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시장에 컬래버 바람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협업을 의미하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멀티플렉스 영화관 ▲역세권+소형 ▲역세권+대학가 ▲항세권+면세점 등이 있다.

‘컬래버(협업)’와 유사한 용어로 하이브리드(Hybrid)가 있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한 것을 뜻하는데, 서로 다른 요소의 장점만을 선택해 그 성능이나 경제성이 뛰어난 상품에 주로 붙는다. 주거용 부동산의 대표 격인 아파트, 타운하우스보다는 천편일률적인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다양한 형태의 기능성을 접목한 컬래버 상품이 속속 선을 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이러한 마케팅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수익형 상품의 공급 홍수 속에 차별화를 부각시켜 우의를 점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익형 상품에도 컬래버 효과를 접목하는 현장들이 늘고 있다.

마트+멀티플렉스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상가에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대형마트 입점 경쟁이 뜨겁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력이 왕성한 20~30대 젊은 층을 유입해 매출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워효과’와 ‘분수효과’를 통해 업종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백화점 등 유통업계 마케팅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 대표적인 판매촉진을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샤워효과는 위층 고객이나 임차인을 유인할 수 있는 업종을 저층부에 배치해 위층의 집객 효과가 아래층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말한다. 분수효과는 이와 반대로 아래층에 유입된 고객이나 임차인들을 상층부로 올라오게 하는 효과를 말한다.

▲지젤엠청라(상가)= 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 등이 조성된다.


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 상가다.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하며 프랜차이즈 등이 선임대가 확정됐다.

역세권+소형

역세권에 공급되는 소형 임대 상품들이 수익형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출규제와 주택경기 불황 등으로 금융부담은 낮으면서 환금성이 높은 역세권 소형 오피스텔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아파트 등과 달리 오피스텔 투자의 경우 청약 및 분양권 전매 등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도 5%대의 수익이 가능하다. 수익률을 고려한다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인천 지역이나 경기도를 노려볼 만하다.

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은 인천이 가장 높고 경기도와 서울이 뒤를 이었다. 인천은 2017년 1월 기준 소형 오피스텔 수익률이 8.65%, 경기는 6.55%를 기록했다. 서울의 소형 오피스텔 수익률은 5.01%다. 인천과 경기도 일대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서울보다 높은 이유는 서울에 비해 매매가는 훨씬 낮으면서 월세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석동 해마루 더 펠리체(오피스텔)=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241-2외 2필지에 ‘해마루 더 펠리체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시공사인 해마루건설에서 5년간 임대 보장제 실시 및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과 국철1호선 동암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더블 역세권에 입지하고 있다.

대지면적 1295.60m², 연면적 1만5391.814m², 지하 4층~지상 14층 총 312실 규모로 총 주차대수는 220대다.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 도보 30초 거리, 초역세권 및 더블역세권 입지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19.6408m² 104실 ▲23.9188m² 156실 ▲33.1048m² 52실이다. 총 3타입으로 최근 수요층이 두터운 원룸 및 1.5룸으로 구성되며 3면이 탁 트인 조망이 가능하다.

역세권+대학가


역세권이자 대학가 인근에서 분양하고 있는 상가, 오피스텔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학가 주변은 대학생 수요를 기본으로 역세권을 끼고 있는 직장인, 신혼부부 등 임대수요가 많아 공실 염려가 낮은 게 특징이다. 또 서울 강남권이나 도심 주요 지역보다 투자금도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실제 대학가에서 분양한 상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좋은 분양성적을 보이고 있다.

향후 역세권을 낀 대학가 주변 수익형 상품들은 강세를 보일 전망인데, 빠른 임대회전율과 임대수요가 항상 받쳐주기에 임대사업을 겨냥한 이들에게 매우 적절한 투자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가 주변은 대중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임대수요가 풍부하고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긴 편이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로 강점 살려 상품 완성도↑
다양한 형태로 기능성 접목해

▲딜라이트 스퀘어(상가)= 합정역 2·6호선과 직접 연결되는 초대형 복합몰 ‘딜라이트 스퀘어’가 고객들을 겨냥한 매력적인 MD 구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하루 평균 9만여명의 유동인구를 배후수요로 품은 딜라이트 스퀘어에 4월21일 약 2400평(전용) 규모의 복합 문화 서점인 교보문고가 들어섰다.

