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5적 경계령’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15 09:57:10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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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뜨거웠던 5·9 대선이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호를 이끌 새로운 선장으로 낙점받았다. 통합·화합을 기치로 문재인정부는 순항을 다짐했다. 경쟁하던 후보들도 결과에 승복하며 출발선에 선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그러나 허니문 기간도 잠시, 문재인정권을 흔들려는 신호가 레이더에 곳곳서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정권은 과연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을 것인가.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향배는 여기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어느덧 익숙해진 ‘여소야대’지만 야권과의 소통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간 문 대통령을 신랄하게 공격했던 정치인들이 아직 야권 곳곳서 활동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경계해야 될, 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제1야당 기수]
홍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와의 대결은 꽤나 장기전이 될 모양새다. 그가 차기 한국당의 당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퍼지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2라운드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전 후보의 워딩이 공격적으로 바뀐 부분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이던 날 당사를 찾은 홍 전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는 수용하고, 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겠다”고 사실상의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톤은 단 하루 만에 달라졌다. 지난 10일 홍 전 후보는 자신의 SNS에 “비록 친북좌파 정권이 탄생했지만, 이 나라가 친북·좌편향되는 것을 한국당이 온몸으로 막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을 친북좌파로 공격했던 대선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어 홍 전 후보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뒤 “이제 새로운 성전이 열린다. 이번 대선을 끝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홍 전 후보가 오는 6~7월경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당 대표직에 도전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지기반이 무너진 상황서 막판 보수 세력을 결집해 대선 2위를 차지한 성과를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정국, 수틀리면 힘들어
문 흔들던 맞수들 당대표 하마평

당 재건의 발판을 마련한 홍 전 후보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주말 홍 전 후보는 부인 이순삼씨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홍 전 후보 부부는 로스앤젤레스(LA)서 비행기 조종사 교육을 받고 있는 차남 정현씨 집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이곳에 한 달쯤 체류할 예정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6월 초 홍 전 후보의 당 대표 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는 생물]
박지원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의 말이다. 흥망성쇠가 있는 정치권을 생물에 빗댄 표현이다. 여기에 비춰보면 국민의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일각에선 당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에 지난 11일 박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들어간 모양새다. 기자회견 자리서 박 전 대표는 “15개월간 쉬지 않고 달렸다. 휴식이 좀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휴식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당 내에 그만한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게 근거다. 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안 전 후보를 두고 ‘정계은퇴’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당이 재건을 이루려면 그의 복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의 복귀 시점에 맞춰 친문 세력과의 일대 난전을 예상해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대표적인 비문 정치인이다. 민주당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유도 “친문과 함께할 수 없다”는 그의 결심 때문이었다. 대선 기간 내내 “친박·친문 패거리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부르짖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악연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이자 당대표 후보로 나선 문 대통령을 향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도 먹고!”라고 호통쳤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곳이 정치판이다. 한때 동지였던 사람과 결별하는가 하면, 원수와 동침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절대 화해하지 않는 ‘앙숙’은 존재한다. 잠깐의 화해는 있을지언정 끝까지 함께 가진 않을 관계, 정치권은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보고 있다.

[막판 등 돌린]
김종인

“안풍이 다시 느껴진다”던 김종인 전 대표. 그러나 안 전 후보의 패배로 그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고 하루아침에 야인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문 대통령을 흔들 인물로 김 전 대표를 주목한다.

그는 정치경력 37년 동안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새천년민주당,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을 거쳤다.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2015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총선 전 김 전 대표를 전격 영입했다.

지난해 1월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취임한 김 전 대표는 19대 총선을 통해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다. 호남 주류의 탈당으로 위기에 봉착했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구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보수 재건에 나선 홍트럼프·무대
국당대표로 지원·종인·한길 거론

그러나 두 사람은 갈등의 길을 걸었다. 2016년 12월경 김 전 대표가 대선 전 개헌 및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주장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당 입장과 다른 생각을 말해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개헌으로 집권할 자신도 없이 어떻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비문의 수장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에 몸담고 있던 김 전 대표가 비문 연대를 골자로 제3지대를 만들 것이란 예상이 계속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김 전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당을 탈당했고, 안 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의 비문 성향을 고려한다면 문재인정권과의 대립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복귀 신호탄]
김한길


비문 정치인이라면 국민의당 김한길 전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전 대표는 4·13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며 “패권정치로는 새누리당(현 한국당)에 패배할 뿐”이라고 강변했다. 다분히 친문 패권주의를 겨냥한 말이었다.

이후 국민의당 창당 멤버로 합류한 그는 야권연대 파문으로 당직을 내려놓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던 그가 최근 안 전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복귀 신호탄과 함께 공을 들인 부분은 다름 아닌 문 대통령에 대한 공세였다.

그는 복수의 라디오에 출연,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메시지에 대해 “염치없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아들 준용씨 문제에 대해 “청년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이 정유라(최순실의 딸)의 대학입학 비리와 준용군의 취업 비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대표는 선장 잃은 국민의당을 이끌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전대에 출전해 당권을 노릴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그가 당권을 잡는다면 문 대통령과의 일대 전면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한때 맞수]
김무성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한때 문 대통령의 맞수였다. 김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를 하던 시절, 문 대통령과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던 때가 있었다. 2015년에 치른 4·29 재보선을 대승으로 이끌었을 때는 ‘선거의 남왕’으로 불리며 문 대통령보다 앞선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2016년 4·13 총선서 공천 파동을 거치며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지만, 이번 대선 정국서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이 내며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김 의원은 대선주자 2차 TV토론 후 “북한을 주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현 대통령)는 그동안 자기와 생각이 다른 정치 세력에 대해 ‘적폐’라는 극언을 했던 사람”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거론된 정치인처럼 김 의원도 바른정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 하마평에 올라 있다. 본인은 “나서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구심점이 될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절실한 상황서 그의 등판을 원하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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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