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⑦아킬레스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09:19:24
  • 호수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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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의혹 하나씩은 있잖아요 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 일까지 채 열흘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일곱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후보들의 아킬레스건이다.

대선 구도가 흥미롭다. 사상 초유로 14명의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후보가 많다 보니 제기되는 의혹도 많다. 후보들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반면 단점은 최대한 감추려 노력한다. 대신 경쟁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는 가장 기초적인 선거 전략이다. 이 때문에 후보 캠프별로 상대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칫 단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진화해 후보의 ‘자질론’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신경 쓰는 각 후보별 아킬레스건은 다음과 같다.

[가족+송민순] 문재인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다. 문 후보는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부인 김정숙씨의 고가 가구 매입 의혹을 받고 있다.

아들 준용씨에 대한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국회에서의 문제제기로 노동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2012년에 있은 18대 대선서도 검증 사안으로 불거졌다. 한국고용정보원서 준용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다.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데는 문 후보의 명쾌하지 못한 해명이 한몫했다. 또 특혜를 의심할 법한 요소가 적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각 캠프와 정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준용씨가 휴직 기간에 미국에서 불법 취업을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당시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잘나가는 대선후보 흠집 내기가 아니라 합당한 이유로 청문회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의당은 준용씨 취업으로 예정된 비정규직 근로자 2명의 정규직 전환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또 준용씨는 출근 첫날 고용정보원의 상급기관인 ‘노동부 종합직업체험관설립추진기획단’에 파견근무 발령을 받았다고 추가 폭로했다.

바른정당도 의혹 제기에 합세했다. 하태경 의원은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응시원서 사본을 공개하며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최근 준용씨가 입사하기 직전 고용정보원의 기본급이 70% 상승했다고 추가적으로 밝혔다.

문 후보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 등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심재철 국회부의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지난달 11일 하 의원을 같은 혐의로 추가 고발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부인 김정숙씨의 고가 가구 매입 의혹도 쟁점이다. 김씨가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가구를 2500만원에 매입했는데 이와 관련한 재산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이에 김씨는 “모델하우스 전시 가구로 사용된 의자인데 지인이 싸게 산 것을 다시 50만원에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해당 가구의 정가가 600만원이 넘고, 이 외에도 추가로 다른 고가 가구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한때 주적이란 단어가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대선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민주당 문 후보 간의 주적 논란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방송 도중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었는데 문 후보가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 후보의 안보관을 비판하는 측은 이를 활용해 공세를 펼쳤다.

같은 맥락으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과의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송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에 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문 후보(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문 후보가 반박하면서 논란은 확산됐고 결국 문 후보 측은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송 전 장관을 고발했다.

[가족+안랩]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아킬레스건도 문 후보와 유사하다. 딸 설희씨와 부인 김미경씨를 둘러싼 가족 의혹이 대선 정국을 강타했다.

설희씨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문 후보 측을 통해 제기됐다. 문 후보 측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2013년에는 공개했던 딸의 재산을 2014년부터는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공개 거부하고 있다”며 “혹시 공개해서는 안 될 자녀의 재산이나 돈거래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가족 문제로 골머리 앓아
과거 행적으로 사퇴론까지

이에 국민의당은 “설희씨의 재산은 부동산, 주식 없이 예금만 1억1200만원이고, 현재 2만달러 상당의 2013년식 차량 한 대가 있다”며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4년 이후 설희씨가 어떻게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밝히라며 응수했다.

