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후보 5인에 묻다 - 정의당 심상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09:43:55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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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양강론은 퇴행적 정치공학”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각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 5월 둘째 주로 예정된 대선에 맞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 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숨가쁜 일정. 유권자들 또한 대선후보를 면밀히 살필 시간이 부족하다. 깜깜이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대선후보들을 만나 검증을 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만나봤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 시대,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캐치프레이즈다.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내공을 바탕으로 심 후보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심 후보는 최근 언론서 가장 주목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심크러시(심상정+걸크러시)’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대중적 별명도 생겨났다. 많은 유권자들이 가장 대중적이며 서민적인 정치인으로 심 후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심 후보는 한때 ‘철의 여인’으로 통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사무처장을 맡았던 시절 심 후보는 수많은 남성 노동자들의 리더였다. 2003년 금속노조가 대한민국 최초로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에 성공한 데는 심 후보의 역할이 지대했다.

운동권은 심 후보의 삶을 얘기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존경하는 인물도 전태일 열사다. 그러나 운동권에 뛰어든 계기는 우연한 기회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심 후보는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한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었다. 심 후보가 대학 2학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당했다. 1년 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심 후보는 좋아하는 남학생을 따라 시위대에 참여했다. 심 후보는 당시 자신에 대해 ‘얼치기 운동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심 후보는 맹렬한 운동권 학생으로 바뀌었다.

심 후보는 대학 3학년 때 구로공단에 미싱사로 위장취업을 하며 본격적으로 운동권에 뛰어들었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민주노총 전신) 창립일 전 경찰에 붙잡혔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심 후보는 만삭의 몸이었다.

심 후보는 대선 완주를 천명했다. 이번에도 양보할 것이란 세간의 인식을 향해 날린 일침이다. 앞서 심 후보는 18대 대선 때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야권분열로 인한 표 분산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심 후보는 “촛불시민, 알바생, 워킹맘들이 나에게 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사퇴하는 일은 없다. 사퇴하면 후보자만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와 소속 정당도 퇴장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 후보의 의지는 결연했다.

다음은 심 후보와 일문일답.

- 곧 세월호 참사 3주기입니다. 지난달 31일 목포신항을 찾아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셨는데요. 가족들의 심정은 어땠나요?
▲세월호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내려갔습니다. 가족분들께 위로드리는 게 정치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너무 참담해서 말문이 막힙니다. 가족분들 중 오열 끝에 실신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서 가족분들과 끌어안고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 대조적으로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족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격앙된 분위기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정부가 한 일이라곤 책임 회피와 진상 규명을 방해한 것밖에 더 있습니까.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6∼7명이 쓰는 방을 혼자 사용하고 있어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 후보님도 특혜라 보시나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일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서 대통령 특권을 100% 누린 사람입니다. 대통령이었으니까 국민들이 그간 참은 것입니다. 그런데 파면된 다음에도 이렇게 계속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국민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사면위원회 얘기를 꺼냈습니다. 또 일각에선 조건부 사면 얘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심 후보님의 입장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나라 꼴이 왜 이렇게 됐습니까? 연례행사처럼 재벌총수들이 검찰로 줄줄이 불려가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풍경은 왜 되풀이되는 것입니까? ‘법 앞의 평등’에 예외를 뒀기 때문입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죄를 짓고도 빠져나갈 뒷문을 열어준 거죠.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재용 부회장,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11조가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은 법의 내용만이 아니라, 적용과 집행에서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두 사람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습니까? 사면은 국민이 시끄러울 땐 잡아넣었다가 조용해지면 빼내주자는 말입니다.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릅니까?

평등한 세상 정의로운 한국을 위해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외길

- 심리학계 일부에선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신감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것보다 지금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 공방이 치열합니다. 서로 입장 차이는 있지만, 결국 단일화를 전제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범보수 정당의 단일화 논의를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 국민들에게 자유한국당은 퇴출 대상입니다. 유 후보가 홍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 바른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어지고, 대국민 사기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할 수 없을 것이라 봅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비슷한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심 후보님께서는 전직 대통령 예방을 계획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없습니다.

- 당선되신다면 4대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친수 공간 조성 등을 목적으로 총 22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초대형 국책사업입니다. 허나 제가 알기로는 그중 단 하나의 목적도 달성을 못했습니다. 오히려 돈 써서 수질만 악화시킨 꼴이 되었죠. 결국 우려했던 대로 4대강을 뒤집는 길밖에 없습니다. ‘4대강 복원 특별법’을 제정해 상시 수문개방, 순차적 보 해체 수순으로 복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 한중일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정을 제안하셨습니다. 만약 중국 측 반발이 있다면 어떤 자세로 대응하실 건가요?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국 측만 윽박질러서 될 일은 아닙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내부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국내서 생산되는 미세먼지 양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는 이와 더불어 한중일 협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중국도 미세먼지로 골치를 썩고 있지 않습니까? 한중일 다자 테이블에 함께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 안철수 후보 측에서 주장하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론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이 과도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인물 중심의 갈등을 만들어 이번 대선서 필요한 비전과 정책 경쟁을 실종시키는 퇴행적인 정치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이 반영된 양강 구도가 아닙니다.

가장 대중적·서민적 정치인
대선 완주 천명 “사퇴 없다”

- 3월5주차 리얼미터 주간집계 결과 5자 가상대결에서 심 후보님은 유 후보와 함께 3.9%를 기록, 1위인 문재인 후보(43.0%)와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이에 아직 지지자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얻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 표심을 어떻게 공략하실 계획인지?
▲촛불시민의 과감한 변화 요구가 곧 저 심상정의 사명이고 정의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실 이번 대선이 매우 짧은 기간에 치러지지만, 강력한 정권교체 열망이 불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단지 대통령 한 명 바꾸는 것으로 만족할 국민들이 절대 아닙니다. 남은 30여일은 정권교체 플러스가 무엇이고 누구이며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심상정이야말로 철저한 흙수저 후보입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언론 노출도나 보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토론의 기회,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심상정이 이 시대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 일각에선 정의당이 대선후보를 너무 빨리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찍 뽑아서 문제가 아닙니다. 보도량이 너무 적은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국민들의 책임 있는 선택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5당 후보들이 확정됐으니 좀 더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리라 믿습니다.

- ‘청년사회상속제’를 공약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상속, 증여세 세입 예산을 1인당 1000만원씩 똑같이 나눠주자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단 1000만원 이상을 상속, 증여받은 청년은 제외되는데요. 이 때문에 상속, 증여를 축소 내지는 미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인지?
▲기본적으로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입니다. 현재 언론에서 잘못 이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1000만원 이상 상속·증여를 받는 청년들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고 더 높은 금액, 예를 들면 30억원 이상 고액 상속자들에게는 환수(클로백)를 하자는 것입니다. 고액상속자 기준은 사회적으로 만들어가면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액상속자들의 경우에는 상속을 받는 시점에 배당금을 국세청이 자동으로 환수하도록 하면 될 일입니다.


<chm@ilyosisa.co.kr>


[심상정은 누구?]

▲경기도 파주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 학사
▲전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제17?19?20대 국회의원(경기도 고양갑)
▲제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정의당 상임대표 및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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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