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건강은 나라의 안녕 “내가 바로 진정한 ‘어의’로소이다”

<지령800호 기획특집>①‘현대판 허준’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해부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참모만이 아니다. 혹시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팀과 질병 혹은 사고 등으로부터 대통령의 건강을 지키는 주치의가 있다. ‘현대판 어의’로 통하는 대통령 주치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로 꼽힌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대통령의 주치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갖가지 사연이 흥미롭다. 대한민국 대통령 주치의들의 자취를 모아봤다.

대통령 한의 주치의 3년2개월여 만에 부활
청와대 주름잡는 ‘현대판 어의’에 시선집중


최근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한명의 ‘어의’가 생겼다. 한의 주치의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한의 주치의는 지난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양·한방 균형을 위해 도입됐다. 현 정부 들어 폐지됐으나 한의학계의 끈질긴 주장 끝에 다시 부활하게 된 것. 
 
그동안 ‘유일한 대통령 주치의’는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맡아왔다. 최 교수는 황해 평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32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근무해왔다.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을 역임키도 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 대통령의 사돈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의대 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장남 의근씨(38)가 이 대통령의 둘째딸 승연씨(38)와 결혼한 것. 또한 최 교수 본인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주치의를 맡아왔으며 이 대통령 취임 보름만인 지난 2008년 3월10일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한의 주치의 부활
MB 사돈과 쌍두마차

이 대통령의 한의 주치의로는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이 내정됐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3대째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류 원장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부터 국방부 의료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류 원장과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기까지 형평성 문제와 한의학 육성 필요성을 들어 한의 주치의의 부활을 요구해온 한의학계의 노력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
올해 초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확정한 진 장관이 지난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한방 주치의를 둘 것을 요구해 수용된 것. 이에 청와대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한의사 주치의 위촉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주치의, 그들에게는 ‘어의’라는 영광이 함께한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건강을 돌본다는 점에서 ‘현대판 어의’라는 명예를 얻는다.

명예 외에 이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을까.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규완 서울대 교수는 “높은 사람 주위에 있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를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대통령 주치의는 정기 급여가 없다. 활동비·출장비 등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무급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현대판 어의’는
차관 대우 무급 명예직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로 선임되면 재임 중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통령 주치의는 비상근으로 1~2주에 한번 정도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대통령의 휴가, 해외순방, 지방방문 시 동행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도 긴급 상황을 대비해 상황 발생 시 30분 이내에 청와대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약의 경우 청와대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차량 한 대와 운전기사가 상시 제공된다.

대통령 주치의의 가장 큰 권한은 대통령 진료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건강상태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운동, 과로, 음식, 수면에 대해서도 조언 할 수 있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속속들이 아는 최측근인 만큼 의료 관련 정책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최고 의사’ 인연은?
서울대병원 ‘대통령 주치의’ 만들려 로비 불사

또 다른 권한은 35명 내외의 자문의 선발에 대한 부분이다. 대통령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청와대 의무실이다. 의무실장·의무대장·간호부장 등 현역 군인 의료진들이 24시간 대기체제를 갖추고 평소 대통령의 건강을 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대통령 주치의는 이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주치의가 된다는 것은 본인 뿐 아니라 출신 학교나 병원의 영광이기도 하다. 때문에 때로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대부분 서울대 의대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첫 주치의였던 민병석 교수는 가톨릭의대 병원에서 일했지만 서울대 의대 출신이었다. 이후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은 한용철, 김노경 교수도 서울대 의대에 속해 있었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도 서울대 의대 최규완, 고창순 교수가 주치의를 맡았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부분이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를 도맡아 온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이어졌던 것.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관례가 깨졌다. 당시 72세 고령이었던 김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의’ 
서울대 출신 많아

당시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허 교수를 주치로의 임명한데는 서울대 의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었다. 야당 총재 시절 서울대 의대에서 홀대받았던 것이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

