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③경기 좋은 나라

“모두가 잘 살아봅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저성장 기조에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지친 국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대책이 필요한 시점. 새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현 시점의 과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1945년 광복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으로 상흔을 입은 우리나라가 재건하는 데까지 100년은 더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국민총생산은 1조4044억달러로 세계 11위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 대국으로 

그러나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성장률이 둔화됐다. 1980년대 두 자릿 수 성장을 거치면서 성숙 단계에 접어든 우리 경제는 이제 분기당 1%의 성장률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연 성장률은 이미 2%대로 무너졌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국내 기업의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3분기 기업들의 성장성은 낮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의 성장은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수익성 역시 낮아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세전 순이익률을 살펴보면 6.1%에서 5.0%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015년 43만여개 기업의 실적을 보면 하위 25% 기업은 -2.4%로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상위 25%는 7.4% 흑자를 기록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9.8% 로 확대됐다. 2011년에는 8.1%포인트 수준이었다. 매출액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졌다. 상위 25%는 41.4%가 증가했지만 하위 25%는 -19.6%로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화되면서 경제성장의 탄력이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월 중소기업 CEO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CEO의 사회갈등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는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CEO들은 ‘전반적인 사회갈등 수준이 심각하다’(83.7%)고 답했다. 5년 전(74.6%)과 비교해 9.1%포인트 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고른 성장
국민소득 증대로 내수 성장

중소기업 CEO 10명 중 9명(89.3%)은 사회갈등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동력 상실(37.0%)’, ‘정치·사회적 불안 조장(24.3%)’ 등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소득불균형 해소(56.0%)와 ▲시장의 공정성 확립(39.3%) 등을 제시했다.

응답자의 76.0%는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 시장경제 구축’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지역불균형 성장 등 여러 사회갈등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바른 시장경제’ 구축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의 활력을 위해서 필요한 점은 수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도 필요하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따라서 국내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다. 4월 수출이 역대 2위의 성적을 낸 것.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늘어난 5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5.5%를 기록한 2011년 8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2.3%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한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 평균 수출은 22억3000만달러로 2014년 10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선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요 국가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국내 수출은 대 미국·중국 수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해 관련 대책 마련에 시급하다. 미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손실액이 최대 1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롯데의 경우 사드부지 제공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에 애를 먹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도 중국시장 수출을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갔는데 사드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대 중국 수출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돼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느끼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최근 166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3곳 중 1곳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타개책 절실
미국·중국 리스크 극복 관건


따라서 시의 적절한 수출 관련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은 기업 규제와 복지성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수출 환경 개선을 위한 통상 전략은 전적으로 누락돼 있다”며 “차기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외교, 통상 교섭을 기반으로 안정적 해외 판로 확보와 신규 시장 개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주체 가운데 하나인 내수경제도 살펴야 한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작년 4분기(0.2%)보다 올랐지만, 2분기(0.8%)나 3분기(0.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경기를 이끌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저조하다”며 내수 부진을 지적한 바 있다.

내수 부진은 가계부채 부문을 해소하고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통위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금공급이 억제됨에 따라 자금수요자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나 주택시장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제는 한층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서 가계부채 문제를 재조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비, 사교육비 부담 등을 낮춰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높여 주는 것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새로운 대책은?

한 경제 전문가는 “노후 소득 불안감을 줄이도록 연금제도를 확충하고, 주거비와 교육비 지출을 줄여 소비 여력을 늘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새 대통령이 나오게 됐다”며 “국내외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서 ‘경세제민’의 마음으로 국가를 이끌어나가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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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