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 1인3역’ 배정철 어도 사장

편지 쓰는 사장님의 바쁜 인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정철 사장의 인생은 ‘어도’ ‘기부’ ‘가족’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그는 일식당 ‘어도’의 사장으로 20년 넘게 살았고, 20년째 기부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족을 위해 3000일 넘게 손편지를 쓰고 있다. 식당의 주인, 소외된 사람들의 후원자, 한 가정의 가장 등 1인3역을 하느라 정신없는 배 사장의 바쁜 인생을 들여다봤다.
 

점심시간을 피했지만 ‘어도’는 여전히 분주했다. 직원들은 손님이 빠져나간 자리를 정리하고 새 손님을 받기 위한 준비로 정신없었다. 배정철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으로는 재료를 손질하면서 눈은 손님을 좇느라 바빴다. 배 사장의 붉은 유니폼에는 ‘어도 조리부장 배정철’이라는 이름이 실로 새겨져 있다. 유니폼은 풀을 먹여 다림질한 듯 구김 하나 없이 빳빳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정갈하게 빗어 넘긴 모습에서 24년간 일식당 어도를 꾸려온 장인의 면모가 드러났다.

영원한 조리부장

1962년 전남 장성군서 3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배 사장은 가난과 싸우느라 고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인생의 전환점은 32세, 어도의 주인이 되면서 찾아왔다. 배 사장은 이 시기에 결혼을 하고, 미국에 살고 있던 ‘엄니’도 모셔왔다.

막내아들의 요청에 어머니는 미국 영주권도 포기하고 태평양을 넘어왔다.

“어릴 때는 결혼하고 엄니께 따뜻한 밥 한번 해드리는 게 소원이었다”며 “엄니께서 많이 편찮으셨기 때문에 오래 사실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103세가 된 그의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 셋,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어도 개업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식당 문을 열었다. 식당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손님들과 약속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배 사장의 일과는 새벽 5시30분 수산시장에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하루 동안 사용할 재료를 고른 후 어도에 출근한다.

최근에는 수산시장과 출근 사이에 운동시간을 끼워 넣었다. 헬스, 필라테스 등 매일 1시간30분 정도 운동에 투자한다. “운동은 일을 오래기 위한 수단”이라며 “강사들에게 ‘앞으로 20년 더 일해야 하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출근하고 난 뒤에는 마지막 손님이 자리를 뜰 때까지 쉴 틈이 없다. 경로당 노인들을 초청해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일을 한 달에 10회 정도 진행한다. 경조사 참석은 물론, 초밥이나 도시락을 만들어 보내는 일도 많다.

일요일에는 직원들이 쉬기 때문에 배 사장의 역할이 더 커진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시간을 쪼개 써야 할 정도로 바쁘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등 바쁜 시간을 피해 그의 집무실이나 다름없는 ‘1호실’서 20∼30분씩 쪽잠을 자는 게 휴식의 전부다. 지방과 서울을 동네 오가듯 왔다 갔다 하는 일도 빈번하다.

24년간 하루도 안 쉬고 식당 열어
가족과 시간 못 보내 미안한 마음

가족들이 서운함을 느낄 법한 일정으로 30여년을 살아온 셈이다. “누군가는 내 삶이 매우 특이하다고 말한다”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움직이는 삶”이라고 전했다. 이어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식당 문을 열기 때문에 가족들하고 마음 편히 놀러가본 적이 없다”며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가족들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손편지’.

배 사장은 인터뷰 도중 큰 가방을 하나 가져왔다. 가방 속에는 두꺼운 노트가 여러 권 들어 있었다. 한 권의 노트는 가족 한 사람에게 쓰는 그의 마음이었다. 그는 매일 아내, 두 아들과 딸, 어머니 그리고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에게 편지를 쓴다. 일정 때문에 그날 편지를 못 쓸 경우에는 다음 날 두 통을 쓴다”며 “3000일이 넘은 것 같다”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지난해에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묶어 <엄니는 102살>이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다. 편지를 본 지인이 책으로 만들자고 몇 달을 요청한 끝에 이뤄진 일이었다. 책은 ‘애끓는 사모곡’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머니를 향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했다.

배 사장의 어머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가 출근할 때 현관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고 한다. “엄니가 지난해에 비해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다”며 “그래도 출근할 때 나와보려고 하실 때마다 감사하다”고 했다. 어머니와 가족 얘기를 꺼내자 배 사장의 눈가는 금세 붉어졌다. 그러면서 “그저 미안하고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다.

