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자가 알면 좋은 ‘절세법’

‘조물주 위에 건물주’를 꿈꾸며 임대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할지, 어디에 투자를 할지에 대한 고민만 할 뿐 의외로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세법에 관심을 갖고 매년 발표되는 개정세법 내용 중 관련 내용을 미리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아깝게 세금으로 나가는 자금을 줄일 수 있다. 먼저 임대사업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야 한다. 크게 주택임대사업자와 일반임대사업자로 나눌 수 있다. 소형 아파트, 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은 주택임대사업자로, 상가나 오피스 등은 일반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세재 혜택으로 주택임대사업자는 취득·재산세 등 감면이, 일반임대사업자는 부가가치세 환급 등이 있다.

계약자 명의
누구로? 관건

다음으로 임대형 부동산에 투자하려고 할 때 의사결정 과정을 알아보자. 먼저 관심이 있는 지역이나 상품 홍보관이나 현장을 방문해 입지나 투자성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하면 계약자의 명의를 누구로 할지를 정해야 한다. 사례를 통해 명의를 누구로 할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오성(43)씨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남은 여웃돈으로 하남 미사지구에 있는 상가를 최근 분양받았다. 김씨가 분양받은 상가는 분양가 6억원(부가가치세 별도)에 편의점으로 5년간 선임대가 맞춰진 점포다. 임대조건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4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이며 매달 들어가는 대출이자비용은 50만원이다.

상가나 오피스 등을 분양받거나 취득 전에 검토할 사항은 ‘누구의 명의로 해야 할까?’라는 의사결정이다. 또 상가나 오피스 등 투자 전에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종합소득세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여부다. 임대사업소득이 근로소득 등에 합산돼 소득구간별로 6~ 38%로 과세되면 세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등이 추가되기도 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취득 전에 누구의 명의로 할 것인지 이에 대해 검토를 잘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김씨에게 다른 소득이 없는 경우로 가정을 하겠다. 소득금액은 매출에서 비용을 차감한 3600만원, 종합소득공제액은 600만원이라고 하고 계산을 하기로 한다. 이를 기준으로 김씨에게 다른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대략 342만원 정도의 산출세액이 도출된다.

다음은 김씨에게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로 가정을 해본다. 김씨가 근로소득자라고 하자. 최근 연말정산 자료에 의하면 그의 근로소득금액은 3000만원이었다. 이 경우 소득세는 얼마가 되며, 앞의 경우에 비해 세금이 얼마나 증가하는가? 일단 김씨에게는 두 가지 소득이 발생하였으므로 이 둘을 합해 6~38%의 세율로 정산해야 한다. 앞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소득세가 432만원(774만원-342만원)이 증가했다. 이렇게 세금이 증가한 이유는 합산과세에 의해 소득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자수익만 신경 쓰다 낭패
세금 알아야 새는 돈 막아

이번엔 전업주부인 김씨 배우자의 명의로 하는 경우를 가정하고자 한다. 바로 앞의 연장선상에서 상가의 명의를 전업주부인 김씨 배우자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본인과 배우자가 동시에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소득이 낮은 쪽으로 명의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우리나라 소득세 체계는 누진과세 구조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씨의 배우자가 소득이 없는 경우다. 일단 김씨 배우자는 임대소득만 발생하므로 김씨 본인 앞으로 취득하는 경우에 비해 소득세를 432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김씨 배우자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면 지역에서 건강보험료가 별도로 나오게 되며, 소득공제액도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명의로 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원리로 의사결정이 필요하게 된다.

▲가정1. 절감되는 소득세 등>늘어나는 건강보험료 등 배우자명의로 취득 ▲가정2. 절감되는 소득세 등<늘어나는 건강보험료 등 본인 명의로 취득 사례의 경우 소득공제 변수를 무시하고 건강보험료가 연간 432만원 이하로 나온다면 김씨 배우자 명의로 취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참고로 상가나 오피스 취득 시 발생하는 지역건강보험료는 사업자등록을 하면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는 임대료에서 경비를 제외한 소득금액이 연간 7200만원을 넘어야 지역건강보험료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김씨와 그의 배우자가 부부공동명의로 하는 경우를 가정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김씨와 그의 배우자가 부부공동명의(손익분배비율 50대50)로 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소득세가 떨어질 것인가? 김씨에게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공동명의로 하면 소득이 분산되므로 단독명의로 한 것보다는 세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씨에게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라면 세금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좀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분석편의를 위해 김씨의 소득공제액은 400만원, 김씨 배우자의 소득공제액은 200만원이라고 하자.


