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사태 파문으로 본 역대 검찰총장 굴욕사

“침은 나에게 뱉어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또 다시 ‘검란(檢亂)’이다. 이번엔 검찰총장 직속 대검 검사장급 참모진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에 반발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김준규 검찰총장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난 1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임기를 불과 한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자진사퇴는 상당히 의외이다. 하지만 반발로 인한 자진사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이른바 검란 되풀이에 국민들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참모진 희생 막고 ‘나 홀로 사퇴’ 결심
역대 10번째 중도하차 하는 김 총장

수사권 조정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던 검찰과 경찰은 진통 끝에 지난달 20일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가 지난달 28일 ‘수사지휘권 관련 세부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부분을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수정해 여야의 압도적 지지로 의결되자 검찰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조율로 검찰과 경찰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을 국회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것이다.

검·경 수사권에 ‘반기’

이에 수사권 조정 협상을 주도한 홍만표 기획조정부장을 비롯해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조영곤 강력부장, 정병두 공판송무부 등 5명의 대검 지도부가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날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대검과 일선 검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1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세계검찰총장회의 개회식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 대통령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총장이 물러날 일이 아니다. 임기를 끝까지 지켜달라”며 일단 사퇴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관계부처 장관과 검·경 양측 기관 수장이 상호의사를 존중해 서명까지 마친 정부 합의안 수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 수정안이 통과되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또 대검 참모진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자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사퇴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검찰총장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그동안 조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몇몇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거나, 고위간부들이 줄사표를 던져왔다. 1988년 검찰 중립과 독립을 보장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총장직을 맡은 15명 중 9명이 중도하차한 것.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10번째 총장으로 기록된다. 임기 2년을 채운 총장은 22대 김기춘, 23대 정구영, 26대 김도언, 29대 박순용, 33대 송광수, 35대 정상명 전 총장 등 6명뿐이다.

25대 박종철 총장은 김영삼 정권 당시 구 여권 사정의 일환인 ‘슬롯머신사건’ 수사를 두고 권력층과 마찰을 빚다 취임 6개월 만에 사직했다.

27대 김기수 총장은 ‘한보사건’ 재수사 도중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구속한 것이 실제 사퇴배경으로 작용하며 임기만료 한달 여를 앞두고 하차했다.

28대 김태정 총장을 거쳐 30대 신승남 총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동생이 연루돼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7개월 만에 물러났다.

31대 이명재 총장은 취임 첫 해 발생한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의 역풍을 맞았다. 당시 김정길 법무부 장관도 사직하는 등 여파가 컸다.

국민의 정부 말기에 임명된 32대 김각영 총장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사 표명에 따라 정권 교체 후에도 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자 곧바로 사퇴했다.

34대 김종빈 전 총장은 2005년 동국대 강정구 교수 수사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헌정사상 첫 수사지휘권 발동을 하자 사퇴를 하는 것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여 남았을 시점에 검찰총장을 맡게 된 임채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으로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

이처럼 검찰총장의 잦은 사퇴파문이 되풀이되자 국민들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사권 조정이 국민들의 편익이나 편의 등과는 동떨어져 각 기관의 지휘체계 변화에 한정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검찰총장이 늘어가자 누리꾼들도 “공직자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 “쓰다고 뱉으면 끝이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지휘봉을 놓지 않으려는 데는 경찰을 통제하고 검찰권한을 확대하기 위함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지금의 검찰 반발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관련 없이 수사권까지 확보해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없애려는 의도”라며 “이런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만을 원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현재 검경 수사권을 놓고 검찰측의 강력한 반발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떤 것이 국민에게 더 편익을 가져다줄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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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