“어릴 때 일을 하다가 너무 힘들면 의정부에 사는 엄니를 찾아가 그 옆에서 자곤 했다”며 “죽을 생각을 갖고 수면제를 사 모을 정도로 힘겨웠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내가 일할 당시만 해도 1년에 1·2번 쉴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날도 너무 힘들어서 엄니를 찾아갔다”며 “새벽에 눈을 떠보니 엄니가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제발 우리 아들이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내 삶의 목표는 엄니를 모시고 잘 사는 게 됐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일상처럼 여겼다. 그런 어머니의 성품은 배 사장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학교, 병원, 장애인·노인 시설 등 그가 지금까지 수많은 단체와 시설에 기부한 돈은 60억원이 넘는다. 고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식구들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사모곡 담은 <엄니는 102살>
3000일 넘게 편지 써서 전해

“불로소득으로 기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기부하는 돈만큼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벌겠다”고도 했다. 현재 배 사장은 식당서 나오는 모든 수입을 기부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 역시 그의 기부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봉사활동이나 도시락 만들기에 묵묵히 동참해주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라며 “이들이 없었으면 어도는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후원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이루거나 건강을 되찾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그의 도움으로 병을 고친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에 감동하는 일도 많다고.

“편지를 보면 고맙다는 말뿐만 아니라 ‘나중에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 ‘돈을 많이 벌면 기부하겠다’는 말이 많다”면서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60억 넘게 기부

