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무브스 온’ 세계 동시 발매하는 재즈 거장 나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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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5.11 14: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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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쿠바를 닮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스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48)의 목소리에 객석이 먹먹해졌다.

한국의 한(恨), 재즈의 본질인 응어리, 유럽의 모던함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뜨거움이 뒤섞여 어디서도 듣기 힘든 음색의 보컬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나윤선이 한국인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지난달 30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서 열린 ‘국제 재즈 데이-올스타 글로벌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유네스코(UNESCO)서 2011년에 공식 지정한 국제 행사인 ‘재즈데이’는 ‘재즈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화합, 그리고 대화와 협력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선포, 매년 전 세계서 내로라하는 재즈뮤지션들이 함께 공연한다.

나윤선은 이날 콘트라 베이스의 에스페란자 스팔딩, 바이올린의 레지나 카터, 드럼의 안토니오 산체스, 피아노의 타렉 야마니 등 쟁쟁한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와 함께 ‘베사메 무초(Besame Mucho)’를 불렀다.

비틀스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재즈로 편곡한 무대의 인트로에서는 재즈 거장인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과 듀엣으로 탄성을 자아냈고 리차드 보나와 함께 불어로 노래하기도 했다.


나윤선은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레제코>가 “오늘날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재즈 보컬리스트는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그의 이름은 나윤선”이라고 쓸 정도로 유럽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정규 7집 ‘세임 걸’과 8집 ‘렌토’가 유럽서 15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골든 디스크를 받았다. 프랑스 정부가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슈발리에 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서도 뉴욕에서도 수차례 공연하며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재즈의 종주국인 미국, 게다가 걸출한 뮤지션들이 대거 운집한 공간은 천하의 나윤선이라도 떨리는 자리였다. 그는 “미국 사람 입장서 새롭고 독특하다는 말을 들어서 저도 놀랐어요”라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아티스트는 평소 존경해마지 않았던 허비 핸콕. 불교 신자인 그가 굉장히 선하다고 했다.

“수많은 굴곡의 재즈의 역사를 함께 했다고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너무 평온하셨어요. 그런 영광을 얻기까지 정말 힘들게 많은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 저렇게 쿨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매일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당연한 말을, 그 분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까 새삼 절실히 와 닿더라고요.”

나윤선은 허비 핸콕 같은 아티스트들이 있는 재즈 장르가 만약 100년 넘게 산 사람이라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할 것 같다”고 설레했다.

“재즈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건, 재즈가 민주적인 음악이기 때문이죠. 그 민주적인 음악을 하는 핸콕의 얼굴에는 특히 자유로움과 사랑이 가득해서 정말 보기 좋았어요.”


만만치 않게 얼굴에 사랑과 따듯함을 간직한 나윤선은 이미 세계 정상급 뮤지션임에도 성장을 지속하고 겸손을 유지하고 있다. 4년 만인 오는 19일 세계 동시 발매하는 정규 9집 ‘쉬 무브스 온(She Moves On)’이 이를 증명한다.

총 11개 트랙이 실리는 이번 앨범은 미국의 프로듀서 겸 건반 연주자인 제이미 사프트와 지난해 말부터 녹음한 작업물이다.

지난 2년 간 한국서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2016 평창겨울음악제’에 참여하며 뉴욕서 스팅, 피터 가브리엘, 건스 앤 로지스, 드레이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장을 찾은 그녀는 아방가르드 음악을 듣다가 사프트를 알게 됐다.

사프트는 레게 밴드, 자메이카 음악, 클래식은 물론 일본의 마니아 음악인 노이즈 장르까지 섭렵한 뮤지션이었다. 뉴욕 주 남동부에 있는 우드스탁 깊숙한 산속에서 사는데 그의 집 주변에는 곰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평소 듣는 음악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프랭크 시나트라와 밥 딜런 그리고 조니 미첼.

“종잡을 수 없는 음악을 하는데 쓰는 멜로디는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자신은 시나트라와 딜런의 노래로부터 모든 걸 배웠고 영감을 얻었대요. 싱어송라이팅의 중요성을 아는 뮤지션이었던 거죠. 아내와 아이 셋과 함께 사는 그의 집 근처에 방을 구해서 3주간 같이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보컬 호흡에 대해 많은 걸 배웠죠.”

앨범은 지난해 12월 뉴욕의 시어 사운드(Sear Sound) 스튜디오서 녹음했다. 존 레넌, 밥 딜런, 데이비드 보위, 스팅, 시규어 로스, 노라 존스 등이 녹음한 곳이다.

나윤선은 사프트, 미국 뮤지션들과 그곳에서 녹음하면서 일상 자체가 음악 작업인 삶에 대해 새로움을 느꼈다.

“모든 곡을 거의 한 번에 작업했어요. 저 혼자 했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10번 넘게 작업했을 거예요.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1주일 전에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계속 몸을 단련시키는 것인데, 녹음 작업도 그들에게는 마찬가지였어요, '오늘을 위해 갈고 닦은 것'이 아닌 평소에 열심히 하던 대로 하는 거죠. 그들의 쿨한 태도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새삼 알게 됐죠.”

루 리드의 ‘티치 더 기프트드 칠드런’, 포크 송 그룹인 피터 폴 앤 메리의 ‘노 아더 네임’, 지미 헨드릭스의 ‘드리프팅(Drifting)’ 등 재즈 스탠더드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레퍼토리가 실린 이번 앨범은 덕분에 듣기에 자연스럽고 귀에 척척 감긴다.

나윤선의 삶과 음악인생도 이처럼 자연스러웠다. 일반 회사를 다니다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에게 발탁,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그녀는 27세때 프랑스 유학을 결심, 실행에 옮겼다.

불문과를 졸업한 나윤선은 파리에 유럽 최초의 재즈 학교가 있다는 것과 샹송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프랑스로 가게 됐고 정상의 재즈 가수가 됐다. 부러 재즈의 시초인 미국 진출을 노리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현지에 이름을 알렸고 미국 뮤지션들과 작업한 명반도 내놓게 됐다.


‘순환의 뮤지션’으로 불러도 될 법하다. 국립합창단 단장을 지낸 나영수와 성악가 김미정의 딸인 그녀는 아버지가 몸담기도 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첫 재즈 뮤지션이다. 1950년 개관한 이후 63년만에 처음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삶 안에 다양한 역사가 공존하고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앨범의 제목은 수록곡인 ‘쉬 무브스 온’서 따왔다.

지난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아 공주를 연기한 캐리 피셔를 위해 폴 사이먼이 작곡한 곡이다. “이번 앨범은 저와 음악의 관계에 있어 변환점 또는 변곡점이 됐어요.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쉬 무브스 온’ 즉, 여전히 그녀는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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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