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발 정계개편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0:26:00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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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잡아도 문제 못 잡아도 문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계개편의 핵’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움직였다. 대선 패배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8·27전당대회(이하 전대)에 당 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친안(親安)과 반안(反安)이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전대를 기점으로 당이 찢어지는 사태까지 예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취재했다.
 

“결코 내가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라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했는지 기자회견장서 “다음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철수 출마
정치계 ICBM

안 전 대표의 선언은 국민의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안 전 대표의 선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반성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음에도 국민의당 대표로 출마한다고 도전장을 낸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다.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정계서 물러났던 정치인이 다시 정치복귀 선언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국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다가 안 전 대표가 극중주의(진보·보수가 아닌 완전한 의미의 중립노선을 고수하는 것)를 표방하자 그때서야 “오락가락하던 과거 행적을 볼 때 실천에 옮겨질지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다른 당보다 국민의당 내부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선언 당일 당내 의원 12명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며 성명을 냈다. 그들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며 안 전 대표에게 출마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반안(철수)계 의원들과 호남 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호남 출신 황주홍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서 “3·15부정선거 때의 최고책임자가 4·19혁명 이후 민주정부 구성을 위한 대선에 출마한다면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반안·호남 반발
집단 탈당설도

안 전 대표와 투톱을 이뤘던 박지원 전 대표 역시 “명분도 실리도 없고,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만류했다”며 “당 의원 40명 중 30명 이상이 반대하고 있고, 당 고문단도 분노의 경지까지 도달해 탈당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말처럼 당 고문단인 동교동계는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동교동계서 한때 집단탈당설까지 나오며 안 전 대표를 압박했지만 그는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이에 동교동계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출마를 철회했으면 좋겠다”며 거듭 철회를 압박했다.
 

지난 8일은 동교동계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순간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 홍기훈, 박양수, 박명석, 이훈평, 최락도, 이경재, 이창근, 류의재 등 원로 고문단 9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모여 안 전 대표의 출당 건의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반대 목소리는 결국 허공의 메아리로 그쳤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전대 후보 등록 첫날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절차를 마쳤다. 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안 전 대표는 “지금은 당이 위기상황”이라며 “이번 전대는 혁신 전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정배·정동영 등 다른 당 대표 출마자를 중심으로 반안 조직이 공고해지고 있다. 여기에 결선투표제가 전대 룰로 결정돼 구도는 ‘친안 대 반안’ 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결선투표제는 과반을 득표하는 당선자가 없을 시 1·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재투표하는 선거 제도로 당 설립자이자 지명도가 가장 높은 안 전 대표 대 다른 반안계 후보의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왜 출마를 강행하는 것일까. 중론은 국민의당 창당 때부터 이어져온 ‘호남 중진 대 친안계(새정치)’의 갈등을 이번 기회에 매조지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란 해석이다.

정계개편의 핵, 국민당에 직격
‘친안 VS 반안’ 파워게임 비화

이는 안 전 대표가 발표한 출마선언문의 행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외연을 넓혀서 전국 정당으로 우뚝 서겠다”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매진하겠다” 등 호남과 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 안 전 대표의 입에서 쏟아졌다. 친안계 내에서도 “호남색을 빼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안 전 대표의 출마가 ‘호남색 빼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지난 대선 국면을 주목한다. 

즉,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서 ‘호남당’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한 안 전 대표의 생각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 대선 직후 수많은 언론과 정치전문가들이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 요인으로 ‘전국의 세’를 꼽은 바 있다. 반면 호남 정당으로 불리는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세 확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친안 측에서는 ‘호남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호남서 압도적 의석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당시 후보보다 호남서의 득표가 적었던 것을 두고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호남색 빼기를 진단한 안 전 대표와 친안계가 들고 나온 처방전이 바로 당 대표 출마 카드다. 여기에 호남·반안 측이 쉽사리 국민의당을 탈당할 수 없다는 판단은 안 전 대표가 수많은 철회 요구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이유로 작동하고 있다. 


