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뜨는 ‘핫라인’

어느덧 2017년 한 해도 무더운 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만큼 뜨거운 부동산 시장이 있어 투자자이나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경기 서북부·한강변·동해 관광벨트
택지개발지구…인기 주거지로 떠올라
 

일명 부동산 핫라인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지역을 꼽으라면 먼저 경기 서북부 3인방인 향동지구, 삼송지구, 지축지구가 있다. 이들 3인방은 경기 서북부지역의 택지개발지구로서 인기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으면서 편의시설도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주거지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다음으로 서울의 상징이자 신흥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강변 라인에 입지한 3인방으로 용산구, 성동구, 마포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통망의 확충으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동해안 관광 벨트 3인방인 속초, 양양, 고성에 세컨드하우스 열풍이 거세다. 

최근 경기 서북부 3인방인 향동지구, 삼송지구, 지축지구가 신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 


향동공공주택지구

먼저 덕양구 향동동에 위치한 향동공공주택지구는 전체 117만8377㎡ 부지에 앞으로 총 7994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고양시와 서울시 경계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추진하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분양이 이뤄져 2019년 2월 입주가 시작된다. 위치상으론 북쪽으로 삼송·원흥·지축지구와 은평뉴타운이 위치하고 남쪽으로 상암DMC, 덕은지구, 수색 등과 접한다.

국내 두 번째로 이케아 매장이 들어서는 원흥지구와 오는 8월 오픈 예정인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차로 20분 내외 거리다. 은평뉴타운의 롯데몰과 성모병원(2019년 예정)에도 30분 내 도착이 가능하다. 경기도권이지만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업무지구와 가깝다는 게 최대 이점. 상암MBC와 차로 10분 내외 거리다. 가까운 역은 경의중앙선인 수색역과 6호선·경의선·공항철도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다. 수색역과는 3㎢ 내외 거리로 버스나 차로 접근이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전세난에 지친 서울 서북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분석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1300만원 안팎이다. 인근 마포구 상암동의 전세가(1455만원,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보다 저렴하다. 현재 수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웃돈은 동·호수에 따라 3000만~6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는데 생각보다 물량이 많지는 않다.

삼송택지개발지구

경기 고양시 삼송택지개발지구는 지하철 3호선 삼송역·원흥역 주변을 포함, 507만11㎡의 면적에 총 2만2128가구가 들어서는 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이다.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동산동·오금동·원흥동·용두동·대자동·지축동 일원이 포함된다. 역에서 약 10분을 걸어가니 신세계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막바지 공사 중이다. 오는 8월 문을 여는 이곳은 축구장 50배 면적에 95개 전국 맛집과 500개 브랜드가 입점하는 대형쇼핑몰이다. ‘스타필드 하남’에 이은 두 번째 지점으로 서울과 경기 서북부지역 쇼핑족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역세권인 삼송역 주변 아파트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삼송역 인근에 한 아파트는 분양가(3억9900만원)에서 약 2억4500만원이 올랐다. 입주 때(2015년 9월, 5억원)와 비교해도 1억4500만원 상승해 인근 서울권역인 은평뉴타운의 시세를 따라잡았다. 스타필드와 역 주변 아파텔도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층·호수에 따라 3000만~8000만원의 웃돈을 줘야 분양권 구매가 가능하다.


입주를 앞둔 소형아파트들도 6000만원 이상 웃돈이 형성됐다. 삼송역에서 차로 15분, 원흥역에서 5분 거리에 이케아 2호점 공사현장이 있다. 광명시에 개장한 1호점에 이어 ‘이케아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근 상권과 아파트 값도 뛰었다. 삼송역과 원흥역 주변은 스타필드, 이케아 등의 대형편의시설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하면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아 실수요·투자수요가 꾸준한데 3호선 이용시 경복궁역과 종로3가역까지 25분 내외면 도착이 가능하다.  

지축지구

지축지구는 공공주택지구로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일대 119만㎡ 부지에 총 8600가구가 들어서는데 올해만 해도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반도건설, 중흥건설 등 2500여가구의 분양이 예정됐다. 지축지구의 최대 장점은 입지다. 경기도권이지만 서울 은평뉴타운과 인접해 북한산 조망과 구파발역, 롯데몰, 은평성모병원 등 은평뉴타운의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 삼송지구와 은평뉴타운 사이에 위치해 스타필드 고양과 이케아 2호점 등으로의 접근도 편리하다.  

특히 지축역을 끼고 개발되는 단지로 서울 도심업무지구와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을 통해 종로, 광화문 등을 20분대에 오갈 수 있는 데다 수도권 전역을 1시간 내에 연결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들어서는 연신내역과도 두 정거장 거리다. 첫 분양단지인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당 1500만원 안팎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분양가가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옆 동네인 삼송지구 내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300만원대기 때문이다. 지축지구는 같은 고양시 덕양구 내에서도 향동·삼송지구 등과 비교하면 가장 개발이 늦은 곳이지만 주변에 북한산, 노고산, 창릉천 등이 있어 쾌적한 환경도 갖췄다. 

