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오피스텔 열기, 대안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투자처인 오피스텔이 8·2대책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권 전매 제한에 수익률 하락이라는 이중고로 투자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규제 무풍지대이던 오피스텔이 8·2대책으로 연말부터 청약조정지역 내 분양물량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거주자 우선 분양이 적용된다. 여기에 최근 공급 물량 증가로 임대수익률이 5%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경우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가

이에 따라 규제 대상인 오피스텔 투자의 대안으로 상가, 레지던스, 섹션오피스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상가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 정부 들어 6·19와 8·2대책을 통해 주택과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된 반면, 상가에 대한 규제는 추가된 게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실제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은 대출받기가 크게 어려워졌지만 상가는 지금처럼 감정가액의 40%에서 최대 80%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이후 세금이 크게 늘어나지만 상가에 대한 세금은 바뀌는 게 없다. 


8·2대책으로 아파트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갈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상가처럼 규제가 덜한 분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상가투자의 관심지역으로, 8호선 연장 호재와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다산신도시와 개발호재가 풍부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이 뜨고 있다.

8·2대책 직격탄…투자 경고등
분양권 전매 제한에 수익률 하락

▲다산역 지앤지 메트로타워 1차(상가)= ㈜지앤지스토리가 시행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상업 2-4-1에 입지한 ‘지앤지 메트로타워1’상가가 9월 분양에 나선다. 2022년 개통예정인 다산역(가칭) 출입구 바로 앞 초역세권 상가로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사거리 3면 코너상가다. 대지면적 998㎡, 연면적 1만286.33㎡,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 및 기계실 등, 지상 1~12층까지는 상가로 구성된다. 총 점포 67개로 전용률은 53%대로 경쟁 중인 타 중심상업지 상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3.3㎡당 분양가는 800만~5500만원(부가세별도)선이다. 총 주차대수는 49대다. 계약금은 20%며 시공과 신탁은 W건설㈜와 ㈜코리아신탁이 각각 맡았다. 준공은 2018년 9월경.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상가, 오피스)=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스트리트형 상가이자 업무동 오피스인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가 분양 중이다. 중심에는 상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선큰광장과 폭 8m의 넓은 보행통로를 조성해 스트리트 상가의 특징을 살렸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의 점포로 구성된 상가는 고객 편의를 돕는 근린생활 위주의 판매시설과 고급 카페거리 조성을 위한 식음료시설 입점으로 지역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호대로변 업무동 상가와 섹션 오피스도 분양 중이다. 업무동1층은 스타벅스가 2~3층은 하나은행이 각각 입점해 운영 중이다. 4~6층은 각종 병의원, 7~12층은 근린생활시설, 13~18층은 업무시설, 지상 19층은 오피스로 구성된다. 업무시설이 밀집된 오피스타운 조성이 예상되는 5호선 강동역 주변이 천호·성내 재정비촉진지구와 함께 업무·상업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레지던스


다음으로 서비스드 레지던스(이하 레지던스)가 있다. 수익률 하락세인 오피스텔을 제치고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레지던스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지만 취사·세탁시설을 갖춰 주거시설처럼 생활할 수 있다. 2011년 7월 합법화한 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레지던스는 짓기 수월하다. 생활숙박업에 속해 호텔 등 관광숙박업 시설보다 건축규제가 덜하다. 주거시설을 갖추고 있는 오피스텔을 레지던스로 변경할 수도 있다. 계약자 동의를 받아 소방시설 등을 갖추면 된다.

유의할 점도 있다. 기존 계약자의 동의가 없거나 건축법상 숙박시설 허용지역(상업·준주거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레지던스 운영을 할 수 없다. 운영업체가 일정 기간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경우 보장기간이 끝난 뒤에는 수익률을 장담하지 못한다. 앞으로 분양이 크게 늘면 레지던스도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에스엠 브띠끄 레지던스 더 스파(레지던스)= 설악산 국립공원 내 첫 레지던스 호텔인 에스엠 브띠끄 레지던스 더 스파가 분양 중이다. 이 호텔은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9-2번지 일대에 위치한다. A동 65실과 B동 71실로 구성됐다. 객실은 A(70.06㎡), B(50.45㎡), C(38.03㎡), D(19.87㎡), E(22.02㎡), F(24.08㎡) 등 6개 타입으로 설계됐다. 공간 전용률이 67.53%에 달한다. 

