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황주홍 강진군수 “공무수행 결백했다”


이번 사건 전말에 대한 황주홍 강진군수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2일 황 군수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전날 광주경찰청에서 10시간에 이르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도 피곤한 기색은커녕 당당한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중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은 황 군수와의 일문일답.

- 감사원은 감사 결과 “군수가 회의석상에서 직원의 기부실적을 인사에 참고하겠다고 발언했다” “2006~2009년까지 6급 이상 승진자 61명 중 총 52명이 1억2888만원을 기부했으며 이 중 5급 이상 승진자 전원은 평균 495만원씩 기부했다”는 등의 지적을 내놨다.
▲ 감사원의 거짓말이다. 군청 공무원은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군수가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했으면 아마 99% 이상의 공무원이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6년간 전체 승진자 264명 가운데 장학금을 기탁한 사람은 52명으로 19.7%에 불과했다. 이는 일부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기탁했다는 걸 의미한다. 또 5급 승진자 중 승진시점 2개월 전후해서 장학금을 낸 사람의 비중은 30.43%로 ‘전원’이란 감사원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
  
- 감사원은 또 “용역 물품계약을 맺은 324개 업체가 울며 겨자먹기로 14억여원을 내놓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실인가.
▲ 강요나 강압은 없었다. 장학재단이 설립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강진군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3969개로, 이 중 18.69%인 742개 업체가 장학금을 기탁했다. 만약 감사원 발표대로 ‘울며 겨자먹기식 기부’가 이뤄졌다면 18.69%가 아니라 80~90% 이상의 업체가 기부금을 내야 했을 것이다. 2005~2009년까지 장학재단이 기탁 받은 금액은 군비출연금을 제외하고 100억7600만원 정도다. 이 중 관급공사 업체들로부터 받은 금액은 14%인 약 14억원에 불과하다.

- 경찰 수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 기부품모금위반, 배임,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기부품모금위반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다. 배임의 경우, 경찰이 계좌 추적을 하는 과정에서 농협이 체육진흥기금으로 들어갈 5000만원을 실수로 장학재단 통장에 넣은 게 발견됐다. 농협 군지부의 단순 착오였다. 경찰은 또 선관위로부터 환급된 선거비용 중 3200만원을 강진장학재단에 기탁했는데 그중 700만원이 인출된 것도 문제 삼았다. 이 역시 군청 비서실 실무자의 실수였다. 원래 장학재단에 2500만원을, 5개 사회봉사단체에 700만원을 기부하도록 했는데 실수로 모조리 장학재단에 넣어버린 것이다. 700만원은 되찾아 봉사단체에 기부했다. 불과 1~2분만 설명을 들어도 해소될 오해다. 그런데 경찰은 이에 대해 ‘배임’을 운운하고 있다. 더 말이 안 되는 건 증거인멸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저에겐 해당 안 되는 법률이다.

- 이번 수사의 전망은 어떤가.
▲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공무원들의 공무수행이 결백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충분히 밝히겠다.

- 정치적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들어본 적 있나.
▲ 그렇다.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사정기관에 청탁과 압력이 가해졌단 말을 들었다.

- ‘유력 정치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가.
▲ 이름은 밝힐 수 없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해당 기관의 공무원들은 물론 군민들도 모두 알고 있다.

- 만약 민주당을 탈당 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나.
▲ (웃음) 벌어질 리 없지 않은가. 모든 일은 거기서 시작됐다.


- 문제의 정치인에 대응할 계획인가.
▲ 감정대로라면 응징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럴 시간에 확실한 정치적 입장을 갖고 군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덕성과 자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 아울러 좋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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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