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저기도 ‘무늬만 역세권’

부동산 투자 1순위는 뭐니뭐니 해도 역세권이다. 역세권 부동산은 풍부한 유동인구가 보장돼 임차인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같은 역세권이더라도 급이 있는데, 크게 초역세권과 근거리 역세권으로 나뉜다. 
 

이른바 ‘무늬만 역세권’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역세권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만 역세권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진정한 의미의 역세권이라고 하면 역에서 좁게는 반경 100m, 넓게는 200~ 300m 이내의 점포, 업무시설 등을 의미한다. 역에서 도보로 1~3분 이내의 거리를 말한다. 

200~300m 내
도보로 1~3분

먼저 8·2대책 후 첫 분양 성수기 개막을 알리는 9월 이후, 서울에서는 역세권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할 전망이다. 이번 분양은 대책 후 서울 전역이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으로 재편됨에 따라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도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이후 서울 39곳에서 3만 9677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이중 역세권 단지는 26곳, 3만150가구로 전체 분양물량 중 약 7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이 다수를 이루면서 역세권 아파트 비중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역세권 아파트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교통편익 증대와 함께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해 편의성이 높은 편이라 선호도가 높다는 이유로 비역세권 단지보다 집값 상승폭에서도 차이가 난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는 7호선 신풍역과의 거리에 따라 입주시점이 비슷한 단지의 집값 상승폭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기준, 신풍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신길뉴타운한화꿈에그린’(2008년 6월 입주) 전용 84㎡의 경우 최근 1년간 7500만원(5억→5억7500만원) 상승한 반면 도보 17분 거리의 다른 아파트는 같은 기간 5500만원(4억8500만→5억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8·2대책 여파로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한 것과는 반대로 역세권 아파트 경우 거래량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해 보면, 서울 전체 8월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1만3489건으로 규제 시점 이전인 7월(1만4694건) 대비 8.2% 감소했다. 

반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역세권 단지인 ‘돈암삼성’의 8월 실거래건수는 총 12건으로 전달(9건) 대비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자 역세권 신규 분양단지의 경우 청약시장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SK건설이 지난 8월 마포구 공덕역세권에서 분양했던 ‘공덕SK리더스뷰’는 청약 결과 평균 34.5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GS건설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6구역에서 선보인 ‘DMC에코자이’도 서부선 경전철 착공에 따른 명지대역(계획) 역세권 프리미엄이 수요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청약에서 평균 19.75대 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도, 오피스텔도, 상가도… 
가을 분양성수기 역세권이 들썩

서울 공덕 인근에 한 중계업자는 “사실상 8·2대책 후 서울 아파트 투기 수요가 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주거 만족도가 높은 역세권 아파트로 쏠리고 있다”며 “역세권의 경우 교통과 상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이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반기 역세권 단지는 활발한 모습이다. 우선 현대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주관사 현대건설)은 10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 3단지 재건축을 통해 ‘고덕 아르테온’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34층 41개동 전용면적 59~114㎡ 총 4066가구 규모로, 이중 1397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역세권 단지로, 2025년 개통예정인 9호선 연장선 고덕역(계획)도 인접해있다.

GS건설은 9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신반포6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센트럴자이’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35층, 7개동, 전용면적 59~114㎡ 총 757가구로, 이중 145가구를 일반에 선보인다.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반원초, 계성초, 신반포중, 세화고 등 교육시설도 인접해있다.

현대산업개발은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6층~지상 33층, 4개동, 총 798가구(아파트 318가구, 오피스텔 480실) 규모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3호선 남부터미널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한화건설은 10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뉴타운 1-3구역서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을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22~84㎡ 총 185가구로, 이중 226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직통연결되는 역세권 단지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서도 역세권이 주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초역세권 상가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초역세권 상가는 지하철 출입구서 도보 1분 이내에 위치한 상가를 말하는데 최근 지하철역 출구서 1분 이내로 도달할 수 있는 초역세권 상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상가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게 바로 입지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 상가는 소비 유입력이 뛰어나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시세 상승 폭이 클 뿐 아니라 불황일 때도 환금성이 높아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역세권 상가를 선호하는 투자수요가 꾸준하다.
 

최근 인천 용현학익지구나 하남 미사지구 등 서울 및 수도권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하는 상가들이 분양에 나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힘찬건설이 인천광역시 용현학익지구 도시개발구역 7-8, 16, 17블록에 지난 6월 분양한 ‘인하대역 헤리움 메트로타워’상가와 같은 시기에 분양한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중심상업지구 12-1블록, 11-1블록에 공급되는 대규모 복합상가 ‘그랑파사쥬’의 경우 높은 분양률을 보였다.

지난 5월 분양한 ‘안양 명학역 유토피아’는 1호선 명학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상가로 분양 시작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같은 시기에 분양에 나선 3호선 원흥 역세권 ‘삼송 아이파크 더 테라스’단지 내 상가도 단기간에 완판됐다.

