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과 통합 사이’ 고민 깊어지는 ‘충청세력’

충청권은 지금 ‘동상삼몽’ 중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권은 ‘통합열풍’이 한창이다. 지난 5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사퇴로 충청권 정치세력도 통합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섰다. 현재 충청세력은 삼파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하나같이 “뭉쳐야 산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합치자는 구애공세가 펼쳐지고 있어 충청권은 지금 뜨겁다 못해 불이 날 지경이다.

선진당-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합해야
심- ‘헤쳐모여’ 통한 파격적인 창당 원해
이- 한나라와 민주 견제할 ‘제3세력’ 필요

충청도 정치권은 이회창-심대평-이인제를 필두로 ‘삼두정치’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야권연대가 각종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보수진영에서도 통합으로 가기위한 논의로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세 사람은 ‘통합’이라는 공동 목표를 설정하였지만, 실현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헤쳐모여’를 통한 신당 창당이냐,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이하 국민련), 무소속 이인제 의원의 흡수통합이냐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통합의 명분은? 

선진당은 대통령 출마를 3번이나 했던 당 대표가 주름잡았음에도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이처럼 무존재감 속 충청권은 향후 쇄신과 변화의 바람을 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국민련 대표와 무소속 이인제 의원 등 충청권 세력의 결집을 위한 새판짜기 움직임이 한때 급물살을 타는 듯싶었다.

심 대표와 갈등을 빚어왔던 이 전 선진당 대표도 대표직 사퇴까지 선언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심 대표가 복당하길 부탁했다. 변웅전 선진당 대표는 지난 5월 19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합하자’며 심 대표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통합논의는 지금거지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선진당의 줄기찬 구애공세에도 심 대표는 꿈쩍도 않는 눈치다. 선진당이 국민련을 흡수 통합하겠다는 흑심에 반기를 든 셈이다.

심 대표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선진당을 탈당한 마당에 무조건적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처사”라고 밝히며 “선진당에는 ‘왜 변화해야 하나’는 물음에 절박함이나 치열함, 그 당위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충청권의 세결집으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신당 창당 수준의 파격적인 통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선진당과 국민련이 헤쳐모여를 통해 두 당의 가치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조건 남자와 여자라고 해서 결혼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가치와 명분 없는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무소속 이 의원도 현재 한나라와 민주로 양분되어 있는 정치세력을 견제할 제3지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 측근인사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하는 전국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목표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역패권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인재 발굴 등용으로 문호를 개방해 가치와 이념, 철학이 맞는 세력끼리 뭉쳐야 한다는 뜻으로 심 대표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심 대표가 당을 깨고 재편해 창당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 이 의원 측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큰 틀에서 연합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방법론은 제각각

한편 선진당 측은 지금 충청권에 정당이 2개나 있는데 또 창당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심 대표가 복당하고 그 외의 또 다른 보수세력들을 흡수해 선진당으로 통합하자는 속내를 내비치며 합당의 방법론에서는 각각 이견차이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충청권 새판짜기는 총론은 같되 각론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종국엔 어떤 식으로든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로 작용한 충청세력이 과연 어떤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낼 지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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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