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끝내자’분양시장 이색 마케팅

수요자나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이색 분양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분양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른 30~40대 신혼부부,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와 베이버부머 등 은퇴자를 사로잡기 위해 회식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통상 오후 6시까지인 홍보관의 운영시간을 저녁 8시까지 연장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송도나 청라, 영종도 등 인천국제도시 ‘3총사’에서 분양하는 수익형 부동산 현장에서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외국인과 해외교포 투자자를 위해 중국어, 영어에 능통한 상담사를 고용하고 있다. 특히 5월 조기대선으로 각 사업장의 분양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5월 조기대선
분양 앞당겨

대선 전 분양 단지들이 어떤 성적을 보이느냐에 따라 건설사들의 향후 분양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수요자 잡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이색 마케팅을 활용한 현장의 성적도 좋았다.

한강신도시 운양동, 마산동 일원에 자사 첫 단독주택 단지인 ‘자이더빌리지’를 공급하는 GS건설은 ‘온라인 사진전’ 이벤트 진행을 통해 수요자를 사로잡았다. 자이더빌리지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단독주택의 노하우 전수, 추억의 사진, 한강신도시 백배 즐기기 등 3가지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관련 사진을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디지털카메라, 액션 캠, 포토 프린터, 기프티콘 등 경품을 증정했다. 이 단지는 전용 84㎡ 단일 면적, 총 525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전 세대에 테라스, 개인정원, 다락방, 개인주차장, 다용도창고 등 특화설계를 적용해 분양개시 사흘 만에 525가구를 완판했다.

주택 분양시장에도 배산임수, 길지 등 풍수지리 명당을 앞세운 ‘풍수 마케팅’이 실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향후에도 이러한 풍수 마케팅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자산가를 위한 최고급주택 분양이나 대기업본사와 같은 업무시설 입지선정에 주로 쓰이던 풍수지리 마케팅이 아파트 분양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풍수지리 전문가를 동원해 아파트 입지를 평가하고 결과가 좋을 경우 이를 적극 홍보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수요자·투자자 위한 이벤트 눈길
회식비 지원…홍보관 운영 연장도

배산임수 명당자리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실수요자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얼마 전 경북 경주시에서 분양된 ‘경주 현곡 푸르지오’는 옛 신라의 도읍지이자 태백산맥 줄기의 끝자락인 풍수지리 명당에 공급되면서 경주시 최고 청약경쟁률인 18대1을 기록, 전 타입 1순위 마감, 열흘도 안 돼 전 가구 마감했다.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광교’도 ‘조선시대 풍수지리의 대부 도선국사가 인정한 명당’이라는 풍수지리의 이점을 활용해 아파트가 4일 만에, 오피스텔이 2일 만에 완판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주변 자연환경이 아파트 구매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풍수지리 명당을 선호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기왕이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부자가 되고 싶은 소비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다양한 투자 상품이 나타난 데다 수익형 부동산이 신규 아파트보다 ‘완판’에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투자자를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노력이 눈의 띈다고 분석한다. 과거만 해도 혜택은 신규 분양시장과 마찬가지로 무이자 혜택 등 금융 지원이 주를 이뤘다.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수천만원대의 줄기세포 시술, 렌트프리(무상임대) 등 눈에 띄는 ‘보너스’들이 많아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 및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의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데다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분양 물량이 많아 열기가 다소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며 “수요자나 투자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존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최근 트렌드에 맞는 이색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색 마케팅을 활용한 주요 현장이다.

‘마음을 잡아라’
공들이는 건설사

▲오산시티자이2차=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인근 오산시 부산동 부산도시개발사업지구 5구역에 ‘오산시티자이2차’아파트를 분양 중인 GS건설은 오산 지역에 근무하는 직장인을 위해 회식비 지원 이벤트를 마련했다. 오산시티자이2차 공식블로그에 사연을 올린 팀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등 팀에 회식비 30만원을 지원하고, 2등 2팀에는 런치박스를 제공했다. GS건설은 오산시는 전국에서 30대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직장인 수요가 많다는 점을 겨냥해 직장인 대상 이벤트를 준비했다.


오산시티자이2차는 지하 4층~지상 최고 29층, 10개동, 총 1090 가구로 지어진다. 전용면적 59~102㎡로 구성되며 전용 84㎡ 이하 중소형이 95%를 자치한다. 특화평면으로 아파트 외 별동의 테라스하우스가 공급된다.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2차= 대림산업은 영종하늘도시 A46블록에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2차’를 분양 중이다. 홍보관은 직장인을 위해 평일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최근에는 영종도 내 자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진 학부모들을 위해 모델하우스에서 ‘공부의 신 강성태의 공부법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단지는 지하 1층~지상 28층, 전용면적 74 ~84㎡, 1520가구 규모다.

▲지젤엠청라= 수익형 부동산도 속속 이색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이 조성된다. 국제도시답게 외국인 투자자를 겨냥해 외국어에 능통한 상담사를 채용했다. 퇴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홍보관을 오후 8시까지 운영 중이다.

특화 설계에 풍성한 선물로 ‘완판’
풍수지리 전문가 동원해 적극 홍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 상가다.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한다.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준공은 오는 8월 예정. 청라를 관통하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발표 및 지하철 9호선이 공항철도와 연계돼 운행될 예정이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등도 개통될 예정이다.

▲간석동 해마루 더 펠리체=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241-2외 2필지에 ‘해마루 더 펠리체’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이 오피스텔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먼저 시공사인 해마루건설에서 5년간 임대 보장제를 실시하기 때문. 확약이행을 하기 위해 보증보험에서 이행증권을 발행 또는 공증 확약까지 해줘 공신력과 신뢰성을 높였다. 또 임대확정계약 수분양자에게는 5년간 생활하자 및 보수도 책임져 깨끗하고 쾌적한 건물관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대지면적 1295.60m², 연면적 1만5391.814m², 지하 4층~지상 14층 총 312실 규모다. 총 주차대수는 220대.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 도보 30초 거리, 초역세권 및 더블역세권 입지다.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간석오거리역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로 불린다. 먼저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이 도보 30초 거리며, 이 외 국철 1호선 동암역(도보 10분)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이 모두 1km 내에 있어 ‘쿼트리플 역세권’임과 동시에 인천 시내와 서울로 연결되는 버스노선도 20여개가 운행 중이다. 최근 5년간 대형 오피스텔 공급이 없던 공급가뭄지역으로 임대수요도 풍부하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인근 10분 거리에 길병원, 주안 5·6공단, 삼성생명, 남동공단 등 약 45만의 직접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2020년 조성 예정인 인천 롯데 복합문화단지가 들어서면 2만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공실률 제로지역으로 꼽힌다. 중도금 60% 무이자 및 취득세 85% 감면 혜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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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