“지금까지 살면서 물질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도움을 무수히 받아왔다”며 “이제 와서 돈 좀 벌었다고 나 혼자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부끄럽다”고 겸손을 표했다. 이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하는 게 나중에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다”며 “앞으로 20∼25년 일선서 일하겠다. 나중에 확인하러 와도 된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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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5대 1로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접전 지역에서 일부 성과를 거둘 경우, 귀속을 놓고 다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축으로 이기든 지든 아비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6·3 지방선거 판세 분석에 대해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전북 등 광역자치단체 6곳을 접전 지역으로 지목했다. 이어 전남·광주·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제주 등 10곳을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라고 지목했다. 펼쳐질 삼국지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지율 상승 기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영남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며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도 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민주당이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15대 1로 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망이 결정적으로 깨진 변곡점은 일명 ‘조작 기소 특검법’으로 알려진 새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내 불법·조작 의혹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조작 기소 특검법’은 이 법안의 통칭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범위에는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대거 포함된다. 아울러 ▲수사 기간 최장 180일·준비 기간 포함 200일 안팎 ▲파견 검사 30명 ▲특별 수사관 150명 등 최대 규모로 구성된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특검의 판단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에 안 가는 사람은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라며 “이 대통령은 최고 존엄 넘버 2라도 되고 싶은 거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여전히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릴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오 후보 등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오 후보는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고, 유세 동선을 다르게 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판세는 민주당에서도 최소한 ‘보수의 활성화’를 인정해야 할 정도로 경합으로 바뀐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작 기소 특검법 논란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정한 보수 결집…원인은 이 공소 취소? 무조건 버틸 장…비결은 벙커가 된 최고위원회의 정치사회학·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급격한 제도 변화나 가치 의제를 추진할 때 반대 성향의 유권자가 이에 반발해 결집하는 현상을 백래시 효과라고 설명한다. ‘15대 1’이란 승패 예측이 공공연하게 거론된 것에 대한 반감도 이 백래시 효과에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민주당은 행정권·입법권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견제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각지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중도층이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도 그렇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STI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권자 1701명을 상대로 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을 활용 조사해 지난 14일 밝힌 유권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3.3%였다. 반대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4.1%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8.9%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23.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100% RDD 방식을 활용한 ARS 여론조사를 진행해 지난 13일 밝힌 결과에서도, “국정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1.5%였다. 반대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1%였다. 중도층에서는 국정 지원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가 54.8%로 집계됐고, 정권견제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는 36.8%로 확인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으로서는 애초 거론됐던 압도적 참패 예상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접전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자체의 호감도 상승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사이익 접전 양상 그런데 정치인은 정치적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귀인 오류 혹은 자기 기여 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잘못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정치인은 대체로 승리·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의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는 타인·상황·언론 등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귀인 오류는 곧바로 프레이밍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프레임 설정’이라고 한다. 프레이밍은 특정 사안의 일부 측면을 선택적으로 부각해 대중의 해석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정당 내부 권력투쟁에서는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공로·책임 구도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은 현재의 접전 양상을 자신의 당권 유지 및 장악 시도의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가 지원 유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해선 “선거 이후에도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거나 장 대표가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경우, 그는 향후 정치적 밑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강경 보수 노선을 앞세워 선거를 지휘했다가 참패 후 당 중심에서 밀려난 사례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거론된다. 이후 부정선거론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황 전 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평택을에 출마했지만,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초반 지지율에 머무르는 등 뚜렷하게 두드러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놓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버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가 붕괴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기준은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최고위원회의에는 김민수·김재원·조광한 등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 하는 강경 보수 성향 최고위원들이 포진해 있다. 강경 보수 성향과 거리가 멀면서도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닌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출마했다. 지방선거 출마 등에 따른 최고위원 궐위는 비대위 전환이 아닌 보궐선거로 처리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장 대표 체제를 흔들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로 무너졌던 지도부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였다. 당시에는 한 전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론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이겨내지 못해 지도부가 무너졌다. 3명의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는 한 당시와 같은 지도부 붕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최고위원회의는 장 대표의 벙커가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지더라도 최고위원회의는 내부 참호전을 치를 요새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끝나지 않은 내부 전쟁 오 후보는 5선을 위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1차 공천 마감 시한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장 대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혁신 선대위 구성 등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는 공천을 신청하면서도 장 대표 등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한때 5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과거 폭행 전과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거주 만 18세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해 진행한 후 지난 22일 공개한 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1.7%의 지지를 얻었고, 오 후보는 41.6%의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혼전 양상이 거듭되고 있어서 두 후보 간 승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오 후보는 아직 정 후보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얻지는 못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혁신 선대위를 요구하는 등 장 대표와 대립각을 내세울 때 당락을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장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장 대표의 벙커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도층에 대한 설득력을 앞세워 여론을 조성한 후 대외적 압박에 나서는 형태로 장 대표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승리하면, 오 후보가 한국 정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정치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여당 자유민주당과 각외 협력을 하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에서의 강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오사카 부지사를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국민중심당을 창당해 일시적으로 당 대표를 겸임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모델은 광역자치단체장 권력을 기반으로 중앙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요시무라 대표의 오사카 부지사가 가능하다. 심 전 지사는 자신이 도지사를 맡았던 충남을 기반으로 지역 정당을 창당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 친윤(친 윤석열)계도, 친한계도 아니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돼 당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면, 국민의힘의 변화와 쇄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대립각 유지하는 오…당락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 한, 지면 정계 은퇴? 이겨도 쉽지 않을 국힘 복귀 하지만 구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 갈등 조정 자체가 오 후보에겐 새로운 시험대가 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이 당의 얼굴이 돼 당무 전면에 나선 사례는 앞서 언급한 심 전 지사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일시적이었다. 따라서 오 후보로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면, 자신은 당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장 대표 체제 붕괴를 압박한 후 대리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파견하는 간접 지배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오 후보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의 향후 행보는 장 대표 체제의 외부 압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전 대표도 최근에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북구갑 지역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38.2%의 지지를 얻었다. 하 후보는 34%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23.3%의 지지를 얻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는 등 필연적으로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박 후보와 양분해야 했다. 따라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하 후보로부터 일정 부분 빼앗아오지 못하면, 낙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 전 대표를 둘러싼 정계 은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한 전 대표의 몸값은 급상승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당 복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가 여전히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몸값이 급상승한 한 전 대표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정치학에서 말하는 ‘양면 게임’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한편으로는 부산 북갑 유권자를 상대로 당선 경쟁을 벌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 복귀와 당권 경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전 대표의 근본적인 정치적 목표는 국민의힘 복귀·당권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전장에서 승리한 직후 곧바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단기 결전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참호전 양상의 지루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내부인 아닌 내부인’으로서 공천권·징계권 등 국민의힘 내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한 전 대표로서는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신당 창당 혹은 국민의힘 내부 변화 관망 등 선택지를 검토하면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일부 보수 성향 매체의 강한 두둔을 업고 있지만, 그들은 국민의힘 밖에 있다. 밖에서 미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한 전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장 대표 체제 안으로 곧장 흡수되기 어렵다. 따라서 양측의 충돌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아비규환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는 통합형 리더십 부재가 거론됐다. 6·3 지방선거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성과가 오히려 공로 다툼과 분열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버틸 가능성이 큰 장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기든 지든 이어질 아비규환을 피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