우리나라 대표 격인 대형 서점 교보문고와 문구 및 기프트 등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교보 핫트랙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 배후수요, 해외 관광객 및 유동인구의 집객은 물론 고객이 머물고 싶은 장소로 탄생할 예정이다. 실제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연간 이용객이 1000만명 이상이며 추가로 교보문고가 위치한 층에는 백발백중 고객 취향을 겨냥한 다양한 MD 계획이 적용돼 상당한 집객 효과가 예상된다.

역세권+항아리 상권

흔히들 좋은 상권이라고 하면 역세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알고 보면 역세권 못지않은 숨은 알짜 상권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숨은 상권으로 항아리 상권이 있다. 역세권과 대비되는 상권으로 저수지 상권 또는 섬상권이라고도 불리는데 역세권에 비해 유동인구는 적지만 아파트 등 배후세대를 확보해 학원이나 병·의원 등이 강세를 보인다.

역세권의 강점인 풍부한 유동인구에 항아리 상권의 충성도 높은 단골 고정인구 확보라는 강점을 융합한 컬래버 상권에 공급되는 수익형 상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황금알 상권이 증가하는 이유로 최근 교통 취약 지역에 전철이나 경전철, 모노레일 등이 속속 도입돼 기존 항아리 상권에도 역세권이 형성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상권이 속속 형성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상권은 기존 항아리 상권과 역세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황금알 상권으로 부각되고 있다.

공급 홍수 속에 차별화 부각
어려움 타개할 돌파구 역할

▲수원역 위더뷰(레지던스/상가)= 수원역과 수원 로데오거리와 붙어 있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 16-12번지 외 6필지에 고품격 레지던스 ‘수원역 위더뷰’가 상가도 동시에 분양한다. 단지는 건축면적 1477.92m², 연면적 2만627.10m² 규모의 지하 4층~지상 14층으로 들어선다.

임대수요가 풍부한 로데오거리 핵심 상권, 초역세권 오피스텔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 1호선 및 지하철 분당선, 광역전철 수인선(2017년 예정), KTX역 등 수도권 최대의 교통요지인 수원역에 호텔급 고품격 레지던스를 표방한 홍보관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수원 로데오거리는 수원의 대표적인 핵심상권으로, 수도권 강남으로 불리며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상가의 통로가 개방형 통로로 상가를 관통해 로데오거리(인도)와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항세권+면세점


공항을 낀 항세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역세권처럼 교통 요충지에 호텔·쇼핑·복합리조트 등 복합시설을 꾸며 국내외 관광객들이 단순히 공항을 스쳐 지나가는 반짝 관광에 머물지 않고 장기체류형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항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항세권에 면세점을 상가 내 입점 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종도, 제주도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점과 장점을 결합한 융합형 상품인 하이브리드형 수익형 상품이 속속 선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런 하이브리드형 상품은 검증된 상품인 상가나 오피스텔을 넘어서 최근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분양형 호텔 등 다양한 수익형 상품에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상가/오피스텔)= ㈜굿몰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북동 962번지 일대에 전 세계가 주목한 무한 성장동력 신개념 비즈니스 복합공간인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을 분양한다. 미단시티 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면적 약 10만2671㎡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4개동으로 지어진다.

상업시설 900여개, 오피스텔 168실로 구성돼 있는 영종도의 랜드마크 글로벌 비즈니스 복합몰이다. 2019년부터 국제비지니스센터를 위시해 제조업상설전시장, 면세점, 의료관광, 오피스텔 등을 영위하도록 건설되는 복합판매시설로서 국내 초유의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가의 경우 3.3㎡당 공급가는 1200만~3500만원 선, 오피스텔은 850만원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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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