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바른 상권은 오래 못 간다

부동산 시장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혼란정국을 벗어나 불확실성은 다소 걷혔지만 조기대선으로 인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망세와 별도로 김영란법 전격 시행과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내수위축,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분의 변수들이 주택 쪽에 쏠리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고령화, 조기퇴직과 노후대책의 준비 부족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역할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천편일률적은
도태되기 쉽다

2011년부터 전체 인구의 14.6%에 달하는 714만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후 대비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임대사업과 개인창업에 관심이 늘면서 상가 등 수익형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상권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도 늘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서 문화와 개성이라는 콘텐츠가 상권 형성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이 상권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를 잡은 데는 문화와 상권 고유의 개성을 담은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수요 주기도 짧아져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문화와 개성을 강조한 콘텐츠를 가진 상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인 상권은 도태되기 쉽기 때문에 상권이 문화와 개성을 입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실제 돈이 만든 상권 오래가지 못하고, 반대로 뜨는 상권엔 문화와 개성 녹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상권들은 상권이 형성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자본잠식이 일어나지만 문화와 개성이 넘치는 상권은 예외다. 중심상권 및 그 이면, 또 다른 지역에 개성 있는 개인 점포들과 대기업 브랜드 매장이 공존하는 상권으로 발돋움했다.


대부분 변수들 주택 쪽에 쏠려
수익형 기대감 상대적으로 높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점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림) 현상 때문에 기존 상권이 가졌던 성격이 바뀌고, 독특한 개성과 문화를 가진 곳이 새로운 상권으로 뜨기도 한다. 먹거리, 볼거리, 쇼핑장소가 즐비한 상권인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압구정은 현재 높은 임대료와 한정된 주제의 로테이션에 막혀 있어 이러한 ‘개성의 획일화’에 지친 패션 선도자들은 몇 년 전부터 인근 상권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해진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서대문구 연남동과 연희동이 인기 상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문화와 독특한 개성 덕분이다. 높아진 임대료를 피하려는 상인들이나, 프랜차이즈 상점이 더 많아진 기존 상권을 벗어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문화와 개성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문화와 개성을 가진 곳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것은 단순히 저렴한 임대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존 상권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늘 새롭고 개성 있는 대체지를 찾는 바람에 상권도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촌이나 북촌은 얼마 전만 해도 조용한 상권이라 사진이 취미인 사람들이 자주 찾았는데, 지금은 주말이면 사람이 북적거려 피하게 됐다. 대신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들 사이에선 인근 익선동이나 옥인동, 서순라길과 같이 조용한 곳이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문래동 상권도 홍대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공연장이 생기거나 전시공간이 생긴 경우가 많다. 인디밴드들 사이에서는 문래동의 스튜디오와 공연장 등이 유명해진 지 몇 년 됐는데 서울시나 문화재단 등도 문래동을 많이 지원하면서 최근 이 동네에는 문화와 개성이 넘치는 카페도 많이 생겼다. 상권을 형성하고 활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문화와 특색을 갖추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대학로나 홍대 상권이 오랜 기간 유지된 것은 확실한 개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곳도 이런 특색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문화와 개성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권을 꼽으라면 당연 망리단길이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아온 1인 창업자들이 모여들면서 이곳은 망원동의 ‘망’과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인 경리단길을 딴 합성어인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 뜨는 상권엔 문화와 개성
두 콘텐츠 중요한 요소로 부상


보통 상권이 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것과 달리 망원동은 망원시장 방향으로 뻗어 나온 ‘포은로길’이 중심축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 서교동 쪽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높아지고 망원2동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한데 홍대와 합정동의 비싼 임대료에 밀린 이들이 서교동과 합정동으로, 또다시 망원동 일대로 이동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 망원동 상권의 경우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임대료가 3.3㎡당 10만3090원으로 홍대 일대(12만1440원)와 합정동(13만840원), 상수동(12만8330원)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임대료 상승 속도는 여타 홍대 상권보다 빠른 편이다. 2015년 말 대비 순수임대료 상승률은 21.1%로 합정동(16.6%)이나 상수동(6.59%)을 훌쩍 뛰어넘는데 2016년 3분기에는 연남동 순수임대료(3.3㎡당 9만9545원)를 추월했다.

상수·합정동이 홍대 상권의 연장선에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망원동은 기존 생활상권과 신 상권이 어우러지면서 홍대 상권과는 다른 독특한 정체성을 확보했다. 상권 발달 단계로 보면 아직 성장기로 임대료 상승세가 앞으로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세보다 더 뛴 것은 바닥권리금(시설·인테리어 비용과는 상관없이 상권에 따라 형성된 최초의 권리금을 말함)인데, 이곳 상가의 경우 권리금이 없거나 10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던 바닥권리금이 최근 1년 새 4000만원까지 뛰었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권리금 탓에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상권 변화는 매매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망원동 단독주택을 매입해 카페로 리모델링한 ‘카페부부’는 독특한 외관으로 입소문을 타며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단독·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상가나 상가주택으로 바꾸는 사례가 이 일대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3년 전부터 망원동 일대에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면서 개인이 투자할 만한 10억원대 다가구주택과 상가 등은 대부분 손바뀜이 일어난 상황인데 리모델링이나 용도변경 등을 통해 건물 몸값도 상승일로에 있다.

