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수장’ 박희태 국회의장 <지령800호 특별인터뷰>

“18대 국회, ‘의정활동의 천국이었다 기억되게…”

18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가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원외 신분으로 18대 국회 초반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그는 재보선에 당선, 6선 의원이 돼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해 1년 가까이 입법부 수장을 맡아오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릴 ‘2011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박 의장을 지령8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2011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준비 “바쁘다 바빠”
원만하게 보낸 지난 1년, 하지만 때로 힘들고 어려워 


요즘 박희태 국회의장의 일정표에는 ‘G20 국회의장회의’가 빠지지 않는다. 해외 출장을 나서고 내·외신 기자들을 만나고, 정재계에 협조를 당부하는 것도 모두 ‘G20 국회의장회의’에 대한 것이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내내 ‘G20 국회의장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박 의장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서 여는 큰 행사
발로 뛰며 준비에 열중

- 최근 G20 국회의장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쓰고 있다. G20 국회의장회의는 어떤 회의인가.
▲ ‘2011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는 G20 의회정상 및 주요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주요 선진 의회간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 회의는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인류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동반성장의 길을 의회 차원에서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 이번 회의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 ‘공동번영을 위한 개발과 성장’이라는 대주제 하에 세 가지 세부의제를 다룰 생각이다.

세부의제로는 첫째 ‘선진국 개발경험 공유를 통한 개발도상국 발전 전략’, 둘째 ‘금융위기 이후 동반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와 의회의 역할’, 셋째 ‘세계평화?반테러를 위한 의회간 공조전략’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 현안이 되고 있는 북아프리카·중동 정정불안과 동일본 대지진 및 원전의 안전성 문제 등과 같은 글로벌 안전위기에 대한 의회차원의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국회에서 G20 국회의장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 우리나라 국회에서 G20 국회의장 회의를 개최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국격이 이미 세계질서를 주도하는데 일역을 담당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G20 국회의장회의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대한민국의 세계로의 대진출을 향한 레일을 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G20 외교활동 중
높은 위상·국격 실감

- G20 국회의장회의는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라고 들었는데, 준비하는 것도 만만찮을 것 같다.
▲ 지난해 9월 국회사무총장을 준비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총괄기획·전략·의제개발·의전·영접·홍보·경호 등 7개 팀으로 구성된 실무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동 준비위원회에는 국회 내 주요 실·국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담당 국장이 참여해 행정부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주요국 의장의 참석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예로 주요국 외교사절과 면담을 실시했으며, 양 부의장이 유럽과 남미를 각각 특사자격으로 방문하는 외교활동을 펼쳤다. 각국별 연락관 체제를 운영해 회의와 관련한 각종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G20 국회의장회의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5단체장을 국회로 초청해 협조를 구하는 등 홍보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 G20 국회의장회의의 성공을 위해 각 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밖에 나가서 본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나.
▲ 최근에 간 나라들은 대체로 후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들이 많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고 우리를 이미 선진국으로 대우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계선진국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은 자기들과 똑같은 개발도상국가였다가 빠른 속도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이번 G20 국회의장회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지 듣고 싶다. 
▲ G20 국회의장회의가 정례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앞으로 G20 국회의장회의로부터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회의가 정규적으로 열리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게 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는 등 G20 국회의장회의가 국제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 중에 최근 국제적 현안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해 공동선언문 안에 참가국들의 컨센서스와 실천정신을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장으로 보낸 1년
“때로 힘들고 어려웠다”
 
-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직에 오른 지 1년이 되어간다. 그간의 소회를 말해 달라.
▲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2011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를 유치한 것과 같은 보람된 순간도 있었지만 작년 예산안을 여야합의로 처리하지 못한 일처럼 가슴 아픈 기억도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여야 원내대표께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잘 이끌어 주셔서 원만하게 운영되어 온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풀지 못해 중재에 나서야할 때 힘들고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은 국정이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히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다운 국회’는 누구보다 법을 잘 지키는 ‘준법국회’
남은 목표는…G20 국회의장회의 성공, 하나 된 여야

- 국회의장 선출 후 “국회에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며 그 방향으로 ‘국회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원형을 회복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후 꾸준히 ‘국회다운 국회’를 강조했는데, ‘국회다운 국회’는 어떤 국회인가.
▲ 준법국회가 되는 것이 국회다운 국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므로 누구보다 국회는 법을 지키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취임 이후 ‘법을 잘 지키는 국회다운 국회’의 모습을 강조해왔다. 앞으로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를 운영함으로써 법이 필요 없는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이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국회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개선 혹은 해결방안으로 염두에 둔 바가 있나.  
▲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 원론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조금씩 지켜나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 지켜지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께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리라 본다.

정자정야(政者政也)라는 말이 있듯이, 정치는 바르게 행함을 그 기본으로 한다. 그 동안 국회가 타성과 관행에 매여 신뢰를 잃었다면 이제 그 기본인 법정신을 통해 국회를 바로 세워 국민의 믿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 여야간 ‘대화의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장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나.  
▲ 국회의원이나 당대표의 경우 소속 정당의 입장에서 일하면 되지만 국회의장은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의 입장을 조절하고 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대립하는 여야를 합리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국회 운영의 험로가 있을 때마다 그간의 의정활동의 경험에서 얻은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 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한나라당 출신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한다면?
▲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어 정치를 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린다면 비록 현재는 쓰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의 명대변인으로 손꼽혔다. 오랜만에 대변인으로 돌아가 현재 정치권을 논평한다면.
▲ 18대 전반기에 이미 17대 전체의 2배가 넘는 의원발의 법안이 접수됐다. 이처럼 18대 여야의원 모두 대체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예산안 및 몇몇 쟁점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간 발생한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쉽다. 그러한 모습들로 인해 그간의 노력과 공들이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여야 모두 타협은 정치의 본질로서, 타협을 얻기 위한 기술이 정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부이거나 전무인 ‘올 오아 나싱(All or Nothing)’은 정치가 아니다. 여야 모두 ‘타협하면 굴종이다, 항복이다’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소수파 입장에선 원래 하나도 못 얻었을 것을 그나마 타협해서 조금이라도 얻었다고 생각하고, 다수파도 소수파를 포용해서 얻어낸 정치적 결과에 만족해야 한다.

- 발언 곳곳에서 사자성어가 활용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구상이나 다짐을 사자성어로 말해 달라.
▲ 정치를 하면서 늘 생각하는 사자성어가 ‘유능제강(柔能制剛)’과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유능제강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제가 성격이 부드러운 편이라 친구들이 법질서를 세울 수 있겠느냐고 놀리듯 말하곤 한다. 하지만 강한 카리스마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을 수 있다.

상선약수는 정치인이라면 누가나 지켜야 할 원칙이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정치인은 끊임없이 국민을 향해 자세를 낮춰야 한다. 사리사욕을 취하려는 지저분한 마음을 물처럼 정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촌철살인’ 정치 논평
“전부·전무는 정치가 아니다”

-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났을 때 어떤 국회의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G20 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싶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여야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드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고, 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을 적극 뒷받침해 18대 국회가 의정활동의 천국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령 800호를 맞은 <일요시사>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일요시사>의 지령 800호 발행을 축하드린다.

화제와 특종에 강한 ‘사람향기 나는 신문’이라는 모토처럼 앞으로도 사회정의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또한 <일요시사>가 경제발전 속에서 소외되어온 우리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분들을 부축하고 동행하는 ‘서민 속으로의 대진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앞장 서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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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