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100억 재력가 살인사건 뒷이야기

악마 같은 아들이 유산도 부모도 삼켰다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지난 4월 평택에서 발생한 100억대 재력가 남편 살해사건의 숨겨진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평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그 이면에 큰 아들이 감춰져 있었던 것.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장남 김모(35)씨를 구속기소했다. 과연 이들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평택 100대 자산 부부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극을 취재했다.

아버지 납치 살해하려는 모친 계획 알고도 방조
범행 전 상속 재산 확인해 저장하는 치밀함 보여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6월27일,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재력가 남편을 둔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인 사건과 관련해 장남 김모(35)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유산을 노린 김씨가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살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돕거나 방조했다는 것.

경찰 수사 단계에서 참고인 신분에 불과했던 김씨는 사건시간 전후 김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검찰이 보강수사를 벌인 끝에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타임머신 타고
사건 속으로

사건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4월17일 오전 9시께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2층짜리 고급 주택에서 50대 부부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남편 김모(58)씨는 청테이프로 양손과 발이 묶여 있는 상태로 머리에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린 채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아내 양모(58·여)씨는 대들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숨진 이들 부부 주변에서는 양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유서에는 “아들아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은 발견된 유서의 내용에 비추어 양씨가 남편을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경찰은 김씨 집 출입구 쪽에 설치된 CCTV에서 양씨의 조카사위인 장모(32)씨가 동네 선후배 3명과 함께 김씨의 양팔을 잡고 집으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을 확보했다. 또 CCTV에는 부인 양씨가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삽과 목을 매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끈 등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장씨 등 4명을 검거해 범행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장씨 등은 김씨를 납치해 감금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김씨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크게 부인했다. 양씨가 범행 10일 전 장씨에게 연락해 “고모부가 때리는 것을 막아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범행 당일에도 “고모부를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부탁에 김씨를 집으로 데려갔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장씨 일행은 4월16일 찜질방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를 납치해 렌터카에 태워 팽성읍에 위치한 김씨의 집으로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 안에는 아내 양씨도 동승하고 있었다고.

당시 김씨 부부를 처음 발견한 장남 역시 이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수시로 ‘너희 아빠를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 한 것.

결국 사건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도 뒤따라 자살한 참극으로 정리됐다. CCTV 촬영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 경기 평택경찰서는 4월26일 부인 양씨가 남편을 혼자 살해한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것. 또 경찰은 장씨 일행을 살인방조와 납치·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감춰진 진실
장남은 뭘 했나


하지만 사건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했다. 사건 전후로 사망한 부부의 장남인 김씨의 행적이 수상했던 것.

이에 검찰은 범행 며칠 전 김씨가 어머니 양씨에게 골프채를 갖다준 점, 양씨가 남편을 납치하는 도중 아들과 접촉한 점, 김씨가 문자 기록을 삭제한 점 등에 의문을 품고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가 아버지의 재산 목록과 시가를 미리 확인하고 사건 직후에는 상속재산을 엑셀 파일로 작성하는 등 어머니의 살해 계획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컴퓨터에 부친 소유의 부동산과 이에 대한 공시지가 등이 적힌 파일이 저장돼 있었으며 자신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사건 당일 범행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는 김씨의 부친 납치를 도왔던 장씨의 진술도 한 몫 했다.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엄마가 시키는 대로 묶고 있어라. 현장에 가겠다’고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양씨가 남편을 납치하면서 김씨의 집에 잠시 들른 사실은 드러났었다. 경찰은 양씨가 아들의 집에 들러 500만원을 받아 장씨 일행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나눠준 사실을 파악했지만 “500만원을 건네줄 당시 어머니의 범행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김씨의 진술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밝혀낸 사건의 진실은 ‘비극’에 가까웠다. 100억원대 재산에 눈이 먼 아들이 아버지가 살해되고, 어머니가 자살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패륜적 범행에 가담했던 것.

이어진 검찰 측의 발표 또한 충격적이었다. 검찰은 “당초 본 사건은 남편의 가정폭력을 못 이긴 부인이 남편을 납치·감금·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주된 동기는 남편이 가진 재산을 자신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데 대한 분노였다”고 말했다.

억대 재산에 눈 멀어 어머니 자살도 말리지 않아 
부친이 폭력 휘둘렀다는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나 

실제 남편은 부인을 상습폭행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부인이 남편 재산을 노리고 범행 직전 남편을 회사와 집에서 쫓아내 사건 당시 남편은 찜찔방을 전전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은 경찰이 살인방조 혐의로 구속송치한 조카사위 등 3명에 대해서는 김씨와 어머니의 살해 계획이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체포·감금 혐의의 수위를 낮췄다.

사건 발생 2개월이 훌쩍 지난 6월30일 취재기자는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았다. 푸른 잔디가 곱게 깔린 2층의 고급주택이 참혹한 범죄의 현장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난 탓일까. 마을 주민들은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 했다. 하지만 사건 자체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기자와 만난 몇몇 주민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사건 이유가 가정폭력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죽은 남편은 온순한 편이었고 오히려 아내의 성격이 괄괄했다”고 말했다. 맞고 살 여성이 아니라는 것.


취재 도중 만난 한 택시기사는 일례를 들어 설명했다. 택시기사에 따르면 양씨는 동네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놀다 자신의 집 앞 잔디밭에 공이 들어오면 아이들을 나무라고 공을 돌려주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자신의 집 앞에 말도 없이 주차를 했다는 이유로 해당 차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차를 빼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경우고 있었다고.

보통 성격이 아닌 그녀가 결혼 이후 맞고 살았을 리 만무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택시기사는 “살해된 남편이 술을 마시면 욱하곤 했지만 평소에는 매우 온순한 사람이었다”면서 술을 마신 뒤 폭력을 휘둘렀을 가능성은 열어 놨다.

이어 이웃들은 부부의 죽음에 ‘재산 분할’ 문제가 엮여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전, 이들 부부가 ‘재산 분할’ 문제로 크게 다툰 적이 있다는 것. 둘째 아들의 결혼식을 치른 직후 양씨는 남편에게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을 미리 분할할 것을 주장했지만 남편은 이를 반대했다는 것. 이 즈음부터 남편 김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나와 찜질방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괄괄했던 그녀
자살 택한 이유는

아직 이웃 주민들은 이들 부부의 장남인 김씨가 검찰에 구속된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이와 관련 한 주민은 “평소 큰아들과 이들 부부는 왕래가 많지 않았다”면서 김씨가 부부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사건 현장을 돌아 나오면서 기자는 가까운 부동산에 들렀다. 해당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바깥사람들과 왕래가 없던 사람들이라 속사정은 잘 모른다. 현재 집은 안 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큰 며느리가 들어와 살고 있다더라”고 덧붙였다.

최근 검찰에 구속기소된 장남 김씨의 아내가 들어와 살고 있다는 말에 가던 발걸음을 돌렸지만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남편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부인 양씨가 남편에 대한 원한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평소 맞고 살기는커녕 오히려 남편을 나가 살게 할 만큼 괄괄한 성격의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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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