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최 게이트> 쟁점 정유라 입에 물린 폭탄들

  • 최현목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5 10:17:36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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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정윤회 게이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 농단 사태의 마지막 퍼즐이 송환됐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3시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정씨의 송환은 언론에 생중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국민의 눈과 귀는 정씨의 '입'에 집중됐다.
 

포토라인에 선 정유라씨는 담담히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취재진과 일문일답서 정씨는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억울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억울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머니와 전 대통령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일단 나는 좀 억울하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와 선을 긋고자 하는 의지가 다분하다.

[마지막 퍼즐]
“난 억울해”

정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한 시각,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비선진료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할 뜻을 거듭 밝혔다. 

이에 법원은 강제 구인을 결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했지만,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은 정씨의 이대 입학과 학사 과정서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 등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에게 내려진 첫 구형이었다.


정씨는 이번 게이트 재수사를 촉발할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삼성그룹 승마지원 특혜의 당사자이자 최씨의 친딸이기에 박 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이에 정씨가 검찰 조사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 관계, 삼성그룹 승마 지원 배경, 국외 재산형성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힌다면 재수사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씨가 송환된 당일 “판도라의 상자를 열 핵심 열쇠”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정씨는 22년 동안 아버지인 정윤회씨 외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거의 유일한 인물이며,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이대 입학 비리, 삼성그룹의 뇌물 의혹, 최씨 일가의 은닉 재산 등 정씨가 쥐고 있는 키가 아직 많다. 그만큼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고, 국민들은 속 시원한 ‘사이다 수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정씨는 즉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다. 고강도 조사를 마친 정씨에 대해 검찰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지원 자금을 은폐하려 한 혐의 ▲이화여대(이하 이대) 업무방해 ▲재산 은닉 및 국외 도피 의혹 등 ‘3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요시사>는 취재진과 일문일답 당시 나온 의혹을 중심으로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삼성 승마지원]
모르쇠 전략


“딱히 그렇게 (특별지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일 끝나고 돌이켜보니…잘 모르겠다. 어머니께서 삼성전자가 승마단을 통해 총 6명을 지원하고 그중에 한 명이 나라고 말씀하셔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삼성 승마지원이 본인에 대한 특별지원이라고 생각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정씨의 답변이었다. 정씨는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특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전면 부인했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최씨가 ‘일부 문서’를 보여줘 이에 서명했을 뿐이라던 덴마크서의 진술과 큰 틀서 일치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씨는 특혜 여부에 관해 ‘모르쇠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뇌물죄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법조계는 정씨의 뇌물죄 적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검찰이 정씨에 대해 집행한 체포영장에도 청담고 학사 비리 및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적시돼있을 뿐 뇌물 혐의는 빠져 있었다.

정씨의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정씨가 직접적으로 삼성에 승마 훈련 지원을 위한 용역비, 말 구입비 등을 요구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최씨가 ‘일부 문서’를 보여줘 이에 서명을 했을 뿐이라고 정씨가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최씨가 수령한 뇌물을 본인이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지난 1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삼성서 최씨에게 부탁했고, 또 그걸 통해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관리공단 의사 결정에 관련된 지시가 있었다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라며 “정씨가 어떤 의사결정이라든지 구체적인 뭔가를 담당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씨가 승마 지원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묻기에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씨보다는 최씨가 주도적으로 대부분의 일을 했고, 정씨는 그 과실을 따먹는 수익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모습 드러낸 유라 “억울하다”
뇌물죄는 피하나? “서명만 했을 뿐?”

또 정씨 뇌물죄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제3자 뇌물죄가 먼저 입증돼야 한다. 정씨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비해 정씨의 뇌물죄 적용이 어려운 이유다.
 

이에 정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서 정씨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정씨를 상대로 삼성 뇌물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뇌물 관계는 전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씨는 특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함과 동시에 책임을 전적으로 최씨에게 떠넘기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승마 지원과 관련해 정씨의 입에서 결정적 증언이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썬 낮은 상황이다.


반면 정씨 소환으로 최씨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졌다. 최씨는 재판부에 여러 차례 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등 딸과 관련해서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씨 송환 하루 뒤인 지난 1일 공판서 최씨는 “40년 지기로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 곁에 끝까지 남은 게 정말 후회스럽다”고 토로하는 등 심경의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정씨의 송환 소식을 접한 최씨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진술을 뒤집고 새로운 내용을 밝힐 여지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최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서 검찰의 ‘압박카드’가 얼마나 통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대 부정입학]
어머니에 전가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취소를 인정한다. 나는 내 전공이 뭔지도 잘 모른다.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입학 취소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

‘이대 입학부터 출석까지 특혜가 있어서 입학이 취소됐다.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이같이 답했다.


여러 의혹 중 정씨가 직접 얽힌 것은 청담고 재학 시절 출석·봉사활동 실적 등을 조작한 혐의와 이대 부정입학 혐의 등이다. 이에 대해 정씨는 “나는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덴마크서 정씨는 이대 재학 중 대리 시험 의혹에 대해 “어머니(최씨)가 그런 것을 했다고 쳐도 이를 나한테 얘기하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주장, 최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즉, 삼성 승마지원 의혹과 같이 일련의 학사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어머니가 주도한 일이며 자신은 몰랐다는 논리다. 그러나 삼성 승마 지원 건과 달리 이대 부정입학 건의 경우 정씨가 부정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정황이 존재한다.

이대 부정, 인지 가능성 높아
검, 모녀 공모 관계 소명할까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정씨는 이대 면접고사 당시 반입이 금지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고사장에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입학사정관에게 요청한 사실이 있다. 이에 정씨는 면접장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고 면접위원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말하는 등 스스로 공정성을 해치는 행동을 했다.

정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 “메달은 이대만 들고 간 게 아니라 중앙대에도 들고 갔다. 어머니가 입학사정관에게 메달 들고 가도 되는지 여쭤보라고 했고 (입학사정관이) 된다고 해서 가지고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이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특검 조사 결과 드러나 최씨를 통해 정씨와 학교 측이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청담고 허위 봉사활동 실적의 경우 정씨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다. 사실과 다른 봉사활동 확인서를 정씨가 직접 서명하고 이를 담임교사에게 제출했다는 것이다.

[재산은닉]
자진입국 강조

“입장 전달하고 오해도 풀어 빨리 해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한국에) 들어왔다.” 정씨는 이 같은 귀국 사유를 취재진에 전했다. 

변호인 이 변호사는 “입국은 전적으로 정씨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입국이라고 주장했다. 국외 도피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씨는 그간 수사 당국의 귀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에도 장기간 국외에 체류했다. 이는 정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만한 타당한 사유와 함께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구속 요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산은닉 의혹이 있다는 점도 정씨의 구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정씨의 귀국은 은닉재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을 암시한다”며 “최씨 일가의 재산조사와 환수,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법인의 지분을 한때 보유한 만큼 재산 은닉과의 연관성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그는 특검이 뇌물로 지목한 약 78억원을 삼성전자로부터 송금받은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의 지분 소유자였다. 결국 검찰이 최씨 모녀의 공모 관계를 뒷받침할 근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혐의 소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미소의 비밀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미용용 서클렌즈를 착용한 정씨는 대답 도중 미소를 짓는가 하면 검찰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긴 시간동안 한국에 송환될 때를 대비해서 머릿속에 이런저런 답변을 해야겠다고 준비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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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