불황일 때도
환금성 높아

이들 상가의 공통점은 대단지를 배후로 역입구서 1분 이내에 위치한 초역세권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초역세권 상가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먼저 초역세권 상가라도 출구에 따라 상권 규모가 분류돼 투자시 ‘출구별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양한 출구 중에서도 메인 출입구를 찾으려면 ‘유동고객 동선’이 핵심이란 것이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노점상 분포를 확인해야 한다. 노점상은 해당지역서 오랫동안 영업했기 때문에 지역상권 흐름에 밝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운영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유명 의류대리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종이 입점한 출구 방향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관련 본사에서 동선 입지가 양호한 곳에 허가를 내주기 때문이다. 출구에 다양한 노선의 버스정류장이 위치하면 환승으로 유동 인구가 많아지게 된다. 

이밖에 영화관,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편의 시설, 관공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집객효과로 유동 고객을 유입하기가 수월해서다.

한 상가 전문가는 “상가투자하면 역세권을 떠올릴 정도로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게 초역세권이지만 출구별 유동인구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투자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에 가서 예상 유동인구 흐름도를 파악해야 한다”며 “기존 지하철역보다 신설, 개통되는 지하철 역세권에 투자자 관심이 쏠려 사전 개발계획 및 유동인구, 집객효과 등을 파악해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올 하반기 분양(예정)중인 초역세권 상가들이다.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스트리트형 상가이자 업무동 오피스인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가 분양 중이다. 중심에는 상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선큰광장과 폭8m의 넓은 보행통로를 조성해 스트리트 상가의 특징을 살렸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의 점포로 구성된 상가는 고객 편의를 돕는 근린생활 위주의 판매시설과 고급 카페거리 조성을 위한 식음료시설이 입점한다.
 

천호대로변 업무동 상가와 섹션 오피스도 분양 중이다. 업무동의 구성은 1층은 스타벅스가 2~ 3층은 하나은행이 각각 입점해 운영 중이다. 4~6층은 각종 병의원, 7~12층은 근린생활시설, 13~18층은 업무시설, 지상 19층은 오피스로 구성된다. 

업무시설이 밀집된 오피스타운 조성이 예상되는 5호선 강동역 주변이 천호·성내 재정비촉진지구와 함께 업무·상업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산역 지앤지 메트로타워 1차= ㈜지앤지스토리가 시행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상업 2-4-1에 입지한 ‘지앤지 메트로타워Ⅰ’상가가 분양에 나선다. 2022년 개통예정인 다산역(가칭) 출입구 바로 앞 초역세권 상가로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사거리 3면 코너상가다. 

역 입구에서 1분 이내
초역세권 투자 전략은?

대지면적 998㎡, 연면적 1만286.33㎡,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 및 기계실 등, 지상 1~12층까지는 상가로 구성된다. 총 점포 67개로 전용률은 53%대로 경쟁중인 타 중심상업지 상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3.3㎡당 분양가는 800만~5500만원(부가세별도)선이다. 총 주차대수는 49대. 계약금은 20%다. 시공과 신탁은 W건설㈜와 ㈜코리아신탁이 각각 맡았다. 준공은 2018년 9월경.

▲신흥역 롯데시네마타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신흥역 롯데시네마타워’는 대지면적 3278,7㎡, 건축면적 2355,95㎡, 연면적 3만8175,44㎡ 규모다. 지하 6층~지상 11층으로 조성됐다. 지하 1층은 신흥역 지하철 역사가 연결된다. 

8~11층은 롯데시네마 영화관 9개 입점으로 20년간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지하 2층서 지하 6층에 299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구도심 상권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상가 층별 구성은 대형 만남의 광장이 개설될 지상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는 판매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비롯해 지상 5~6층은 메디컬센터, 지상 7층은 대형 푸드코트 프랜차이즈들이 입점할 계획이다. 업종에 따른 면적 선택이 가능하다. 완공은 오는 2019년 3월 예정. 

흐름 못 잡으면
실패 확률 높아

▲서초 어반하이=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서초 어반하이’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가 공급된다. 지하 5층~지상 20층 1개 동에 42~44㎡, 55㎡, 68㎡ 타입의 중소형 총 352실로 구성된 오피스텔을 배후 수요로 확보하고 있다. 

상가는 지하 1층~지상 1층에 총 13호실이다. 남부터미널역 일대는 상가 공급이 부족한 지역인데, 이 지역서 3년 만에 선보이는 상가 분양이다. 특히 이 상가는 초역세권으로 풍부한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타운 조성을 비롯해 정보사 이전 용지 개발, 엔티산업 남부터미널 용지 인수가 계획됐다. 양재동과 우면동에는 대형 연구개발센터가 세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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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