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해외로 발길 돌리는 ‘손학규 속내’

12월 전당대회 전에 다 돌려면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말 그대로 숨 가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을 택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어 지난 4일에 중국방문과 연내에 미국까지 방문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큼성큼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높여가는 손 대표의 해외 광폭행보는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일까.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6·27 영수회담서 민생현안 6개 의제 중 3개합의
‘미래권력’ 움직이면 기자단도 ‘메머드급’ 총출동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먼저 손을 내밀어 뭔가 얻으려 했으나 그 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 듯하다. 6개의 민생문제를 주제로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3개의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먼저 가계부채 대책 마련과 저축은행 부실 재발방지,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에 대해 합의를 봤다. 하지만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시기와 방법 등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
해외로도 눈 돌리는데

이를 두고 여야 안팎에서는 반쪽자리 회담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방일취재단과 간담회에서 “청와대 회동에 들어갈 때부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면서 “추후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얘기를 듣고 얼마나 국정 전환을 꾀하는지부터 지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도 “영수회담에서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말을 다 수용하면서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과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정치권과 언론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영수회담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논란을 남긴 채 그날 오후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과 일본 지진 피해 위로 차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이다. 여기에는 30여개 언론사 기자단이 동행하며 ‘미래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열띠게 취재했다.

손 대표의 메머드급 방일 취재단은 지난 5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특사 당시 23개 언론사 취재단을 능가한다. 손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사 당시 박 전 대표는 미래권력 1순위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그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외교 분야의 능력을 보완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약점이던 외교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이는 손 대표에 일정부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교력을 검증받는 동시에 차별화된 행보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자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치적 위상 다져
고위층과 교감형성

일본을 순방한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해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 아카다 가츠야 민주당 간사장, 타니가키시다카주 자민당 총재 등 일본 정계 지도자 6명을 잇달아 만나며 한일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적극적인 대외행보를 펼침과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위상도 한껏 높였다.

손 대표는 간 총리와의 만남에서 “북한 인권과 핵, 미사일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도록 교류협력 정책을 강화하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에 일본도 역할을 해 달라”며 “(북한의) 납치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간 총리는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요청했고, 간 총리는 “일본 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꼭 얘기하겠다”고 말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손 대표는 또 일본 대지진 당시 100시간 넘게 현장에서 피해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한 에다오 유키오 관방장관도 찾아 격려했다.

그는 “저희는 피해극복 과정에서 에다노 관방장관이 피해복구 작업을 지휘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고 감동했다”면서 “아직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이재민이 많은데, 일본과 일본국민이 가지고 있는 저력,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해서 극복하길 바란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중국서 대접받고 이광재와 대권 관련 논의하나?
외교력 검증받고 재외동포 ‘표심’까지 사로잡을까?

손 대표의 이번 방일이 3일 간의 짧은 일정임에도 정치권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순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지 방문 기념사진만 찍는 관례적 순방이 아니라 유력정치인들과 잇따라 만나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한국을 대표하는 정계 지도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한 것이란 호평이다.

먼저 손 대표가 일본 정치인들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받아냈고,  한?일 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외교력을 입증했다는 점도 손 대표의 성과물로 꼽힌다.

중국 차기 지도자의 초청
유학 중인 이광재 만날까?

일본 방문에 탄력 받은 손 대표는 이어 지난 4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예방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서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의 초청으로 순방 한 것이라 그 의미와 달라진 위상이 남 다르다.

손 대표는 중국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손대 표는 국회에서 열린 ‘민선5기 지방자치 1년 보고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다.

당초 손 대표를 견제하고 있는 안 지사기에 다소 거리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손 대표가 이 전 지사를 만나 민주당의 향후 대권관련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내친김에 손 대표는 8월 이후 미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공식 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의 적극적인 해외행보와 관련해 “손 대표가 주장한 ‘민생진보’의 영토적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그간 민생진보를 국내적 개념으로 한정해 투어도 하고 각종 정책도 발표했는데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을 잘한다 해도 해외 변수가 많아 한계가 있었다”며 “일본·중국·미국을 방문하려는 것은 ‘진보는 이념에만 집중한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민생진보의 성장,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일본의 여야 정치권 핵심인사들을 만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중국에서도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외투어’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 그의 야심은 해외투어를 통해 점점 구체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12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대표직에 있을 때 각국 우방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대내외적으로 ‘미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그것이다.

손의 광폭행보 속내
여전한 의구심 보내

하지만 손 대표가 최근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에 대해 회담결과를 두고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국행을 급하게 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손 대표는 이번 방일기간 중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질문하자 “일본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으로 듣고 있지만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차원에서 쿠릴열도 방문에 나섰던 문학진 의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손 대표의 정체성이 자꾸 의문시되면 야당 지도자 또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전반적인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손 대표의 잇단 외국행을 놓고 당 대표 프리미엄을 이용한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가 해외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렸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영향을 가진 나라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유권자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는 “해외동포 유권자수는 미국이 약 87만 명, 일본 47만, 중국33만 순으로 높다”고 말한 뒤 “총선과 대선 앞두고 이 나라들만 방문하는 것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수도권 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만19세 이상의 재외동포에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을 공략하려는 표밭관리다”라고 손 대표 순방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유력 대권주로 꼽히는 손 대표의 해외 순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외교능력을 철저하게 검증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손 대표가 해외 순방 후 풀어놓는 보따리는 앞으로 대선주자로서 그의 입지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과연 그는 연이은 해외 순방에서 어떤 보따리들을 꾸려올까. 또 국내에서는 그 보따리들을 어떻게 풀어헤치며 민심공략에 나설까. 대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그의 해외일정 후 국내에서의 행보에도 시선이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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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