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없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08 10:34:20
  • 호수 1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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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갔다 저리 갔다’ 철새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 후폭풍이 몰아친다. 정계개편이라는 일대 지각변동이다. 원내 6개 정당이 대선 후에도 유지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합집산의 신호가 대선 전부터 감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합집산이 권력만 좇는 형태로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일요시사>는 5월 들어 대한민국을 찾은 정치 철새들의 도래지를 살펴봤다.

“정치권 빅뱅이 일어날 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같이 단언했다. 비록 자신이 정권을 잡게 될 경우를 전제로 들었지만, 이 전제와 상관없이 정치권에는 정계개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안 후보뿐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도 정계개편을 예견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대대적인 정계개편에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 빅뱅
이미 시작됐다

기폭은 바른정당서 일어났다. 비유승민계 10여명의 의원이 지난 2일 바른정당을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복당 선언과 함께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탈당 과정이 석연찮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후보는 누차 대선 완주를 선언해왔다. 기자들이 유 후보에게 타 후보와의 단일화를 물을 때마다 “수백 번도 넘게 들은 얘긴데, 끝까지 간다”고 밝혔다. 내우외환에도 흔들림 없는 강변이었다. 유 후보는 안으론 집단탈당, 밖으론 지지율 부진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소속 의원들이 당 후보를 제쳐두고 경쟁 후보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는 헌정 사상 유례 없는 탈당이었다. 이에 일각에선 ‘명분 없는 탈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농단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을 나왔음에도 인적 청산이 되지 않은 한국당으로의 복당은 대선 후 정치공학만을 고려한 이합집산이라는 평가다.


탈당의 모양새 역시 좋지 않았다. 탈당파는 당을 나오기 전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심야회동을 가졌다. 홍 후보는 이 자리서 “좌파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기간 중 경쟁하고 있던 타 후보와의 회동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당내서 격한 반응이 나온 건 당연지사다. 바른정당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배신자들은 그들에게 과분한 칭호다. (이들에게) 적절한 칭호는 저렴한 표현이지만 ‘쫄보’라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지금 탈당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가 않다.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어디 있단 말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쪼그라든 몸집
교섭단체 위협

직격탄을 맞은 유 후보는 “(탈당파와) 같이 어렵고 힘든 길을 가고 싶었는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처음부터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안았다. 어렵지만 그 길을 계속 가겠다”고 흔들림 없는 완주를 재확인했다.

탈당이 뼈아픈 이유는 비단 대선에 타격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른정당은 몸집이 줄어들어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다.

탈당의 물꼬를 튼 것은 한국당으로 이동한 이은재 의원이다. 바른정당 소속이던 그는 지난달 28일 탈당을 선언하고 한국당으로 넘어갔다. 더군다나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혀 파장을 낳았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은 33명서 32명으로 줄어들었고 이 의원 탈당 이후 10여명의 추가 탈당자가 발생했다. 이에 원내교섭단체 정족수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모양새다. 탈당파 10여명에 속한 김성태 의원은 “추가로 (탈당에) 합류할 의원이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진앙지 역할을 한 의원들이 바른정당 내에 남아 있어 탈당은 현재진행형이라 봐도 무방하다.
 

탈당의 근본적 이유는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지만, 유 후보와 김무성 의원의 갈등이 땔감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앞서 김 의원은 유(승민)·안(철수)·홍(준표) 3자 단일화를 추진한 바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막아야겠다는 애국적인 생각으로 (3자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이 당 후보의 의사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바른정당 10여명 탈당…개편 초읽기
“박통 구속시킬 땐 언제” 뒷말 무성

유 후보는 김 의원과 갈등설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탈당파 의원 대부분이 친김무성계라는 점에서 유 후보의 말은 설득력을 잃었다. 김 의원은 탈당 소식이 전해진 당일 당사를 방문해 충격에 빠진 당직자들을 위로하는 등 잔류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지만,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의당 노회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유세 현장서 유 후보를 만난 뒤 가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서 “어제 (유세 현장에) 모인 분들은 한국당으로 가려는 분들이고,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 중 일부는 국민의당으로 가려고 한다. 잔류파와 함께 세 갈래로 나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바른정당이 대선 후 나노 단위 분열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남은 요소들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당과의 연대·합당이 점쳐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 후보의 지지율은 대선 막판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보수 유권자들이 미우나 고우나 한국당 후보를 선택한다는 방증이다.

반면 유 후보는 TV토론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지지율 답보상태에 머물었다. 이러한 현주소를 봤을 때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최종 행선지는 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현역 의원 20명 이상)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대선 후 한국당과의 연대·합당을 예상케 하는 요소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교섭단체 간 협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그 지위를 상실하기 일보 직전이다.
 

비록 정운천·황영철 의원 등 탈당파 중 일부가 결정을 번복하면서 정족수에 미달하는 사태는 피했지만, 대선 후 다시 한 번 탈당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후 또?
2차 여부 주목

만약 2차 탈당 러시가 현실화되면 바른정당은 민주당·한국당 도움 없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해진다. 앙금은 남아 있지만, 정치적 결이 같은 한국당과의 연대·합당이 바른정당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범보수권이 한국당을 중심으로 모인다면, 범진보연대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서 “정권교체를 하면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필요한데 1차 협치 대상은 국민의당·정의당 등 기존의 야권 정당들”이라며 “국민의당은 뿌리가 같은 만큼 통합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협치를 꼽았다.

이른바 ‘통합정부론’이다. 이는 집권 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전략이다. 120석이 안 되는 의석수로는 민주당 단독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박영선·변재일 등 비문 진영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주로 구 야권 정당들과의 협치에 초점을 맞춰 실무 작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통합정부론 “국민당·정의당 함께”
벌어진 문·안…제2의 바른당 예상도

다시 말해 국민의당·정의당과 협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가겠다는 포부다. 합당이 아니기 때문에 형식적 측면에서 다당제를 유지하지만, 한국당과 함께 실질적인 양당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다. 정치권은 대선 후 민주당의 규모뿐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도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한 신호가 정치권 밑바닥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 관심은 1년 뒤에 치를 지방선거다.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는 인사들은 권력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움직임은 대선 후 대세 정당을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한다.

지방의원들은 속속 민주당행을 선택하고 있다. 유진우(김제)·류영렬(완주)·배성기(진안)·김상철(전 도의원) 의원 등 전북지역 전·현직 지방의원들은 최근 전북도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비슷한 시기 충북지역 무소속 박계용(영동)·최연호(옥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입당을 발표했다.

키는 국민의당에
연대 예상 많아

협치의 관건은 국민의당의 결정이다. 앞서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합당·연대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국민의당-민주당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 정당 모두 수권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선 후 두 정당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1번(민주당), 3번(국민의당)은 어차피 합당할 것”이라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예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대선 후 국민의당서 민주당 복당을 희망하는 금배지들이 속출할 것이라 내다보는 목소리도 있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 고소·고발전 막후

대선 국면서 각 후보와 정당·캠프 간 고소·고발전이 치열히 전개됐다. 검증 공방이 과열 양상을 띠며 관련 서류가 검찰로 날아들었다. 그중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고발한 건이 가장 주목받았다. 고발장이 접수된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은 관련 의혹을 제기해온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이 밖에 국민의당은 안 후보를 공격할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안민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명을 고발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자신이 안 후보 지지 발언을 했다는 문 후보의 TV토론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이는 ‘보여주기식’ 고발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가시적인 수사 성과가 나오기 어려움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고발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선거가 끝나면 화합을 명분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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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