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유력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는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신임 원내대표인 황우여 대표권한대행의 최근 적극적인 정책행보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보이며 일침을 가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오전 MBC의 한 라디오에 출연, “황 원내대표가 많이 의욕적으로 하는데, 대표대행으로서 하는 일은 좀 신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대표는 “황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는 내년까지 일하는 것이고, 지금 여러 가지 발표하는 건 원내대표로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고, 대표의 권한대행을 하는 것”이라며 “원내대표로서 하는 일은 자신 있게 하더라도, 지금 여러 가지 일들은 당 대표대행으로서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황 원내대표가 열심히 일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집권여당”이라며 “당연히 당내 의원들과 더 논의하고, 행정부와도 더 상의한 다음에 발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표현하자면 7월 전당대회까지 한달여 남은 임시직이다. 임시로 대행하시는 분이 이렇게 다 하시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된다”면서 “꼭 필요한 일 이외에는 좀 자제하시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주영 정책위의장과의 소통도 문제 삼았다. 정 전 대표는 “황 원내대표는 이주영 정책위의장하고 러닝메이트로 당선됐는데, 정책위의장 자신도 그런 정책(반값등록금)에 관해선 사전에 상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저희가 걱정을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황 원내대표가 추진 중인 반값등록금 정책과 관련, “어려운 분들에게 잘해주자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대학등록금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장학금을 늘리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세 철회 여부에 대해선 “철회할 수도 있고,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좋은 것을 해야 한다. 내년에 있을 총선·대선에 함몰돼 차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별로 없다”고 지적하며 포퓰리즘을 경계했다.
그는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가치연대와 관련, “그 분과 같이 일을 하게 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 통일된 나라로 만들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같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와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을 고리로 연대, 박근혜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김 지사는 겸손하고, 상대편의 말을 잘 듣는다. 제가 이야기를 하면 김 지사가 그걸 잘 소화를 하니까 만나면 편안하고 항상 기분이 좋다”면서 “당내에서 어느 한 사람이 내가 한 마디 하면 당은 그냥 따라와라,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박 전 대표를 겨냥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