모든 객실에 개인 온천 스파와 설악산 온천수를 제공한다. 일부 객실은 테라스 공간 활용도 가능하다. A동과 B동 사이엔 근린공원(약 1145㎡)이 조성된다. 설악산의 관문인 무료 주차장(500여 대) 앞에 위치해 주차하기 편하다. 객실에서 멀리 동해와 설악산 절경을 감상할 수 있고, 동해와 속초8경 같은 관광명소가 차로 약 10분 거리 안에 있다. 최근 강원지역에 철도·고속도로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계약금 10%에 잔금 50% 대출 혜택을 준다.

섹션오피스

마지막으로 섹션오피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 한 층을 통으로 임대하는 일반 오피스와 달리 섹션오피스는 사무실을 다양한 크기로 나눠 임대가 가능한 수익형부동산 상품을 말한다.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원하는 규모로 업무시설 구성이 가능해 다양한 수요층 확보가 가능하다. 오피스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양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가 가능해 기존 오피스에 비해 환금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상가·레지던스·섹션오피스
수익형 부동산 3총사 뜬다!

소규모 창업이 확산되면서 섹션오피스는 기존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블루오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중소사업자들은 개별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화장실, 주방 등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이 포함돼 면적의 손실 부분이 컸다.

섹션오피스는 한 개 층을 다양하게 분할해 각 공간의 면적을 100% 업무용으로 만들고 화장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의 편의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공간 효용성이 높고 운영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중소사업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섹션오피스의 인기는 실제 분양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마곡에서 선보인 열린엠타워, 센테니아, 마곡퀸즈파크 11 등 섹션오피스들은 잇달아 일주일 내에 분양이 완료했으며 문정지구에서 선보인 문정지구 헤리움 써밋타워도 단기간에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섹션오피스 유망지역으로는 역세권 등 교통요충지, 산업단지나 대기업 투자지역, 행정타운 인근을 꼽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8·2대책은 전방위적 규제로 불릴 정도로 강력해 분양권 거래가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수익형 부동산 분양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며 “상가의 경우 시세가 많이 오른 서울 도심 역세권보다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레지던스는 공급물량이 없었거나 적었던 공급가뭄지역을 섹션 오피스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마곡 그랑 트윈타워(오피스, 상가)= 오는 9월 마곡지구에서는 C13-3, 4, 5, 6BL 일대에 들어서는 스마트 오피스 ‘마곡 그랑 트윈타워’가 분양될 예정이다. LG사이언스 파크 등 60여개 기업이 가까이 있다. BMT클러스터 조성으로 바이오 의료, 의약 산업단지 수요, 이화여대 서울병원(예정), 마곡의 코엑스라 불리는 MICE 산업단지의 수혜지다. 강서세무서, 강서구청 이전 등 다수의 공공기관 및 마곡역 초역세권(120m, 예정)을 터로 택한 마곡 그랑 트윈타워는 버스정류장도 50m 거리에 있다. 

김포국제공항 접근이 수월하다. 서울 여의도 등 도심권역과 인접한 데다 사업지 반경 4km 이내 다수의 지하철 노선 및 고속화도로가 있다. 마곡 그랑 트윈타워는 총 2개동(A동, B동),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지어진다. 업무시설(오피스)과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법정 주차 대수의 175%에 달하는 주차공간이 계획돼 효율성을 높였다. 지상 1~4층에는 상업시설이, 지상 5~9층에 업무시설이 각각 들어선다.

마곡지구 최초로 오피스에 LG유플러스 IoT 시스템 제공 및 지하 창고와 옥상 정원도 조성 예정이다. 오피스의 경우 3.3㎡당 평균 840만원대의 분양가, 상가는 3.3㎡당 평균분양가가 4180만원대(1층 기준)로 책정됐다. 대부분 33㎡ 타입의 섹션 오피스 구성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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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