기를 들었지만 사드의 여파는 국내사업까지 퍼져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4일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장 처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매장 전체를 파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가위 앞두고 갈린 희비
한해 마무리 위해 재충전
 

철수 소식 전인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112개 중국 내 점포 중 74점은 영업정지됐고 13점은 임시 휴업중인 상황이었다. 영업정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말 증자와 차입으로 마련한 36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도 소진됐고 또다시 약 34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이 2008년부터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사드 여파로 지난해 12월 중단돼 재개를 못하고 있다.

롯데의 고민은 중국내 사업뿐만 아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발 사드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지난해 2326원에 견줘 96.8%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 신 회장에게 이번 추석은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사는 어떻게…

신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휴가는 가족들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불편한 관계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신 전 회장이 지난 12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형제 관계 회복 여부에 눈길이 쏠렸지만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의지를 재천명하면서 형제의 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7000억원의 현금이 마련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유성 사단'과 결별한 신 전 부회장이 새 홍보자문역으로 국내 모 전문지 대표를 선임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모습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 측 SDJ코퍼레이션은 대변인 직책으로 국내 홍보대행사 대표를 선임해 언론 홍보를 맡긴바 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계약해지와 함께 홍보방식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외에도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대거 롯데 오너 일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머리아픈 추석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가족간 송사로 따뜻한 한가위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과의 소송전이 몇해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형뿐 아니라 아버지인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조 전 부사장이 부동산 매매업·임대업을 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이 소송에 이긴 모습이지만 재계에선 형제간 갈등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휴가는 없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에게는 연휴기간이 좀더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달 말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 수상 기념 연례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가 미국 뉴욕서 개최하는 연례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올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밴 플리트 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 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고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으로서 해외 유학 장학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이은 2대째 밴 플리트 상 수상이다.

최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서 현지 법인과 사업장을 둘러볼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SK종합화학이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를 마무리한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장을 점검하고,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SK하이닉스와 SK E&S 현지 법인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력 인사들과의 면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국 날짜나 현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잠 못 이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이번 한가위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조용히 보낼 것이란 전언. 현재 조 회장은 회삿돈 유용 혐의로 사정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조 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사는 16시간이 걸릴 정도로 강도가 셌다.

조 회장은 경찰조사에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와 관련된 회삿돈 유용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회삿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로 썼을 뿐 본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경찰은 조 회장을 재소환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경찰이 한진 임직원들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추석 기간 마음 편히 가족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이번 한가위를 만끽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본사 등에 방문해 한화와 한화테크윈 세무 및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는 한화그룹 지주사로 탄약, 정밀유도 및 레이저 무기 등 방산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한화테크윈은 케이(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조사가 아니라 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서 전격 착수한 탓에 한화 측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정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김 회장의 여유로운 추석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사 악몽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연휴가 악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곤혹스런 명절이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고소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비서로 일했던 A씨를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증거를 조사한 후 김 회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김 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건강문제 때문이라는 전언이지만 세간에선 경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측은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히려 A씨 측이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A씨가 제3자를 통해 100억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다”며 “100억원은 기본이고 알파의 수준을 봐서 합의 혹은 고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의도적으로 영상을 녹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신체 접촉 과정서 강제성은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어찌됐든 김 회장은 불명예스러운 송사에 휘말리게 된 모습이라 이번 추석에는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의 분위기는 중국의 사드 문제와 미국 무역 장벽이 맞물리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뀐 기조에 맞춰 체질 개선까지 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져 추석 기간 총수들은 비교적 차분히 한해 마무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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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