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바른보수 찾아 나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17 10:17:22
  • 호수 1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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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보수 청산 선봉에 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바른정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 결과 기호 1번인 이 대표가 총 1만6809표로 득표율 36.9%를 기록, 하태경(33.1%)·정운천(17.6%)·김영우(12.5%) 최고위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선출직 여성 대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소신’ ‘뚝심’의 대명사.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당선사에서 ‘자강론’을 외쳤다.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다른 보수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일부 보수 인사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 대표 취임 후 바른정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전당대회가 있던 그 주, 바른정당이 지지율 9%를 기록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이어 전체 2위, 야당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비록 다음 여론조사서 전체 2위 자리를 한국당(9%)에 내줬지만 불과 1%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쫓고 있다. 의석수, 자산, 고정지지층의 규모 등 모든 부분서 한국당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바른정당이지만, 저력을 발휘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 대표의 ‘뚝심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당선되고 15일이 지났습니다(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11일 기준).
▲15일밖에 안 지났어요? 몇 달은 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 예. 15일 맞네요.
▲그만큼 정신이 없네요.


- 인터뷰가 많으시죠?
▲오늘(지난 11일)은 인터뷰가 3개뿐이었어요. 그런데 지방 일정이 있어 경북 영주·안동을 돌고 지금 올라온 거예요. 또 장관과 감사원장 등등해서 예방 일정이 4개 정도 있었어요.

- 당선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 시간을 1, 2분 내기도 힘들어요. 차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일정을 수행하다 보니 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
▲당 대표 기간 내내 이럴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초반에 인사드려야 할 곳이 많으니까.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장관, 청와대 인사, 각 당 대표 등을 찾아봬야 하고, 또 인터뷰까지 해야 하잖아요. ‘임기 초만 죽었다 생각하자’ 그렇게 임하고 있습니다.

- 취임 후 당 시스템에 변화가 있나요?
▲회의 방식을 바꿨어요. 이전에는 개인 생각까지 공개발언 시간에 했습니다. 그러면 언론은 그게 개인의 입장인지 당의 입장인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지도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다음날 회의서 다뤄야 할 안건을 각자 올리게 했습니다. 그중 우선순위를 정한 뒤 비공개 회의를 거쳐 당의 공식 입장으로 나가게 바꿨습니다. 

현재 당 대표 입으로 나가는 게 당의 공식 입장입니다. 대신 보충하고 싶은 것, 공식 입장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최고위원들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해 소수 의견도 존중되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당론에 일사분란하게 굴종하는 것이 싫어서 한국당을 나온 사람들이니까요.

- 겹경사입니다. 아시아·유럽정치포럼(AEPF) 초대 부의장이 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유∼ 사실 걱정입니다. AEPF는 제가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일인데요. 아시아와 유럽이 함께 논의할 일이 많아 지난해 내내 뛰어다녔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획에 없던 당 대표로 당선돼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보수정당 최초 선출직 여성 대표
소신과 뚝심 대명사의 ‘자강론’


- 초대 부의장이니까 역할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그야말로 ‘뉴 본 베이비(Newborn Baby)’잖아요. 회의 방식, 아젠다 세팅, 결의문 채택 프로세스 등이 서로 다른 유럽과 아시아정당 연합체가 하나가 돼 협업(Co-Work)해야 하니까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 문재인 대통령의 G20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셨나요?
▲고생하셨죠. 인수위도 없이 취임하자마자 국정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정상외교까지 소화하시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정상회담서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지 정할 시간도 없이 내몰린 거잖아요. 참 힘드셨을 걸로 짐작이 되고 어쨌든 고생하셨다고 평가해드리고 싶습니다.

