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시대, 집 사기 쉬워지나

사상 초유의 조기대선이 끝났다. 이후 현재의 규제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를 임명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꼽히는 ‘8·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한 주역. 문재인정부가 활성화보다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 만큼 부동산 정책 역시 보유세 인상 등 민감한 규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형 아파트
‘갭투자’열풍

하지만 실망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인 J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결합한 용어인 J노믹스 시대에도 주목받는 부동산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관심을 끄는 세종시는 여전히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핵심 공약 도시재생 뉴딜정책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출퇴근 수요가 많은 서울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갭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매달 꼬박꼬박 임대수익을 올리는 수익형 상품 역시 투자자의 관심이 꾸준할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수도 자리매김 세종시=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관심을 끌 지역으로 단연 세종시가 꼽힌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서울 고속도로 조기 건설 공약도 더했다.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부동산 투자 수요가 몰릴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집값은 상승세가 완연하다. 2012년 분양한 세종시 고운동 유승한내들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2억6300만원이었지만 최근 매매가가 3억2000만원대로 상승했다. 신규 분양시장 열기도 뜨겁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세종시 3-3생활권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104 대 1에 달했는데 최고 경쟁률은 362.6 대 1(전용 84㎡A형)까지 치솟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0년 670만원에서 올 들어 960만원으로 뛰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1000만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집값이 계속 고공행진할진 의문이다. 공급 물량이 넘쳐나기 때문인데 올해 세종시 입주 물량은 1만6095가구로 지난해(8381 가구)의 2배에 달한다. 2018년에도 1만가구 이상이 입주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세종시 이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 투자하는 게 안전하며 이미 실수요층이 거의 유입된 데다 향후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집값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조언한다. 

장미대선 끝나고…시장 미칠 파장에 관심
참여정부 ‘8·31 대책’설계한 주역 주목

▲서울 도심 소형 아파트 갭투자= 올해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갭투자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작은 아파트를 사들여 단기간에 전셋값을 올려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매매,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전세 수요가 풍부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금리 기조로 ‘전세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올해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금리가 오르고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출 부담이 큰 수요자 입장에선 갭투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지만 갭투자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실행하더라도 집주인이 초기에 전월셋값을 높이면 전세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에만 서울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5만가구에 달해 서울, 수도권 소형 아파트 전세금, 매매가가 동반 상승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서울은 신규 택지가 부족한 만큼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매년 10조원씩 50조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서울 뉴타운 해제 지역 집값이 상승 바람을 탈 수 있다. 갭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도심 소형 아파트 가격이 들썩일 수 있기 때문에 갭투자를 할 땐 주변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고, 월세 전환이 쉬운 업무 지역이나 역세권 소형 주택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주택 경기 침체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는 자칫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공급과잉 우려도 눈여겨봐야 하는데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7만여가구, 내년 42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가율이 높다고 ‘묻지마 갭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역전세난에 시달리고 집값이 떨어질 우려가 큰 만큼 갭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부상 지역은?
단연 세종시


▲핵심 공약 도시재생 뉴딜정책=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이 전면 철거 방식을 통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아닌 노후 주택지에 마을주차장, 어린이집, 무인택배센터 등을 지원해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또한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낡은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되는 방식인데 특히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 주거지가 우선 대상이다.

서울에서는 노후 주택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북지역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구(68%), 성동구(68%), 영등포구(63%), 성북구(62%), 용산구(60%)는 60% 이상이 노후주택이다. 동대문구, 성북구, 용산구, 종로구, 중구는 30년 이상 주택도 30%를 넘었다. 

도시재생 사업은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의 개발이익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신축하더라도 전면 철거가 아닌 이상 아파트로 개발되기는 어렵고 단독주택은 재개발 지분이나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미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이는데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보다 개성을 살린 단독주택으로 개조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전망은 어떨까.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택규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많아 수익형 부동산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은 주택을 누르면 반사이익을 얻는 소위 풍선효과와 정부 정책보다는 금리기조에 더욱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유세 인상 등 민감한 규제 시행?
임대수익 수익형 상품에 수요 몰려

한국은행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는 상황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밝혀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럴 경우 임대수익이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이 있다.

대선 이후에도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고정수익을 찾는 실버세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들어가 있는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1010조원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예금이나 채권, 증시보다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자산가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예금금리가 1%대를 유지하고 증시가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형 부동산 외에는 다른 투자대안이 없다는 자산가들의 심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해소 가능성이 높고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기대감으로 인한 소비 심리 개선 등도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긍적적인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100% 자기자본보다는 적절한 대출을 활용해야 한다. 투자수익률도 임대수익에서 대출이자를 뺀 금액을 실투자금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하는데 예상 임대수익률이 대출이자율보다 높은 경우 대출금액을 늘리게 되면 실투자금이 적어져 투자수익률이 크게 올라간다. 대출을 통해 세금을 절감할 수도 있다. 다만 대내외 변수로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적신호다. 

대출 규모는 예상되는 임대수익률과 대출이자율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 대출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이자 감당이 버거워질 수 있고, 향후 금리 상승 폭만큼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에서 이르면 하반기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축소하거나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금융규제를 실시할 경우 수익형 부동산 시장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가나 오피스텔로 대표되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 불가한 은퇴 자산이란 인식이 팽배해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다만 추천 투자 상품은 자금 여력에 따라 달라진다. 자금 여력이 된다면 구분 상가를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것도 현명하다. 대출제도 변화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도 기존보다 1%포인트 높은 범위로 좁혀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최근 공급과잉 논란에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진 오피스텔 투자에 대해서는 오피스텔은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고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세를 볼 때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동인구 많고
임차수요 핵심

수익형 부동산 투자대상은 분양가나 매매가 대비 임대료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아 임차수요가 풍부한 곳을 찾는 것이 기본. 지하철역 개설이나 공원 조성, 기업 입주 등 개발 호재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문래·성수 등 준공업지역 토지나 구분상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식산업센터나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상주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