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바른보수 찾아 나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17 10:17:22
  • 호수 1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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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보수 청산 선봉에 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바른정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 결과 기호 1번인 이 대표가 총 1만6809표로 득표율 36.9%를 기록, 하태경(33.1%)·정운천(17.6%)·김영우(12.5%) 최고위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선출직 여성 대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소신’ ‘뚝심’의 대명사.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당선사에서 ‘자강론’을 외쳤다.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다른 보수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일부 보수 인사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 대표 취임 후 바른정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전당대회가 있던 그 주, 바른정당이 지지율 9%를 기록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이어 전체 2위, 야당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비록 다음 여론조사서 전체 2위 자리를 한국당(9%)에 내줬지만 불과 1%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쫓고 있다. 의석수, 자산, 고정지지층의 규모 등 모든 부분서 한국당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바른정당이지만, 저력을 발휘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 대표의 ‘뚝심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당선되고 15일이 지났습니다(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11일 기준).
▲15일밖에 안 지났어요? 몇 달은 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 예. 15일 맞네요.
▲그만큼 정신이 없네요.


- 인터뷰가 많으시죠?
▲오늘(지난 11일)은 인터뷰가 3개뿐이었어요. 그런데 지방 일정이 있어 경북 영주·안동을 돌고 지금 올라온 거예요. 또 장관과 감사원장 등등해서 예방 일정이 4개 정도 있었어요.

- 당선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 시간을 1, 2분 내기도 힘들어요. 차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일정을 수행하다 보니 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
▲당 대표 기간 내내 이럴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초반에 인사드려야 할 곳이 많으니까.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장관, 청와대 인사, 각 당 대표 등을 찾아봬야 하고, 또 인터뷰까지 해야 하잖아요. ‘임기 초만 죽었다 생각하자’ 그렇게 임하고 있습니다.

- 취임 후 당 시스템에 변화가 있나요?
▲회의 방식을 바꿨어요. 이전에는 개인 생각까지 공개발언 시간에 했습니다. 그러면 언론은 그게 개인의 입장인지 당의 입장인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지도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다음날 회의서 다뤄야 할 안건을 각자 올리게 했습니다. 그중 우선순위를 정한 뒤 비공개 회의를 거쳐 당의 공식 입장으로 나가게 바꿨습니다. 

현재 당 대표 입으로 나가는 게 당의 공식 입장입니다. 대신 보충하고 싶은 것, 공식 입장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최고위원들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해 소수 의견도 존중되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당론에 일사분란하게 굴종하는 것이 싫어서 한국당을 나온 사람들이니까요.

- 겹경사입니다. 아시아·유럽정치포럼(AEPF) 초대 부의장이 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유∼ 사실 걱정입니다. AEPF는 제가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일인데요. 아시아와 유럽이 함께 논의할 일이 많아 지난해 내내 뛰어다녔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획에 없던 당 대표로 당선돼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보수정당 최초 선출직 여성 대표
소신과 뚝심 대명사의 ‘자강론’


- 초대 부의장이니까 역할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그야말로 ‘뉴 본 베이비(Newborn Baby)’잖아요. 회의 방식, 아젠다 세팅, 결의문 채택 프로세스 등이 서로 다른 유럽과 아시아정당 연합체가 하나가 돼 협업(Co-Work)해야 하니까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 문재인 대통령의 G20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셨나요?
▲고생하셨죠. 인수위도 없이 취임하자마자 국정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정상외교까지 소화하시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정상회담서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지 정할 시간도 없이 내몰린 거잖아요. 참 힘드셨을 걸로 짐작이 되고 어쨌든 고생하셨다고 평가해드리고 싶습니다.

