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원 공약이행정보 공개 살펴보니

공약(公約)은 28%? 나머진 다 공약(空約)!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국회의원은 공약을 중심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자리인 만큼 무엇보다도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이행정보 공개 결과에 따르면 이제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공약 이행률이 겨우 28%수준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표됐다. 심지어 75명의 의원들은 자료공개를 거부하기까지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부추진 국책사업 백지화엔 두 눈 부릅뜨고
내 공약은…글쎄? 겉과 속 다른 ‘오리발정치’

19대 총선이 내년으로 성큼 다가왔다. 여야 모두 선거준비에 바쁜 모양새다.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 등 민심이 ‘혹’하는 정책 선점에 심혈을 기울이며 정당 지지도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18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이행 조사에서 실현가능성 희박한 국책사업 수준의 통 큰 정책과 길 내주고, 다리 만들어주는 지역민을 위한 선심성 공약들을 내세웠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선심성 공약 난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것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의 고질병을 뿌리 뽑기 위해 18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이행 정도를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매니페스토본부에서 지난 5월 16일 지역구 국회의원 236명(지역구 의원 245명 중 4.27 재보궐 당선자와 정무수석, 장관, 공석으로 총 9명 제외)을 대상으로 선거공보에 실린 공약을 토대로 이행수준을 따져본 결과 완료된 공약이 겨우 28.76%인 것으로 드러났다.

75명의 의원들은 아예 총선공약이행 자체평가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니페스토본부는 “대선공약이 거짓 공약이었음을 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지만, 자신들의 공약이행정보 공개에는 묵묵부답이거나 무작정 버티기를 하는 등 겉 다르고 속 다른 오리발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임기 1년을 채 남기지 않고 공약이행결과는 3328개 중 ‘완료공약’이 28.76%(957개), 임기내 완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정상추진공약’은 43.90%(1461개)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총선 공약의 25.57%는 일부추진, 보류, 폐기 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약 내용 중 일부만 추진되는 ‘일부추진공약’이 631개, 추진되지 않은 ‘보류공약’ 183개, 폐기되었거나 정보를 표시하지 못하는 등의 공약도 96개나 되는 것.

보류,폐기된 220개 공약 내용은 건설, 유치, 조성, 이전 등의 개발관련 공약이다. 특히 보류된 183개 중에는 도로,철도관련 공약이 22개로 가장 많았으며, 폐기된 공약 중에는 산업,관광단지 조성 및 유치 공약이 12건, 특목고,자율형 사립고 유치 공약은 3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별 공약이행정보 공개결과를 보면, 민주노동당 소속의원 2명 전원이 정보를 공개했고, 민주당은 71명 중 55명이, 한나라당은 143명 중 97명의 의원이, 무소속 의원 6명중 3명이, 자유선진당은 12명중 4명의 의원이 공개했다. 국민중심연합 소속의원 1명과 진보신당 소속의원 1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역별 공약이행정보 공개율은 광주지역과 강원지역 국회의원 87.50%로 가장 높았고, 경남지역 의원 81.2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대구와 울산 국회의원 50%, 충남지역 의원 40%로 공약정보 공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국정공약과 지역공약의 분포를 보면 총 3328개 공약 중 국정공약 비중은 19.92%(663개), 지역공약 비중은 80.08%(2665개)로 나타났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공보 공약에는 4대강, 신공항, 과학벨트, 공기업 유치, 도로망 확충 등 사회적 갈등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국책사업과 관련된 공약이 다수 포함됐다.

이와 함께 특목고 자사고 유치, 주거타운건설, 아파트 쉼터 조성 등의 지역민원에 해당되는 것이 많았고,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복지공약이 무책임하게 난발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국회의원의 책임과 역할이 국가와 지역을 동시에 대표하더라도 국회의원공약이 대부분 지자체장과 다를 바 없는, 지역공약비중이 너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성, 유치, 건립, 준공 등의 지역 개발 공약 대부분은 국회의원의 권한과 책임에 따른 어떤 역할을 하겠노라는 구체적인 책임성보다 모호하고 선언적인 슬로건성 공약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공약이 이행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지방행정차원의 노력인지, 국회의원의 역할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해 신뢰를 얻기 어려운 실정임을 토로했다.

당선만 되면 공약 잊어?

이에 매니페스토본부는 정치개혁의 운동으로써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총선공약 시민검증센터’를 오픈, 총선직전까지 운영할 계획임을 알렸다.

그들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누구보다도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면서 “일부 의원들은 오만함으로 일관하며 다음 총선에서 무리 없이 재심임을 받을 것을 낙관한다면 그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심각한 착각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검증을 더욱 철저히 하고, 선거 이후에는 공약이행정보를 꼼꼼히 따져보는 사회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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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