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빨아먹는 ‘흡혈 국회’ 지탄 내막

세비는 꼬박꼬박 “일들은 잘하고 계십니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국회 직원은 현행법에 따라 감사원의 직무감찰대상에서 제외된다. 1년에 한차례 있는 회계감사도 형식적인 수준이라 ‘고무줄 예산집행’의 만성적 병폐가 지속되며 국민들의 혈세 누수가 심각한 수준이다. 산적한 민생현안을 제쳐두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싸움판으로 잘도 끌고 가면서, 자기들 잇속 차리기에는 ‘손발 척척’ 맞춰 기막힌 찰떡궁합을 선보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국회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영수증 없는 특수활동비에 눈먼 예산 ‘펑펑’
제 밥그릇 지키는 데는 여야 손발 ‘척척’


국회가 감사원의 사각지대에서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으로 혈세가 낭비수준을 넘어 ‘과다출혈’로 번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의원들에게 지원되는 세금도 매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세비를 5.1% 올리는 과정에서 여야는 단 한차례 대립도 없이 손발을 맞춰가며 신속하게 처리했다. 이에 의원에게 지원되는 세금은 상당부분 늘어났다.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도 올해 신설됐다.

피 같은 돈 물 쓰듯 ‘펑펑’

문제는 의원들이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의기투합을 하는 반면, 민생현안 해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판만 벌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회 내의 ‘사랑재’ 건물과 제2의원회관을 짓는데 국민의 피 같은 돈을 펑펑 쓰며 낭비가 심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외빈ㆍ국빈 방문 시 접견을 위해 국회 내에 한옥건물 사랑재가 지어졌다. 최초 설계 당시인 2008년 10월 15억1천900만원이던 사업비 규모가 두 차례의 증액을 거쳐 최종적으로 36억6천1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국회 측은 현대식 건물로 지으려다 한옥으로 설계를 변경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적 비난을 비껴가진 못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제2의원회관 건립 과정에서 기본설계 변경 등으로 5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추가된 것을 놓고 감사원의 감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기존 의원회관 리모델링과 제2의원회관 신축에 책정된 예산이 총 2212억 9300만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정보공개센터는 기존 25평에서 45평 정도로 배 가까이 넓어지는 의원실을 아파트 가격으로 산정할 경우 11억~14억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호화회관’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국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보공개센터 측은 “모 교회가 4만5000여명의 교인들을 위한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땅값을 포함해서 2100억원”이라며 “국회는 의원들과 보좌진, 사무처 직원들을 포함해 3000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비싼 돈을 들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회 측은 국회의원실은 현재 25평인데 너무 좁아 불편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의원실 공간 확대에 대한 지침이 내려져 45평으로 넓히는 공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체적 집행내역을 알 수 없는 ‘눈먼 돈’을 물 쓰듯 지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국회의 연간 예산 중 업무추진비는 80억원이 넘고,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지출되는 돈도 100억원 이상이다. 여기에다 어디에 쓰는지 영수증조차 없어도 되는 ‘특수활동비’ 85억원을 합하면 무려 265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송훈석 민주당 의원도 “국회사무처 2010년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의원 보좌직원 급여 명목으로 평년보다 150억원 가량 많은 예산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는 보좌직원 급여를 포함해 인건비 명목으로 지난해 총 2311억 67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2009년 대비 7.3% 증가한 액수”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신규사업 예산으로는 서울 G20국회의장회의 관련 예산으로 9억2500만원, 주차장 시설 정비 5억8100만원, 국회 본관 (구)방송국 리모델링에 22억7200만원, 본회의장 시스템 구축 등에 5억원 이상을 책정했고, 2010년에는 의원실 복사기 구입으로 20억9300만원을 집행했다”며 예산과다책정을 비판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잇속 차리는 법안인 정치자급법(이하 정자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정자법의 내용인 즉, 소액 후원금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쪼개기’ 후원으로 불법 로비가 판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에 이익이 되는 정자법 처리에는 여야가 한통속”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작년 연평도사태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주머니만 더 채우려고 세비를 5%나 올리는 예산안을 의결했다”면서 “자기네 예산을 스스로 짜고 집행하는데도 감사는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현실에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잇속 차리기 바쁜 의원님들

예산집행의 모범이 돼야 할 국회 사무처가 잦은 예산 증액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데 대한 원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이 유인물 인쇄비와 부수 등을 부풀려 예산을 타낸 다음, 업체로부터 일부를 되돌려 받아 비자금화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혈세 빨아먹는 흡혈국회’라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2010년 보좌진 수를 늘려 190억여 원의 세금이 추가로 늘어났고, 의원들 세비도 5% 넘게 늘어났다. 여기에 제2의원회관이 완공되면 의원실 평수까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인력들이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보다 의원들의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구로 내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 파탄 속 서민들의 신음소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잇속 채우기에만 급급한 대한민국 국회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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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