-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은?
▲한·미·일 공동성명 발표는 굉장히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에 가지고 있는 불안함은 ‘과연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 수 있느냐’잖아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성공단계에 있고 한미 정상회담 중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은 게 북한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우리와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다 보면 국민들은 불안해하지 않겠어요? 역대 우리 정부는 부시 8년, 오바마 8년을 거치며 북핵 제재에 함께 공조를 하자고 말은 했지만, 실제 공조의 액션에 들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당 지지율 한때 2위까지 올라
“보수 본진될 것” 자신감 보여

트럼프정부 들어 이제 그 공조가 실행되려고 하는 찰나, 우리 쪽에서 북한과의 대화 얘기를 꺼내 이 공조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까 우리 국민들은 걱정했어요. 그러나 다행히 한·미·일 공동성명이 그런 불안을 상당히 완화시켜줬습니다. 
단,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G20 정상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우려와 공감을 했음에도 마지막 합의문에 북핵 문제가 한마디도 언급이 안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재인정부가 재협상을 하자고 말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미 일본 측에서 합의를 파괴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벌써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 동원의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이건 합의를 깨는 발언이거든요. 일본 자민련 소속 의원들은 뭐라고 했습니까. “자발적인 것이었다” “비즈니스였다” “상업적 거래였다”며 정말 천인공노할 발언을 했잖아요. 재협상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바른정당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자릿수 돌파를 위해 어떤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바른보수를 찾습니다’ 캠페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국을 다니며 우리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뭘 하려는 건지, 우리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들인지를 국민들에게 만나서 알릴 계획입니다. 

특히 집중적으로 찾아갈 지역이 영남 중에서도 대구·경북(TK)인데요. 여기는 낡은 보수가 가짜뉴스를 퍼트려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된 피해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아예 2달 동안 TK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려고 합니다. 

- 지금 분위기에선 호남보다 영남 공략이 더 힘들어 보입니다.
▲맞습니다. 왜냐면 잘못된 편견의 피해자들이라 그렇습니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자는 ‘문준용 제보조작’만큼이나 심각한 국사범(國事犯)으로 다뤄야 합니다. 대선기간 중 홍준표 당시 후보(현 한국당 대표)가 퍼트린 가짜뉴스도 마찬가지죠. 

“홍준표발 가짜뉴스, 
문준용 건만큼 심각”

홍 후보가 문재인 당시 후보를 여론조사서 앞섰다? 그건 명백한 가짜뉴스입니다. 이걸 무작위 살포했는데 왜 조사해서 처벌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전 홍 후보 측의 가짜뉴스 유포도 문준용 제보조작만큼 심각하게 다뤄야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봅니다.


- 극우성향 단톡방에 취재차 들어가 있는데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것을 보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 많아요.

- 최근 바른정당은 ‘종북몰이 보수,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한국당이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그 토론회는 제가 아닌 하태경 최고위원이 주최하신 자리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당은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유리돼 수십년전의 사고방식·가치관·관행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전 해체보단 자연 소멸된다고 봐요. 대한민국과 점점 유리되는 세력은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잖아요.
 

- 대표님은 한국당이 종북몰이 보수의 주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당은 그 일을 앞장서서 하는 정당이죠. 지난번 대선 때 홍 후보가 “문재인이 집권하면 김정은이 집권하는 것”이라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수천명의 당원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얘기했어요. 그게 종북몰이가 아니고 뭔가요? 그런 말을 공당서 하고 있는 거예요.

- 몇몇 지역 정가서 한국당 탈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시대의 흐름과 완전히 유리돼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점점 멀어지는 낡은 세력은 결국 자동 소멸하게 되죠. 자동 소멸하는 저 난파선 안에 사람들이 살려면 하루라도 빨리 바른정당의 구명보트로 옮겨 타야 합니다. 우리는 살려고 한국당을 뛰쳐나오는 사람은 태워줄 겁니다.

-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바른정당서 특검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검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입니다.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구요. 특검은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단, 개인적으로 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대표로서 어떤 각오로 임기를 마치실 건가요?
▲대한민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는 ‘건강한 진보’ ‘건강한 보수’, 두 날개가 튼튼해야 균형을 잡고 비상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보수라는 한 날개가 망가졌어요. 그동안 보수 진영이 보여줬던 잘못된 문화·구조·관행이 누적된 상태서 박근혜라는 대통령이 이 문제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 거예요. 


초토화된 보수는 하루이틀 만에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복원돼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바른정당은 힘들고 고난의 행군이지만, 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많은 보수 유권자는 물론 대한민국의 건전한 국민들께서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저희들에게 애정과 인내를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chm@ilyosisa.co.kr>


[이혜훈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UCLA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한나라당 사무부총장
▲제17·18·20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바른정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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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