동교동계와 호남·반안 측이 연일 출마 철회를 요구했지만, 안 전 대표는 후보 등록일 첫날 당사를 찾아 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호남색 빼기
작심한 듯

결국 ‘나가려면 나가’라는 식의 신호라고 해석될만하다. 그러나 동교동계 및 호남 진영은 섣불리 국민의당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입당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주당을 떠날 때 ‘친문 패권주의’를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서 당선됨에 따라 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떠날 당시보다 친문 세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복당할 명분이 약할뿐더러 민주당 내에서의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상황서 민주당은 지지자들의 반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 친문계와 그 지지자들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친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떠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을 덥석 받아들였을 때 얻을 표와 잃을 표를 가늠한다면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큰 실익이 없다면 굳이 입당을 받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들이 입당해 당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새로 민주당에 입당한 사람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이라도 요구한다면 민주당이 그려놓은 큰 그림이 오히려 망가질 수도 있는 일이다. 계파 갈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극중주의 내건 안의 본심은?
정동영·천정배 전격 단일화?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반대파가 집단 탈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민주당 입당’이라는 구심력보다 ‘안철수 반대’라는 원심력이 더 강하다면 입당 여부와는 관계없이 집단적으로 국민의당을 뛰쳐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계개편의 시작을 의미한다.

정계개편은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정동영·천정배 의원 중 한 명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안 전 대표가 당선되면 바른정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손잡는 그림은 새로울 것이 없는 시나리오다. 대선을 전후로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두 정당이 합당에 나서기엔 호남과 영남이라는 현실적 걸림돌이 존재한다. 

곧바로 합당으로 이어졌을 때 불거질 반발도 예상해야 한다. 이에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접촉면을 늘려간 후 합당으로 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안철수 당 대표’다.

안 전 대표는 출마선언문 발표서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함께 발표한 극중주의 전략은 결국 바른정당을 염두에 뒀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친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공조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국민의당 일부 초선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 중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만들어 지난 1일 회동을 가진 ‘한국판 제3의 길 모색과 실천을 위한 모임’도 공조의 일환이다. 현재는 구성이 국민의당 의원들에 한정된 모임이지만, 향후 멤버십을 넓혀 바른정당 등 뜻을 함께하는 다른 당 의원들에게 문호를 넓힐 방침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이 힘을 합쳐 함께 토론회를 꾸리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일례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최근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가능한가’ 등을 주제로 공동주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친안계 인사 중 한 명이다.

대선 직후 안 전 대표 스스로가 바른정당과의 공조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는 대선 후 새로 꾸려질 원내지도부 구성에 대해 “바른정당과 연대·공조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출마 선언 때 “함께 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 사이에선 ‘안철수 리더십’ 보이콧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가 당선되면 반안계 의원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의 원내교섭권을 박탈할 것이란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당권 레이스는 이미 불이 붙은 상황이다. 안 전 대표보다 앞서 출마를 선언했던 천정배 의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라며 “몰염치의 극치, 협박의 정치이자 갑질의 정치”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겨냥
극중주의 호소

같은 날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정동영 의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면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라며 “안 전 대표가 공당이 아닌 사당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가 내세운 ‘극중주의’에 대해서도 “‘새 정치’라는 말이 모호했듯이 극중주의라는 구호 역시 모호하다”며 기회주의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반안 전선을 구축을 위한 정동영-천정배 단일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호남 중진 의원들은 조찬 회동 자리서 이 같은 얘기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회동에 참석한 장병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는 순간 단일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닌 (안 전 대표가 출마하는 순간부터)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제2제보조작’ 사태
“지지자들 실체가 없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지지 선언을 ‘제2의 제보조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안 전 대표 출마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109명의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 의원은 “(안 전 후보의 당대표 출마를 요구했다는 지역위원장) 109명이 지지 선언을 했다고 하는데 실체가 없다”며 “제2의 제보조작사건이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 꾸준히 “109명 명단을 공개하라”며 조작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역위원장 109명 누구?
이상돈 의원 의문 제기

앞서 지난 6일 국민의당 김현식, 고무열 지역위원장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9인의 서명을 확보하는 과정에 일부 거짓과 왜곡이 개입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명과정에 참여한 지역위원장들의 증언에 의하면 취지가 불분명한 질문에 대한 단순한 지지의사 표명이 전대 출마에 동의하는 ‘서명’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109명의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서명을 주도한 김철근 전 선대위 대변인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단을 발표하면 ‘줄 세우기’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명단을) 준비를 했던 10여명의 지역위원장들이 있는데 그 분들하고 의논을 해서 명단은 발표하지 않은 게 바람직하겠다고 해서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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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