-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은?
▲한·미·일 공동성명 발표는 굉장히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에 가지고 있는 불안함은 ‘과연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 수 있느냐’잖아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성공단계에 있고 한미 정상회담 중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은 게 북한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우리와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다 보면 국민들은 불안해하지 않겠어요? 역대 우리 정부는 부시 8년, 오바마 8년을 거치며 북핵 제재에 함께 공조를 하자고 말은 했지만, 실제 공조의 액션에 들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당 지지율 한때 2위까지 올라
“보수 본진될 것” 자신감 보여

트럼프정부 들어 이제 그 공조가 실행되려고 하는 찰나, 우리 쪽에서 북한과의 대화 얘기를 꺼내 이 공조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까 우리 국민들은 걱정했어요. 그러나 다행히 한·미·일 공동성명이 그런 불안을 상당히 완화시켜줬습니다. 
단,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G20 정상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우려와 공감을 했음에도 마지막 합의문에 북핵 문제가 한마디도 언급이 안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재인정부가 재협상을 하자고 말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미 일본 측에서 합의를 파괴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벌써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 동원의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이건 합의를 깨는 발언이거든요. 일본 자민련 소속 의원들은 뭐라고 했습니까. “자발적인 것이었다” “비즈니스였다” “상업적 거래였다”며 정말 천인공노할 발언을 했잖아요. 재협상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바른정당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자릿수 돌파를 위해 어떤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바른보수를 찾습니다’ 캠페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국을 다니며 우리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뭘 하려는 건지, 우리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들인지를 국민들에게 만나서 알릴 계획입니다. 

특히 집중적으로 찾아갈 지역이 영남 중에서도 대구·경북(TK)인데요. 여기는 낡은 보수가 가짜뉴스를 퍼트려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된 피해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아예 2달 동안 TK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려고 합니다. 

- 지금 분위기에선 호남보다 영남 공략이 더 힘들어 보입니다.
▲맞습니다. 왜냐면 잘못된 편견의 피해자들이라 그렇습니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자는 ‘문준용 제보조작’만큼이나 심각한 국사범(國事犯)으로 다뤄야 합니다. 대선기간 중 홍준표 당시 후보(현 한국당 대표)가 퍼트린 가짜뉴스도 마찬가지죠. 

“홍준표발 가짜뉴스, 
문준용 건만큼 심각”

홍 후보가 문재인 당시 후보를 여론조사서 앞섰다? 그건 명백한 가짜뉴스입니다. 이걸 무작위 살포했는데 왜 조사해서 처벌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전 홍 후보 측의 가짜뉴스 유포도 문준용 제보조작만큼 심각하게 다뤄야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봅니다.


- 극우성향 단톡방에 취재차 들어가 있는데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것을 보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 많아요.

- 최근 바른정당은 ‘종북몰이 보수,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한국당이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그 토론회는 제가 아닌 하태경 최고위원이 주최하신 자리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당은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유리돼 수십년전의 사고방식·가치관·관행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전 해체보단 자연 소멸된다고 봐요. 대한민국과 점점 유리되는 세력은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잖아요.
 

- 대표님은 한국당이 종북몰이 보수의 주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당은 그 일을 앞장서서 하는 정당이죠. 지난번 대선 때 홍 후보가 “문재인이 집권하면 김정은이 집권하는 것”이라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수천명의 당원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얘기했어요. 그게 종북몰이가 아니고 뭔가요? 그런 말을 공당서 하고 있는 거예요.

- 몇몇 지역 정가서 한국당 탈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시대의 흐름과 완전히 유리돼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점점 멀어지는 낡은 세력은 결국 자동 소멸하게 되죠. 자동 소멸하는 저 난파선 안에 사람들이 살려면 하루라도 빨리 바른정당의 구명보트로 옮겨 타야 합니다. 우리는 살려고 한국당을 뛰쳐나오는 사람은 태워줄 겁니다.

-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바른정당서 특검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검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입니다.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구요. 특검은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단, 개인적으로 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대표로서 어떤 각오로 임기를 마치실 건가요?
▲대한민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는 ‘건강한 진보’ ‘건강한 보수’, 두 날개가 튼튼해야 균형을 잡고 비상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보수라는 한 날개가 망가졌어요. 그동안 보수 진영이 보여줬던 잘못된 문화·구조·관행이 누적된 상태서 박근혜라는 대통령이 이 문제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 거예요. 


초토화된 보수는 하루이틀 만에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복원돼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바른정당은 힘들고 고난의 행군이지만, 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많은 보수 유권자는 물론 대한민국의 건전한 국민들께서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저희들에게 애정과 인내를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chm@ilyosisa.co.kr>


[이혜훈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UCLA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한나라당 사무부총장
▲제17·18·20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바른정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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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