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후… 바뀌는 투자지도

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8·2대책이 부동산 투자지도를 바꾸고 있다. 발표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심이 옮겨가고 있다.

8·2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 지형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조합설립 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마저 금지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거센 후폭풍
아파트 하락세

강도 높은 대책으로 1025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강화로 주식시장까지 위축되면서 부동산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투기를 봉쇄하자 규제가 덜한 1기 신도시인 평촌과 분당, 일산 등 대책 사각지대로 부동산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과천의 아파트 값은 최근 0.01%로 하락했지만, 같은 시기 분당은 0.19%에서 0.29%로 상승했다. 인천도 0.09%에서 0.12%로 상승폭이 커졌다. 

주거용 시장에서도 비규제 지역이나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뛰어넘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아예 시선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나올 수 있다. 기존 주택 투자자금과 규모가 비슷한 부분 점포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주거용 중에서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되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강화 등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받는 데다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마저 분양권 전매제한이라는 규제를 받으면서 상가나 중소형 빌딩 등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주택 구입 때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해야 하는 것과 달리 상가나 중소형 빌딩은 규제를 받지 않고, 건물가치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상가 역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보유 주택을 팔아 상가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방안이 총동원되면서 당분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아파트에서 상가나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오피스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갈 전망.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 열기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발표 한달 넘었는데 아직 혼란
재건축 등 주택 시장에 직격탄

새 정부 들어 6·19와 8·2대책을 통해 주택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된 반면 상가에 대한 규제는 추가된 게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은 대출받기가 크게 어려워졌지만 상가는 지금처럼 감정가액의 40%에서 최대 80%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이후 세금이 크게 늘어나지만 상가에 대한 세금은 바뀌는 게 없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상가투자의 관심지역으로 8호선 연장 호재와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다산신도시와 개발호재가 풍부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8·2대책은 전방위적 규제로 불릴 정도로 강력해, 분양권 거래가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수익형 부동산 분양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상가의 경우 시세가 많이 오른 서울 도심 역세권보다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레지던스는 공급물량이 없었거나 적었던 공급가뭄지역을, 섹션 오피스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노려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규제 벗어난 지역의 신규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상가나 분양형 호텔 등 다른 수익형부동산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어 인기가 꾸준했다. 새로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청약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거주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중복청약과 제3자 대리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청약 당첨 후 바로 전매를 할 수 있어 투자용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8·2대책에 오피스텔 규제가 다수 포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내 오피스텔은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금지되며 거주자 우선 분양 요건(20%)도 도입된다. 관련 업계는 일반 주택처럼 청약 여건이 강화되면서 점차 투자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서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성된 각종 기반시설을 함께 누리면서도 규제와 무관한 서울 및 세종시 인근 지역으로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준공공
뜨는 임대 사업


국내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임대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군부대 이전 호재를 갖춘 평택이나 서울 상암동, 홍대, 용산, 강남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이 눈길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임대를 선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이 가능한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사업의 최대 장점은 통상 1~2년 계약 기간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아 체감수익률이 높고, 임차인과 월세문제로 갈등을 빚을 일이 없다. 그들이 속한 직장이나 국가에서 대납해주는 경우가 많으며 월세 중심의 임대차가 일반적인 외국인은 월세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 보증금과 확정일자가 필요 없어 소득공제도 잘 신청하지 않아 월세소득에 대한 노출이 적다. 다만 고가 월세로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부담감이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 단기체류 목적의 거주자는 일반적으로 생활 집기들이 모두 마련돼 있는 풀옵션 형태를 선호한다. 먼 타국으로 온 외국인들은 같은 국적이나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생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가 임대사업에 유리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과거 일본인들은 일본인 학교가 있는 용산구 이촌동을 선호했으나 학교가 상암동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상암동으로 이사를 한 것도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준공공임대 아파트 사업도 틈새 부동산으로 뜨고 있는 아이템이다. 준공공임대란 말 그대로 공공임대주택의 성격을 띤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2013년 12월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중 요건에 맞는 사업자에게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주고, 그 대신에 주택을 값싸게 임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올해 말까지 계약 시 재산세·양도소득세 감면 효과가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소득세 100% 감면을 해주는 시한이 2017년 12월31일까지로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으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요건과 혜택은 다음과 같다.

전용면적 85㎡ 이하 1호 이상이며 전용면적 85㎡초과 다가구주택도 등록이 가능하다. 8년의 임대의무기간과 연간 임대료 증액 5%한도가 적용되며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5년 12월29일 개정으로 2016년부터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됐고, 최초 임대료 규제는 폐지됐다. 전용면적 60㎡까지 8000만원(2%), 60~85㎡ 1억원(2.5%), 85~135㎡ 1억2000만원(3%) 8년 만기 일시 상환으로 자금지원이 된다.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규제 덜한 곳으로 투심 이동

취득세는 전용면적 60㎡이하 면제, 60~85㎡(20호 이상 취득) 50% 감면되고, 200만원 초과시 15% 최소납부를 한다. 재산세는 40㎡까지 10% 감면(50만원 초과 시 15% 납부), 40~60㎡ 75% 감면, 60~85㎡ 50% 감면이 적용된다. 2018년까지 2세대 이상만 적용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2014~2017년 말까지 매입 후 10년 이상 유지 시 100% 감면(비과세와 달리 양도세 신고를 해야 하고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함)이 되며, 그 외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8년 임대 시 50%(주택임대사업자 30%), 10년 임대 시 70%(주택임대사업자 50%) 적용된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전용면적 85㎡ 기준시가 6억원 이하, 3호 이상 임대 시 75% 감면(주택임대사업자는 30%감면)이 되며 종합부동산세는 합산배제가 된다.

혜택이 많은 준공공임대사업자라도 무조건 해야 하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긴 의무보유기간이다. 각종 세제혜택이 주택임대사업자보다 많지만 4년 의무보유인 주택임대사업자와 달리 의무보유기간이 8년이나 되고 양도세 감면혜택까지 받으려면 임대료 증액 연 5%(2년 임대기간 감안하면 실제 2년 5%) 한도로 10년을 보유해야 한다. 규정 미 준수 시 과태료 징수와 더불어 범법의 소지가 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타 소득이 많을 경우 종합소득에 불리하고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지역가입자를 가입해야 하니 4대보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업자를 낸다는 것은 정부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이고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목적에 맞춰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10년을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판단을 한 후 준공공임대사업자를 등록하겠다고 한다면 올해 말까지 등록을 해서 10년 보유 후 양도세 100%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토지 투자다. 8·2대책 아파트 규제에 토지 투자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지난해 11·3 대책을 시작으로 올해 8·2대책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대출과 청약, 전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를 대체할 투자 대안으로 토지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토지는 해당 물건의 잠재가치를 미리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부동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개발계획 정보에도 밝아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려운 분야다. 


경매시장 열기
토지도 뜨거워

하지만 최근에는 토지 관련 정보를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나 민간 부동산정보업체 등을 통해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분양업체 측에서도 빠른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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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