단순 먹거리만?
특색 뚜렷해야

망원로2길에 있는 상가주택은 3.3㎡당 34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포은로길 인근 상가주택은 3.3㎡당 485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나마도 매물 자체가 쏙 들어가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중소형 빌딩 매매거래 전문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2015~2016년 망원동에서는 총 18건의 빌딩 거래가 이뤄졌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망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유용빌딩으로 2015년 7월 9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초역세권인 데다가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임대료 역시 크게 올랐는데 2016년 공시지가가 4.5%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건물가치는 1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매매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한 만큼 투자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망원역 인근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의 매매가는 3.3㎡당 5000만원, 호가는 7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았는데 마포구청·월드컵경기장 쪽으로 이어지며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권이지만 현재 매매값이 지나치게 오른 만큼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에서도 문화와 개성을 강조한 상가들의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상가의 트렌드가 단순히 쇼핑의 공간이 아닌 문화시설과 상권 고유의 개성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콘셉트형 상가의 가치는 높아지는 추세다. 콘셉트형 상가는 상업시설 내에서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며 이는 추후 상가의 수익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콘셉트를 갖춘 상업시설의 미래가치가 더욱 돋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호반건설이 판교신도시에 공급한 주상복합 ‘호반써밋플레이스’의 상가 ‘판교 아브뉴프랑’은 단지 내 상가를 브랜드화시킨 대표적 성공 모델이다.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의미로 유럽형 스트리트몰로 조성됐다. 고급 맛집과 독특한 콘셉트의 테마숍, 다양한 휴게 공간, 문화갤러리 등을 배치해 판교의 명소로 꼽힌다. 최근 광교신도시에도 2호점을 오픈해 브랜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송도 커넬워크’ 역시 유럽풍 쇼핑몰로, 송도국제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인공 수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설계된 상가다. 분양가에 비해 현재 1억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은 문화와 개성을 강점으로 선을 보이고 있는 신개념 상가 현황이다.

▲지젤엠청라= 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 등이 조성된다.

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 상가다.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한다.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준공은 오는 8월 예정.


▲김해 장유 네오 푸드앤조이= 김해 장유신도시에 푸드(Food)를 중심으로 쇼핑, 휴식, 여가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푸드타운인 ‘네오 푸드앤조이’가 분양 중이다. 김해 장유신도시 장유출장소 앞에 들어서는 네오 푸드앤조이는 지하 2층~지상 3층으로 각종 외식 프랜차이즈, 맛집, 대형마트, 노래방, 스크린골프장, 키즈카페, 패션매장, 의류 등 다채로운 매장들로 구성됐다. 평당 1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는 풍부한 임대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70%대의 높은 전용률로 공간 활용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또 상가 구역 내 음용 합격 판정을 받은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어 관리비가 절감되는 등 입점 상가의 편의와 실용성이 높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네오 푸드앤조이는 건물별로 개별 소유가 가능한 독립형 스트리트 상가로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 점포를 양쪽으로 배치, 노출도를 극대화하고 유동 인구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대형마트가 입점해 고정 고객 확보와 모든 야외 테라스에서 760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중앙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구조로 고객이 보다 오래 머물 수 있는 상가를 구현하고 있다. 고객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315대의 대규모 주차장을 확보했다.

▲창원 플래츠나인=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 신개념 복합테마상가 ‘플래츠나인’이 분양 중이다. 감계지구는 계속된 도시개발로 향후 신규 아파트와 단독주택 1만가구에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감계 최초 3300여㎡(1000여평)의 대형사우나에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즐기는 ‘유아 스파’는 지역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츠나인 바로 옆에는 4500여㎡ 부지의 대형마트가 내년 9월 준공 예정에 있어 인근 무동, 신촌 지역까지 상권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층 전면 광장은 기존 다른 상가와 달리 주차공간을 없애고, 테마형 공원으로 꾸며 각종 문화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콘셉트형 상가
가치 높아져

여름에는 공연도 보고 분수광장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실내에 설치한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또 다른 문화시설로 각광받으면서 새로운 상가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테마파크를 조성해 반려동물을 데리고 외출해 함께 쇼핑과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요즘 상가 쇼핑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차공간은 지하 2층 전체와 지하 1층 일부, 옥상 리프트 주차방식으로 동시에 200여대 주차가 가능한 넉넉한 공간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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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