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한국교총 안양옥 대표 vs 전교조 장석웅 위원장

“체벌대신 교육벌 필요” vs “체벌은 교육적 역효과”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많은 사람들이 체벌금지로 인해 교권이 무너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몸으로 체감하는 사람은 역시 일선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사들일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체벌금지와 무너지는 교권의 현실은 어디까지 가있을까. 이에 <일요시사>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대표와 전국교직원노동연합 장석웅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교총, "폭력성 체벌 아닌 교육벌 반드시 필요해"
전교조, "체벌은 교육적 역효과 불러와 불필요"

-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져야 할 5월, 교육계에는 오히려 찬바람이 분다는 말이 있다. 실제 5월이 되면 교육자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

▲안양옥 대표(이하 안):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교원들의 심정은 자긍심과 더불어 상실감이 교차되어 나타나왔다. 물론, 이러한 원인의 일차적 책임은 촌지를 수수하는 일부의 교원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분명히 교육자는 사회 어느 분야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해야 하고, 학생교육 과정에서 어떠한 사적이득을 결코 취해서는 결코 안 된다. 실정법이나 국민정서에 벗어나는 촌지수수 교사는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을 엄히 물어야 된다. 그러나 옥석가리기는 분명히 해야 한다.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깨끗한 교원마저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총은 올해 제30회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선언문 선포식”을 갖고 깨끗한 교직풍토에 교직사회가 스스로 나설 것임을 천명하고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학부모 등 사회가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장석웅 위원장(이하 장): 특별히 5월이라고 해서 교육비리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날을 비롯해서 가정의 달 또는 교육의 달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기념일이 몰려 있다 보니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특히 스승의 날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비롯해 직간접적인 당사자들이 많다보니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촌지가 만연하던 시절에는 스승의 날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촌지가 부정부패로 인식되고 있고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나 향응을 제공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부담을 고려해서 스승의 날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학교들도 상당 수 있다. 5월에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아쉬움이 있다면 교육 문제에 대한 정부나 여론의 접근이 감각적인 부분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의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 스승의 날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는 것 같다. 학생들 역시 이날을 별 기념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어떤가.

▲(안)
사제 간의 정을 나누고 정서적 유대감을 가져야 지덕체 함양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성과중심 및 입시위주의 교육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함에 따라 학교교육에 있어 인성, 도덕, 예절, 감수성, 심신단련 등이 상대적으로 매우 소홀해지고 있다. 교사가 단순지식 전달자로 자리매김할 때 우리 교육은 死교육이 된다. 제자가 잘못된 길을 갈 때 가슴속에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회초리를 드는 스승이 사라질 때 교육의 방임, 방종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스승의 날은 단지 선생님의 생일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교육의 중요성과 세자간의 정을 새기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학생에게도 기쁨으로 다가오도록 교직사회가 먼저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 사랑, 존경, 감사 이런 말들은 강요하거나 주입해서 가능한 감정은 아니다. 사제동행이라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학생과 교사 간에 신뢰가 형성될 때 자애와 존경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스승의 날이라고 지정해서 기념식이나 하면서 학생들에게 교사는 스승이니까 존경해라 라고 강요해선 안 될 것이다. 일제고사를 비롯해서 교원 정책들까지 경쟁과 서열을 통해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골몰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창의성이나 주체성을 기르는 교육들이 소외되고 인성교육이 등한시 되는 현상들까지 나타나지 않나. 어른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협력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중요하게 체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평가 등에 대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이 상호 교감하면서 전인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나면 서로 존중하며 사랑하는 사제동행이 가능해 질것이다.

- 그런가 하면 교원들의 사기가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오고 있다. 실제 근거 있는 이야기 인가. 또 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안)
올해 교총이 전국의 유초중등 교원 17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교원의 78.9%가 최근 1~2년간 교직 만족도와 사기가 저하되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사기저하의 가장 큰 이유로 교원들은 학생에 대한 권위상실을 뽑고 있다. 이는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라 학교에서 교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지도권마저 상실됨에 따라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수권이 무너졌다는 상실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 수업에 전념할 수 없게 하는 잡무도 교원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하고 있다.


▲(장) 스승의 날과 연관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들어 일반적인 경향을 보면 학교에서 업무량이 증가하고 학생들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여건들이 자꾸 축소되다 보니 교사들이 점점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일제고사를 비롯해서 교원 성과급이나 교원평가와 같이 경쟁과 성과물 위주의 정책들이 강요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 단적인 예로 올해 교사폭행과 제자폭행 사건이 유독 많았다. 사제 간의 정이 실종된 느낌이다. 무엇이 사제관계를 삭막하고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보나.

▲(안)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교육열이 교육의 본질을 찾는 방향이 아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활용되는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이를 이용한 일부 정치인과 교육행정가의 포퓰리즘 교육정책의 학교실험장화, 교원을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몰고 감에 따른 교직의 위상약화 및 교권추락 등 다양한 변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 그런 사건이 유독 많았다기보다는 학생인권, 체벌금지가 이슈화되면서 언론에서 그런 사건을 많이 보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제관계가 삭막해지고 무의미해졌다는 표현은 표면적 현상에 대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 이면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학생지도에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90년대 말 ‘학교붕괴’론이 등장할 때쯤부터 시작되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사회적 과제가 되어야지 학교만 비난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 일각에서는 체벌금지 정책이 학생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얕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안)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과거의 신체, 도구를 이용한 학생에 대한 직접적 체벌은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1인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수업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문제 학생이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할 경우, 다수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교사지도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학교에서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할 했을 때의 제재를 ‘벌’을 통해 습득하게 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규칙과 법의 존중 정신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벌은 교육적 가치를 가지며,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위한 학교의 책무이기도 하다.

▲(장) 체벌금지의 영향이 일부 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체벌이 가능했던 시기에도 학생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교사들이 있었다. 선생님을 얕보는 학생일수록 체벌하는 교사 앞에서는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에 분노와 원망을 품게 되어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선생님을 얕보는 학생은 선생님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심리를 보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체벌을 다시 허용한다고 해도 이런 현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체벌금지 정책으로 인해 교권이 실추되었다면 지금까지는 체벌을 통해서 교권을 세워 왔다는 의미가 되지 않겠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 체벌의 필요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안)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에 교원의 불체포 특권 부여는 바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정신의 산물이다. 잘한 것은 상주고, 못한 것은 벌을 주어야 한다. 체벌이 폭력이나 폭행이 아닌 교육적 합목적성을 가진다면 바로 교육벌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체벌금지에 대해 각종 언론의 학부모 및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3%에서 83%까지 체벌금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의 기강과 교사의 권위인정의 교육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학부모 및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장)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낮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학생을 당장 복종시킬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억울함, 분노 등이 생기게 함으로써 역효과를 낳게 된다. 최근 전교조가 어린이날을 맞이해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체벌이후 억울한 생각이 들었거나 교사를 싫어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의견이 50% 가량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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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