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5적 경계령’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15 09:57:10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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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뜨거웠던 5·9 대선이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호를 이끌 새로운 선장으로 낙점받았다. 통합·화합을 기치로 문재인정부는 순항을 다짐했다. 경쟁하던 후보들도 결과에 승복하며 출발선에 선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그러나 허니문 기간도 잠시, 문재인정권을 흔들려는 신호가 레이더에 곳곳서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정권은 과연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을 것인가.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향배는 여기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어느덧 익숙해진 ‘여소야대’지만 야권과의 소통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간 문 대통령을 신랄하게 공격했던 정치인들이 아직 야권 곳곳서 활동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경계해야 될, 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제1야당 기수]
홍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와의 대결은 꽤나 장기전이 될 모양새다. 그가 차기 한국당의 당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퍼지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2라운드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전 후보의 워딩이 공격적으로 바뀐 부분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이던 날 당사를 찾은 홍 전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는 수용하고, 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겠다”고 사실상의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톤은 단 하루 만에 달라졌다. 지난 10일 홍 전 후보는 자신의 SNS에 “비록 친북좌파 정권이 탄생했지만, 이 나라가 친북·좌편향되는 것을 한국당이 온몸으로 막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을 친북좌파로 공격했던 대선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어 홍 전 후보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뒤 “이제 새로운 성전이 열린다. 이번 대선을 끝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홍 전 후보가 오는 6~7월경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당 대표직에 도전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지기반이 무너진 상황서 막판 보수 세력을 결집해 대선 2위를 차지한 성과를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정국, 수틀리면 힘들어
문 흔들던 맞수들 당대표 하마평

당 재건의 발판을 마련한 홍 전 후보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주말 홍 전 후보는 부인 이순삼씨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홍 전 후보 부부는 로스앤젤레스(LA)서 비행기 조종사 교육을 받고 있는 차남 정현씨 집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이곳에 한 달쯤 체류할 예정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6월 초 홍 전 후보의 당 대표 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는 생물]
박지원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의 말이다. 흥망성쇠가 있는 정치권을 생물에 빗댄 표현이다. 여기에 비춰보면 국민의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일각에선 당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에 지난 11일 박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들어간 모양새다. 기자회견 자리서 박 전 대표는 “15개월간 쉬지 않고 달렸다. 휴식이 좀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휴식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당 내에 그만한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게 근거다. 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안 전 후보를 두고 ‘정계은퇴’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당이 재건을 이루려면 그의 복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의 복귀 시점에 맞춰 친문 세력과의 일대 난전을 예상해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대표적인 비문 정치인이다. 민주당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유도 “친문과 함께할 수 없다”는 그의 결심 때문이었다. 대선 기간 내내 “친박·친문 패거리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부르짖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악연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이자 당대표 후보로 나선 문 대통령을 향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도 먹고!”라고 호통쳤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곳이 정치판이다. 한때 동지였던 사람과 결별하는가 하면, 원수와 동침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절대 화해하지 않는 ‘앙숙’은 존재한다. 잠깐의 화해는 있을지언정 끝까지 함께 가진 않을 관계, 정치권은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보고 있다.

[막판 등 돌린]
김종인

“안풍이 다시 느껴진다”던 김종인 전 대표. 그러나 안 전 후보의 패배로 그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고 하루아침에 야인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문 대통령을 흔들 인물로 김 전 대표를 주목한다.

그는 정치경력 37년 동안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새천년민주당,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을 거쳤다.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2015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총선 전 김 전 대표를 전격 영입했다.

지난해 1월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취임한 김 전 대표는 19대 총선을 통해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다. 호남 주류의 탈당으로 위기에 봉착했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구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보수 재건에 나선 홍트럼프·무대
국당대표로 지원·종인·한길 거론

그러나 두 사람은 갈등의 길을 걸었다. 2016년 12월경 김 전 대표가 대선 전 개헌 및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주장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당 입장과 다른 생각을 말해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개헌으로 집권할 자신도 없이 어떻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비문의 수장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에 몸담고 있던 김 전 대표가 비문 연대를 골자로 제3지대를 만들 것이란 예상이 계속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김 전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당을 탈당했고, 안 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의 비문 성향을 고려한다면 문재인정권과의 대립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복귀 신호탄]
김한길


비문 정치인이라면 국민의당 김한길 전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전 대표는 4·13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며 “패권정치로는 새누리당(현 한국당)에 패배할 뿐”이라고 강변했다. 다분히 친문 패권주의를 겨냥한 말이었다.

이후 국민의당 창당 멤버로 합류한 그는 야권연대 파문으로 당직을 내려놓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던 그가 최근 안 전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복귀 신호탄과 함께 공을 들인 부분은 다름 아닌 문 대통령에 대한 공세였다.

그는 복수의 라디오에 출연,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메시지에 대해 “염치없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아들 준용씨 문제에 대해 “청년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이 정유라(최순실의 딸)의 대학입학 비리와 준용군의 취업 비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대표는 선장 잃은 국민의당을 이끌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전대에 출전해 당권을 노릴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그가 당권을 잡는다면 문 대통령과의 일대 전면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한때 맞수]
김무성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한때 문 대통령의 맞수였다. 김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를 하던 시절, 문 대통령과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던 때가 있었다. 2015년에 치른 4·29 재보선을 대승으로 이끌었을 때는 ‘선거의 남왕’으로 불리며 문 대통령보다 앞선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2016년 4·13 총선서 공천 파동을 거치며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지만, 이번 대선 정국서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이 내며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김 의원은 대선주자 2차 TV토론 후 “북한을 주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현 대통령)는 그동안 자기와 생각이 다른 정치 세력에 대해 ‘적폐’라는 극언을 했던 사람”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거론된 정치인처럼 김 의원도 바른정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 하마평에 올라 있다. 본인은 “나서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구심점이 될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절실한 상황서 그의 등판을 원하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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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