결국 김씨의 단독명의로 하는 경우에 비해 세금이 연간 180만원(774만원-594만원)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김씨 배우자에게로 소득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김씨 배우자에게 건강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될 수 있으므로 실무 적용 시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으로 보건대 김씨에게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공동명의가 다소 유리할 수 있으나,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공동명의로 소득세는 감소할 수 있으나 건강보험료가 추가될 수 있으므로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가나 오피스 등 일반주택임대사업자에 관련된 사항을 알아 봤다면 주택임대소득 과세 체계를 알아보자.

배우자로?
공동으로?

먼저 1주택(기준시가 9억원 초과 주택 제외)자가 받는 주택임대소득은 그 금액의 크기에 관계없이 비과세다. 이때 주택 수를 산정하는 기준은 가구 합산이 아닌 부부 합산 기준인데 만약 부부가 1주택을 보유 중이고 동거 중인 자녀가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각 주택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은 모두 비과세다. 주택의 수를 부부 기준으로만 카운트하기 때문인데 이와 달리 주택임대소득의 과세는 개인 단위로 한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연간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의 과세 유예기간 종료 연도가 종전 2016년에서 2018년으로 2년간 연장됐다. 부부가 각각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부부 모두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에 해당해 비과세가 가능하다. 그래서 임대주택을 부부공동명의로 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단독 명의로 돼 있는 주택을 배우자에게 증여해 임대소득을 분산하면 절세가 가능한데 배우자 간 증여 시 증여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간 6억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가능하나 취득세(4%, 농특세·지방소득세 포함)는 부담해야 함을 고려해 증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주택을 전세로 임대하거나 보증금을 일부 받고 임대하는 경우에도 소득세가 과세되는 경우가 있다.

3주택 이상 보유 중이면서 보증금의 합계액이 3억원을 넘는 경우 세법이 정한 방식으로 임대소득을 계산한다. 총 보증금 중 3억원이 넘는 금액의 60%를 정기예금에 넣었을 때 발생하는 이자 정도이므로 보증금에 과세되는 소득세는 부담스럽지 않은데 보증금만 있는 경우 연간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기 위해선 보증금의 합계액이 약 21억원을 넘어야 한다.

3주택 보유 여부 확인 시 2018 년까지는 소규모 임대주택(전용면적 60㎡ 이하이고,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은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소규모 주택 100채를 모두 전세로 임대하고 있다면 2018년도까지 소득세 부담은 전혀 없다. 다가구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소규모 임대주택 판정 기준은 독립된 가구(이하 구별) 기준이 아닌 전체 다가구주택을 1주택으로 보아 과세 여부를 판단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절세도 가능하다.

임대주택을 소재지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임대사업자등록을 하고 소득세법상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라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매년 9월16일부터 9월30일까지 세무서에 합산배제 신청을 하고, 5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한다. 단, 합산배제 신청 연도 6월1일의 임대주택 기준시가는 6억원(수도권 외 지역, 3억원) 이하여야 한다. 다가구주택의 기준시가 산정은 다세대주택과의 과세형평성 유지를 위해 앞의 주택 수 산정과 달리 구별로 한다.

정교하게 분석하는 게 중요
개정세법도 미리 숙지해야

그렇다면 주택임대소득과 건강보험료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2018 년까지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의 임대소득은 세법상 비과세 소득으로 건강보험 가입 유형에 관계없이 추가 건강보험료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과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9년부터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다른 소득(금융소득·연금소득 등)과 주택임대소득의 합계가 연간 7200만원을 넘으면 월급 외 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사업자등록이 있거나 사업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상 발생하면 지역가입자로 가입 유형이 전환되어 본인의 재산 및 소득 현황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다만 건강보험료 산정기준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료 개선안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의 산정기준은 소득을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직장가입자의 추가 건강보험료 기준금액 연간 7200만원은 이르면 2018년에 연간 3400만원으로, 최종적(2024년 예정)으로는 연간 2000 만원까지 내릴 계획이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사업자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종합과세소득(주택임대소득 포함)이 연간 3400만원(2018년 예정)이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기준금액 또한 최종적(2024년 예정)으로는 2000 만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소규모 사업자도
과세부터 배워야

따라서 월급과 주택임대소득 외 다른 소득이 없는 소규모 주택임대사업자는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모두 건강보험료 추가 부과는 없을 예정이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니 실제 개정 여부와 시행 시기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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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