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청와대 캐비닛 파일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0:21:03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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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해도 알지? 무언의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 캐비닛서 이전 정권서 작성된 문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박근혜정권 당시 제작된 문건을 공개하며 추가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최근 이명박정권 당시 문건이 발견되면서 문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등 추가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아직도 청와대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문건의 존재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새로운 캐비닛 문건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정권이 남기고 간 문서 목록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서 이명박(MB)정권 당시 청와대가 생산한 문건을 찾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연합뉴스>를 통해 “MB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이 발견됐다”며 “그중에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계속 발견되는
문건들 내용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건은 당시 각종 의혹을 낳으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방부는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인허가를 반대했지만 MB정부는 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롯데에 신축 허가를 내줬다. 일각에선 MB가 직접 신축 허가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STX 관련 문건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STX와 MB정부 사이에 오갔던 의혹으로는 해군 차기고속정 사업 수주가 있다. 당시 STX는 군수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MB정부로부터 해군 차기고속정 방위산업체로 추가 지정돼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해군의 수장이던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확정 받은 상태다. 최근 발견된 STX 문건에 당시 군 고위 관계자 내지는 정권 인사가 연루된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청와대는 문건의 추가 발견 소식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 측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설사 문건이 존재한다고 해도 공개를 할 것인지, 공개를 해도 무방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는 이번에 발견된 문건의 공개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한다면 공개하는 것이 맞지만,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STX
무슨 내용?

또 외교·안보 같은 중대한 내용도 함께 공개될 수 있어 고심 중이다. 추가 문건이 발견된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서 안보실서 박근혜정권 때 제작된 문건이 발견되자 청와대는 관련 소식을 알리면서도 외교·안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해당 내용은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시점은 지난 14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박근혜정부 때 사용한 민정수석실 캐비닛서 300쪽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문체부 압력’ ‘세월호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 담고 있는 내용이 파격적이었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알려 파장을 낳았다.


해당 민정수석실 자료들은 2013년 1월 작성된 MB정부 시절 자료 1건을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만들어졌다. 내용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와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 등이다. 

해당 자료들 중 일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이관됐으며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배당됐다.

이후에도 문건 발견 소식이 이어졌다. 3일 뒤인 지난 17일 청와대는 정무기획비서관실서 박근혜정부 시절 정책조정수석실서 생산한 다량의 문건을 추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총 1361쪽의 문건 중 254쪽에 대한 분류 및 분석 작업을 마쳤는데) 254쪽의 문건은 비서실장이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를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라며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활용 방안,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한장 한장 캐비닛 여는 청와대 속셈은?
대놓고 못하고…정치적 메시지 담겼나

그런 가운데 청와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전반의 과정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김관진 문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드 도입결정부터 조기배치 과정까지 수많은 의혹을 풀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민감한 외교·안보 관련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의혹들 중 문건 내용에 포함된 것이 있는 반면, 아직 거론되지 않은 사안도 존재한다. 청와대의 전수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정권과 연결된 의혹들을 추가로 발견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먼저 MB정권과 관련된 대표적인 의혹은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3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박근혜정권서 관련 정보가 문건으로 작성돼 캐비닛에 보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MB정권서 있었던 ‘노무현 논두렁 시계’ 공작도 핵심 사건 중 하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는 6년 뒤인 2015년 2월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자리서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국정원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4대강·성완종
핵심 의혹들

자원외교 사업도 MB정권서 시작돼 박근혜정권 시절 큰 주목을 받은 사안이다. 지난 2015년 3월 검찰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그동안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정기관을 통한 정보 수집이 일상 업무인 민정수석실서 이와 관련된 서면 보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이어졌다.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던 성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 앞서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MB맨이 아니다”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선 메모지가 발견됐는데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등 실명과 로비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기록돼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성완종 리스트’라 불렀다. 2015년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청와대 측이 그냥 지나쳤을 리 만무하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서 MB와 맞붙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MB의 BBK 사기 연루를 주장했다. 이후 서로에 대한 고소·고발전이 이어졌고 결국 MB는 당선자 신분으로 BBK 특검 수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 때의 앙금은 18대 총선서 친이(친 이명박)계의 친박(친 박근혜)계에 대한 공천 학살로 이어졌다.

‘논두렁 공작’ 배후는?
‘정윤회 수사’ 보고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만기 출소한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는 자신에게 ‘기획입국’을 제안한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측에 있었다. MB 측과 갈등을 벌였던 박 전 대통령이 BBK와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터진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은 최순실 사태의 전초전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유출된 문건에 대해 ‘찌라시’라고 비난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문건 내용의 진위를 특수2부에 문건유출 부분을 배당해 뒷말을 낳았다. 실제 검찰은 문건 유출 경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등 석연찮은 점을 보였다. 

곧 청와대가 개입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한 동향보고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루어졌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박근혜정권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을 기획해 찍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은 취임 후 곧바로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는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당시 청와대가 지시를 내려 채 전 총장에 대한 뒷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윤회·채동욱
의혹의 키맨들

이 같은 의혹을 담은 문건이 추가로 발견될지는 미지수다. 발견된다고 해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만약 추가 문건이 발견된다면 ‘적폐청산’의 연장선에서 재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내부에선 문건 내용 공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외교·안보 등과 같이 민감한 사안이 아니라면 불법적인 지시가 담긴 것으로 판단되는 문건을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찔리는 자유한국당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무력시위를 펼쳤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우리가 발견한 문건 중 ‘비밀’ 분류도장이 찍혀 있는 문건은 없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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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