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39) 의자왕의 사랑

연개소문 뒤에 다른 사람이?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력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하고. 그런데 연개소문이란 작자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알아보았는가?”

“물론입니다. 그런 연유로 전하께서 주신 증표를 왕이 아닌 연개소문에게 전했습니다.”

“반응이 어떠하던가?”

“거리낌 없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고구려왕은 그에 비하면 애송이에 불과했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성충이 대화에 참여했다.

내부 결속 

“그렇다면 모든 결정은 연개소문의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제가 살핀 바로는 연개소문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

“우리에게 흥수 군사가 있듯이 그곳에는 선도해라는 책사가 있었습니다.”


“선도해라!”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듯했습니다. 연개소문도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듯했습니다.”

“대체 어떤 자요?”

“상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나 원래 태어나고 자란 곳은 현재 신라 영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전쟁 통에 흘러들어갔다는 이야기로세.”

의자왕이 말을 마치고 흥수를 주시했다.

“여하튼 그 자에게 각별한 관심 기울이라 세작에게 통보하시게. 그리고 당항성 건은 어떻게 되었소?”

흥수가 성충에게 말하라는 듯 시선을 보냈다.

성충이 그를 알아채고 가벼이 헛기침했다.

“고구려에서도 기꺼이 동참하겠노라 약조했습니다.”

“믿을 수 있겠소?”

“믿고 말고를 떠나 고구려도 반드시 참여할 것입니다.”


“무슨 근거로 그리 말하시오?”

“전쟁의 효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쟁의 효과라!”

“전쟁은 반드시 승리를 전제로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내부 결속제로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짐 역시 보위에 앉자마자 그 방식을 택했으니.”

의자왕이 말을 하다 말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장군의 이야기 백번 이해하겠소. 그리고 충분히.”

“모든 국력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효과 그리고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전쟁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권력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연개소문으로서도 필히 참여하리라 생각합니다.”

흥수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러면 우리는 고구려의 동태를 살피면서 잠시 휴식도 취하고 힘만 비축하면 되겠소.”

“그동안 신라를 상대로 적지 않은 전쟁을 치렀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심이 이로우리라 생각합니다.”

성충의 말에 흥수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의자왕을 바라보자 짐짓 모른 체하며 연회를 준비하라 일렀다.

성충과 흥수 등 사절단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연회를 마친 의자왕이 실로 마음 편히 사택비의 거처를 찾았다.

거처에 들어서는 의자왕을 바라보는 사택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왜 그런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시오?”

“너무 오랜만에 뵈니 그러지요.”

“그리 되었소?”

“마음이 멀어지니 당연한 듯 생각되나 보옵니다.”

“마음이 멀어지다니, 늘 부인 속에 함께 있거늘.”

“아무려면 제 마음 같겠습니까!” 

의자왕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답하는 사택비를 똑바로 쳐다보며 허리를 껴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과음하지는 않으셨겠지요?”

사택비가 그를 확인이라도 하듯 의자왕의 입에 코를 들이댔다.

“과음이라니. 알맞게 마셨다 해야지.”

“냄새가.”

사택비가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이미 의자왕이 입을 맞추었던 탓이었다. 

입맞춤의 달콤함도 잠시 눈을 흘기며 의자왕의 몸에서 떨어진 사택비가 이미 준비해 놓은 주안상을 방 한가운데로 옮겨왔다.

“오늘은 부인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고 싶소.”

전쟁의 효과…내부결속·정적제거
의자왕-사택비 만남…특별한 대화

자리를 잡고 잔을 받은 의자왕이 은근한 미소를 머금고 사택비를 바라보았다.

“특별한 대화라니요?” 

“아주 특별하지. 남녀 간의 문제 그리고 부인과 나의 성관계를 전쟁에 비교해보고 싶소.”

“네!”

기가 찬지 사택비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왜, 이상하오?”

“당연하지요. 어찌 전쟁과.”

“부인, 이거 아오?”

다음 말이 궁금한지 사택비가 가까이 다가앉았다.

“무엇을 말인가요?”

“사람들이 쉬쉬하며 숨기는 변태라는 말 있지 않소. 사랑이 너무 깊어도 변태가 될 수 있겠구나 싶더란 말이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인지도 모르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탐닉하고 또 탐닉하다보면 자연 그렇게 되지 않겠소.”

“전쟁처럼 말이지요?”

“바로 말하였소, 전쟁처럼.”

“그럼 오늘 밤이 다하도록 서방님과 전쟁에 대해 논해야겠습니다.”

“사랑도 곁들이고.”

말을 마친 의자왕이 잔을 비웠다.

“전쟁과 사랑에는 공통점이 있다오. 무엇인지 알겠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사택비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강한 사람이 쟁취한다는 거 아닌가요?”

“반드시 그럴까?”

“그러면요?”

“내가 부인을 쟁취한 게 강해서만 이던가?”

사택비가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하는 듯 침묵을 지키다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요. 한없이 부드럽기도 하고.”

“바로 그거요. 강함과 유연함이 함께해야 하오.”

“강하게 나갈 땐 강하게 그리고 부드러울 땐 한없이 부드럽게.”

사택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소?”

“서방님이 저를 사랑해 주실 때…….”

의자왕이 사택비를 끌어안았다.

“마저 말해보오.”

“차마 제 입으로 어떻게.”

“그래도 부인의 입으로 듣고 싶소.”

“서방님이 제 속으로 들어와.”

사택비가 더 이상 말하기 부끄러운지 슬쩍 눈을 흘겼다.

“그러면 직접 행동으로 실행해보자, 이 말이오?”

사택비가 대답 대신 의자왕의 가슴에 바짝 밀착했다.

전쟁과 사랑

“오늘밤 내내 그를 부인에게 입증시켜보려 하오. 그래도 되겠소?”

사택비가 답을 하지 않고 아래로 손을 내렸다.

“왜, 아니 되겠소?”

“저야 좋지요.” 

“허허, 그러면 전쟁이 될 수 없지 않소. 어쨌든 서서히 공략해 들어갈 터이니 단단히 대비하시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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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