실제 김 대통령은 허 교수의 후임도 민간병원 출신인 장석일 박사로 정해 서울대 의대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몇 대에 이어져왔던 ‘대통령 주치의 배출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잃었던 서울대 의대는 정권교체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당선인 측 및 인수위에 서울대 인맥을 총동원, 학교 차원에서 움직인 것.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노 대통령은 송인성 서울대 의대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를 함께 주치의로 임명, 양·한방 2인 체제를 이뤘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 주치의 병원이 되면 병원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주치의단 구성에도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조직의 활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속사정을 전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들은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자신의 건강이 달려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견이 가장 중요(허갑범 전 대통령 주치의)”한 만큼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과 최윤식 서울대 교수처럼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이가 주치의로 선임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치의가 정식 위촉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3년이다.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지홍창 박사가 대통령 주치의 1호였다. 지 박사는 박 전 대통령과는 군의관 시절 인연을 맺은 ‘오래된 사이’였다.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주치의를 맡았던 지 박사의 후임에는 당뇨병 등 내분비학 명의였던 민헌기 서울대 내분비내과 교수가 임명됐다.

대통령과 주치의
그들의 특별한 인연

전두환 대통령은 주치의를 두 번이나 바꿨다. 첫 번째 주치의였던 민병석 가톨릭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변을 당했다. 이후 한용석 서울대 호흡기내과, 김노경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차례로 주치의로 임명됐다.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는 고교 후배인 최규완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맡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교수도 김 대통령의 고교 후배였다. 또한 그는 최측근 보좌진만 참여했던 녹지원 조깅 멤버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주치의였던 허갑범 연세대 내분비내과 교수, 장석일 박사와의 인연은 깊다. 김 대통령은 1990년대 단식투쟁 시절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8년 대통령 취임 당시 주치의를 맡았던 허 교수와는 1990년 단식투쟁할 때, 두 번째 주치의였던 장석일 박사도 1992년 단식투쟁 시절부터 이어진 사이다.

허 교수는 “1990년대 야당 대표였던 김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문제로 단식투쟁을 한 후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를 맡아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인연으로 최초의 사립대학병원 출신 대통령 주치의로 남게 됐다. 

허 교수와 김 대통령의 인연은 김 대통령이 서거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37일 동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는 주로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졌으나 허 교수와의 깊은 인연 때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장 박사는 평민당 총재이던 김 대통령이 9일간 단식투쟁을 할 때 당사 인근에 있던 성애병원 내과 과장으로 있었으며 단식기간 매일 왕진을 다녔다.

대통령 주치의가 되고는 ‘청와대 상주’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대통령 주치의는 장 박사를 제외하고는 청와대에서 상주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김 대통령의 북한 방문길에 동행했다. 장 박사는 “김 대통령은 에어컨 바람에 늘 민감했다”며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의 에어컨이 너무 세 (대통령이) 북한 측에 온도를 올려 달라고 했다. 감기 기운이 있기도 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양방을 담당한 송인성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방을 담당한 신현대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교수가 주치의로 있었다. 이중 신 교수는 최초의 한의 주치의였다.

신 교수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는 노 대통령이 허리병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건강 비결로 ‘긍정적 사고’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성격’을 꼽았다. 지나온 일이나 미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머가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노 대통령에게 ‘권고한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 위주의 한방 ‘도인 체조’ 요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허리를 보강하는 여러 가지 동작을 아침마다 1시간 이상씩 했다”며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침 치료와 뜸, 부황이나 약물치료 등을 병용하면서 운동하도록 권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자 주치의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삼호주얼리호 사건 때도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에 급파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하려 했을 때 이 교수와 석 선장의 이송 방안을 논의했던 것.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대통령 주치의인 최 교수에게 석 선장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것을 부탁했다. 이에 응급의학회 이사장인 서길준 서울대 교수 등 2명과 함께 이 교수와 통화하면서 석 선장이 2000피트 고도에서 11시간 비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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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