최근 한강변 라인에 있는 용산구, 성동구, 마포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한강변은 조망권과 희소성, 상징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고액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잇따른 결과다. 강북에서 도심 접근성이 좋은 주거지역인 용산구와 성동구,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강북의 신흥 부촌이자 시세를 이끌어가는 ‘3대 대장주’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모두 한강변에 붙어 있는 이들 지역은 최근 1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8~10%씩 상승했다. 성동구는 여의도, 광화문, 강남과 가까워 서울의 대표적인 ‘직주근접형’ 주거지역으로, 강남 진입이 어려운 30~40대 중산층이 성동구의 새 아파트로 대거 유입되면서 주택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용산은 올해 말 미군기지(243만㎡규모) 이전이 완료되고, 한남뉴타운(111만 205㎡규모)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인 용산~강남 복선전철 1단계 공사가 지난해 8월 시작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수천만~2억원
프리미엄 형성

올해 입주하는 새 아파트도 강세다. 2014년 공급 당시 미분양이었던 ‘용산역 푸르지오 써밋’은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중대형 주택에도 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118㎡형 분양권(23층)은 지난 2월 분양가(12억4480만원)보다 5079만원 비싼 12억9559만원에 거래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으로 용산구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96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 상승했다. 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강남 3개구 중 하나인 송파구(2821만원)보다 비싸다. 마포구(3.3㎡당 2369만원)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 성동구(3.3㎡당 2291만원)는 9% 상승했는데,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강동구(3.3㎡당 2235만원)보다 높다.

마포구와 성동구는 여의도, 광화문, 강남과 가까워 서울의 대표적인 ‘직주근접형’ 주거지역으로 강남 진입이 어려운 30~40대 중산층이 마포구와 성동구의 새 아파트로 대거 유입되면서 주택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전망도 밝다. 최근 2~3년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강남보다는 강북 중심의 주택 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아 강북 3구지역(용산·성동·마포)을 중심으로 강북 아파트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도심 접근성이 좋은 주거지역이라는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고 하지만 강남에 비해 이들 지역은 학군이 발달하지 않아 집값 상승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강원도 동해안 북부벨트인 속초, 양양, 고성도 최근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속초 부동산 시장이 가장 뜨거운데 속초의 땅값이 올해 도내에서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1~4월 도내 누적 땅값 상승률은 1.147%를 기록했다. 시·군별로는 속초가 1.516%나 올라 강원도 18개 시·군 중 1위에 올랐다. 

속초는 지난해 확정된 동서고속화철도 추진과 올해 개통 예정인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영향으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조양동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 공급이 이어지는 등 토지시장은 물론 주택·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활황세다. 최근 속초항에 7만5000톤급 크루즈선이 입항하며 관광 활성화도 기대되고 있다. 

속초에 이어 인접한 양양이 1.433%로 2위를 차지했다. 양양도 교통망 개선 등 각종 개발호재로 땅값이 오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주(1.423%), 횡성(1.269%), 고성(1.225%), 춘천(1.149%), 강릉(1.129%)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교통망 개선과 개발호재, 관광산업 확충 등의 영향으로 속초를 중심으로 양양·고성 등 강원도 동해안 북부지역의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속초 지역이 활황을 보이자 일고 있는 대형 아파트, 호텔 등 세컨드하우스 열풍이 인근 고성·양양군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고성·양양지역에는 해안가 경관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소규모 아파트나 도시형 생활 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신축하기 위해 입지를 물색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동해안과 수도권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수도권 세컨드 하우스 수요를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속초를 중심으로 양양, 강릉 주문진 일대까지 많이 몰리고 있어 강원도 동해안 북부벨트의 세컨드하우스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부동산 핫라인에 분양되는 주요 단지다.

■경기 서북부


▲지축역 반도유보라= 반도건설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원흥역(지축지구 B3블록)에서 ‘지축역 반도유보라’를 7월 분양한다. 지하 2층~최고 지상 29층, 5개동 549가구로 구성됐다. 전용면적별로는 76㎡A 29가구, 84㎡A 275가구, 84㎡B 245가구다. 지축지구 역세권에서 중소형으로만 구성되는 만큼 직장이 서울인 젊은 수요층의 관심이 예상된다. 입주는 2019년 11월 예정.

▲향동지구 중흥S-클래스= 중흥건설도 7월 고양시 향동지구 A2블록에 ‘고양 향동지구 중흥S-클래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전용면적 59㎡ 단일, 총 951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다. 

■한강변 벨트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효성은 서울 용산국제빌딩 4구역에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를 분양한다. 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에 위치한다. 지하 5층, 지상 최고 43층 6개동, 전용면적 40~237㎡, 총 1140가구(임대 194가구)의 대단지다.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이하로 형성될 예정이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서울 성수동 최고급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성수동 뚝섬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3구역에 들어설 예정인 이 주거복합 단지의 분양시기가 지난 5월에서 7~8월로 연기됐다. 주거와 업무시설·판매시설·문화집회시설이 결합된 최고 49층의 이 복합단지는 성수동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하 5층~지상 49층, 총 280가구(전용면적 91~273㎡) 규모로 들어선다.

■동해안 관광벨트

▲에스엠 레지던스 더 스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9-2번지, 11-1번지 일대에 ‘에스엠 레지던스 더 스파’130실이 분양 중이다. A동은 연면적 4993.17㎡,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65실, B동은 연면적 4986.76㎡,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71실로 구성된다. 설악동 최초 가족 중심 명품레지던스 호텔로 전 객실에 프라이빗 온천 스파가 제공된다. 일부 타입은 테라스 공간도 주워진다. 패밀리형 위주의 객실 구성 원룸은 물론 2룸, 3룸의 넓고 여유로운 패밀리타입 위주 설계로 거주 및 생활까지 가능하다.

▲양양 우미린 디오션= LH와 우미건설, 삼호 컨소시엄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양양물치강선지구 2블록에 ‘양양 우미린 디오션’아파트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0층 5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75~84㎡ 총 190가구로 구성됐다. 최근 떠오르는 속초생활권을 누리며 단지 동측으로는 동해바다, 서측으로는 설악산 조망이 가능하다(해당세대). 도보거리에 물치해수욕장, 물치천이 위치하고 인근에 설악해맞이공원과 설악산, 낙산사 등 유명 관광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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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