부인 김미경씨가 서울대에 특별 채용되는 과정을 두고 1+1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씨가 임용된 서울대 의대 전임교수 특별채용이 2011년 4월19일 계획이 수립돼 21일에 확정됐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서울대에 제출한 채용지원서는 계획이 수립되기도 전인 3월30일에 작성됐으며, 연구실적이 미흡함에도 김씨를 정년보장교원으로 임용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안 후보와 서울대 간 모종의 얘기가 오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교수로 있으면서 안 후보 측 보좌진에게 자신의 기차표 예매, 대학 강연 강의료 관련 서류 요청, 강의 자료 검토 등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 당시 갑질을 당했던 한 보좌진은 언론을 통해 “김씨의 잡다한 일을 맡아 했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씨는 국민의당 공보실을 통해 갑질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나의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다”며 “보좌진에게 업무 부담을 준 점은 전적으로 내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안철수연구소(안랩)’와 관련한 의혹도 있다. 안 후보가 안랩 대표이사 시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안랩 지분을 편법으로 강화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공세를 펴고 있다. 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2실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랩 BW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편법증여를 목적으로 발행한 삼성SDS BW보다 더욱 싼 가격으로 발행해 안랩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기자회견장서 “안 후보 측이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액보다 높은 5만원에 BW를 발행했다고 하지만 삼성SDS의 반값 발행보다 못한 40% 수준의 헐값 발행이었다”며 “스스로에게 헐값 BW를 몰아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공정한 행위냐. 벤처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방’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를 축적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의혹에 대해 안 후보 측은 “(구)여당 측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제기했던 안철수 죽이기 흑색선전을 문 후보 측이 재활용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성완종+발정제] 홍준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일명 ‘성완종 리스트’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어 후보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태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판결을 앞둔 현 상황을 언급하며 홍 후보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TV 토론에서 “(대법원이) 파기환송해서 고등법원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0.1%도 안 된다”며 “만약 내가 잘못이 있다면 임기 마치고 감옥에 가겠다”고 반박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가 아닌 한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 진행에 대한 규정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돼지발정제 논란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홍 후보가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성폭행을 계획한 하숙집 친구에게 돼지흥분제를 구해줬다는 내용이 뒤늦게 문제가 됐다.

이에 홍 후보는 “내가 한 일은 아니고 들은 이야기”라며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으니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은 홍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
엑스트라 후보 취급도

TV 토론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폭력 모의 내용을 자서전에 기술한 홍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새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으로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는 경쟁 후보로 인정 못 한다”며 “국민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유 후보 역시 “이건 네거티브가 아니다.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며 “돼지흥분제로 강간미수의 공범인 문제, 인권의 문제, 국가 지도자의 문제, 국가 품격의 문제다. 피해 여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안 후보도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한국당은) 박근혜정부 이후 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 정당”이라며 “자서전 성폭력 모의를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세 후보의 비판에 홍 후보는 “친구가 성범죄를 기도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다. 자서전을 통해 ‘정말 후회한다, 용서 바란다’고 말했다”며 “내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리하는 것을 못 막은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배신 프레임]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 후보가 새누리당(현 한국당)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인 지난 2015년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 후보를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

이후 유 후보는 20대 총선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돼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탈당을 강행,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유 후보는 당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유 후보는 “스스로를 진박이라고 부르는 정치꾼들이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지역 일정으로 TK를 찾은 유 후보는 “배신자 XX” “대구 망신시켜놓고 왜 왔노” 등의 말을 들었다. 대다수 시민들이 유 후보에게 호감을 나타냈지만, 이 같은 격앙된 반응에 부딪히기도 했다. TK 민심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유 후보가 어떻게 이미지 전환을 이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당 2중대]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이념적 편향성이다. 이번 대선 레이스를 통해 인지도·호감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이미지 탓에 확장성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진보정당의 확장성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직 진보정당을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심 후보는 최근 문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극심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TV 토론회서 심 후보는 축소 수정된 문 후보의 복지정책과 애매모호한 안보정책을 지적했다.

그러자 다음 날 정의당 홈페이지는 수많은 문 후보 지지층의 접속으로 한때 서버가 다운됐다. 문 후보 지지층 중 일부는 정의당사와 심 후보 의원실에 항의전화 세례를 퍼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의당 지지층 일부가 당을 떠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정의당 김세균 전 공동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문 후보와 심 후보 사이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정의당을 민주당의 2중대로 만드는 데 기여할 뿐”이라며 “(정의당이) 자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진보정당으로서 독자적으로 존재할 근거가 불명료해진다”고 전했다.

지지율은 낮지만, 심 후보는 거듭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진 만큼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3당 후보 간 개혁경쟁이 될 것”이라며 “내 사퇴는 촛불시민의 사퇴다. 정치 인생을 걸고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의 총리 구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7일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초대 총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초대 총리로 호남 인사를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특정 지역을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 어렵지만, 염두에 둔 분이 있다”며 “‘대탕평·국민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내가 영남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협치 대상으로 국민의당·정의당을 꼽았다. 특히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뿌리가 같은 만큼 통합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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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